“치과 치근단 엑스레이에서 CT 선량이 나오고 있어요. 조사해주세요.”
지난 6월 15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이 같은 주장이 담긴 글이 공개됐다. 해당 청원은 6월 30일 오전 11시 26분 기준 365명이라는 다소 작은 수의 동의를 받은 상태이나, 문제는 청원의 내용이 이른바 ‘맘카페’로 불리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중에게 치과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을 주입할 수 있다는 우려를 산다.
#검증 안 된 주장에 대중만 우왕좌왕
청원인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평소 자녀가 내원하는 치과에 설치돼 있던 엑스레이기기의 정보를 무심코 알아보던 중, 해당 기기의 선량이 CT기기에 준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이 같은 사실을 해당 기기 제조업체와 통화를 통해 재차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청원인은 해당 치과의 엑스레이기기가 “2003년 제조된 노후화된 기기”였다며, 이와 관련한 기관의 전면 조사 및 결과 공개를 촉구했다.
또한 청원인은 “지금도 전국의 많은 치과에서 이런 기계를 사용하고 있을 것”이라거나 “살인기구나 다름없는 도구를 사용한다” 등의 주장을 잇달아 내놓았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현재 사실 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국민청원은 특정 업체나 개인정보는 비공개로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청원인의 주장에 현재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갑론을박까지 벌어지는 상황이다. 누리꾼들은 “시사 프로그램에 제보해야 한다”, “해당 기기를 사용하는 치과를 알려야 한다”와 같은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맞서 본인을 치과종사자라고 소개한 한 누리꾼은 “치과 엑스레이는 3년마다 검사가 의무화돼 있다”며 “매일 엑스레이에 노출되는 치과종사자도 문제의 소지가 적은데, 이따금 치과를 내원하는 환자가 어떻게 위험할 수 있을까”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령 제777호인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안전관리에 관한 규칙’ 제4조에 따르면, 의료기관 개설자 또는 관리자는 방사선 발생장치에 대해 ‘3년마다 재검사’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질병관리청의 ‘2019년 의료기관 방사선관계종사자의 개인피폭선량 연보’는 치과위생사의 피폭선량이 0.15mSv로, 전체 의료 직군 중 가장 낮은 선량값을 보인다고 보고했다.
#노후 기기 있지만 안전하다
그렇지만 청원인의 주장 일체가 완전한 사실무근이라고 단정하기도 힘들다.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발표한 ‘2019년 진단용 방사선 안전관리 통계’에 따르면, 국내 사용 중인 치과진단용 엑스선 발생장치의 약 8.6%인 1714대의 사용기간이 20년을 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노후화 여부와 관계없이, 치과 엑스레이기기가 청원인의 주장만큼 인체에 치명적일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는 견해를 내놨다. 또 설령 노후화된 기기의 선량이 최신 기기보다 상대적으로 다소 높다고 해도 인체의 극히 일부분인 구강에 최단 1초가량 조사하기 때문에 실제 환자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야기할 소지는 거의 없으리라고 봤다. 무엇보다 극소량의 방사선 노출이 환자에게 미칠 피해와 질병을 정확히 진단해 치료했을 때의 효과를 비교하면 후자가 앞선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영상치의학회는 “치과진단용 엑스선의 노출 범위는 전신으로 놓고 보았을 때 극히 일부분으로 면적 단위로는 CT와 비교할 수도 없이 적다. 대중은 ‘방사선' 자체에 대한 불안감이 있어, 오해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그렇지 않다. 따라서 이는 정확한 지식의 홍보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