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에 소식을 자주 전하다 보면, 저를 처음 만난 분들은 제 고향이 거제도라 생각하십니다. 하지만 이곳은 저 또한 공중보건의 복무 때문에 처음 와 본 장소입니다. (고향 집이 부산이라 선택한 곳일 뿐...) 성격상 밖에 잘 다니지 않아 여전히 어색한 도시지만, 그래도 3년간 지내다 보니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습니다.
오늘은 거제도에 관한 이야기들을 해보려고 합니다. 친구 몇몇에게 들려줬더니 흥미로워하길래 치의신보 구독자분들과도 공유해봅니다.
베트남에 가면 오토바이가 참 많습니다. 차들 사이사이, 큰 돌 사이를 메꾼 작은 돌들같이 도로를 가득 메운 오토바이들은 단순한 일상 풍경을 넘어 마치 자연경관처럼 느껴집니다. 신비한 광경에 많은 여행객이 매료되어 너도 나도 사진으로 담아오고, 여기저기서 재미있게 이 이야기를 풀기도 합니다. 하지만! 거제에 오면! 나름 굉장히 유사한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아마 저녁 5시쯤 되면 거제도 조선소에 계신 노동자분들이 다 같이 퇴근하시나 봅니다. (자세히는 모릅니다) 이 근처 시간쯤에 장평 교차로나 고현 4번 교차로 쪽을 가게 되면 회색 작업복을 입은 수많은 노동자분이 오토바이를 타고 차들 사이사이를 메우고 있습니다.
어쩌면 원래 다른 지역 공단 근처도 이럴지도 모릅니다. 주차 자리가 없어서 그런지, 가까운 곳에 사셔서 오토바이가 편해서 그런진 몰라도 이 풍경을 처음 본 저에겐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정말 베트남이 딱! 생각났습니다. 멀리서 볼 땐 그래도 참 신기한 정도였는데, 옆에서 같이 운전해보니 정말 정말 힘들고 무서웠습니다. 보통 거제도에 대해 얘기할 때, 오토바이가 많은 것은 대부분 얘기를 안하시던데 저에겐 다른 자연풍경보다 이 광경이 참 신비하고 좋았습니다.
간혹 친구 중에는 타지를 거의 다니지 않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런 친구들과 대화하다 보면, “은욱아, 거제도에 있으면 점심은 물고기 낚아서 잡아먹어?” 라던지, “우와~ 넌 바다 매일볼 수 있어서 참 좋겠다~” 혹은, “항상 배 타고 다니면 참 힘들겠다...”와 같은 수많은 걱정과 부러움을 하곤 합니다.
야생에서 살지 않는 저는 “아니야... 오늘은 집 앞 버거킹에서 점심을 먹고, 2분 정도 운전해서 스타벅스 드라이브 스루에서 후식을 사먹어. 흑흑” 이라던지 “거제도는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라 바다 안 보이는 곳이 훨씬 많아... 흑흑...” 혹은 “거제도엔 육지와 연결된 아주 큰 다리와 터널이 있어서 차 타고 다녀...흑흑흑” 이라고 대답합니다. 아마 이 섬은 친구들 상상만큼 시골은 아닌 듯합니다. 제가 남미 어딘가 아마존 근처에서 군복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혹시 관심이 생기셔서 휴양을 오시고 싶다면, 어떤 분들이 오시면 좋을지 한 번 추천드려 보겠습니다.
우선, 자연과 함께 펜션 및 호텔에서 호캉스를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 참 알맞을 것 같습니다. 노을이 지는 바다를 보며 고기도 굽고, 풀빌라 수영장에서 발을 퐁당퐁당 담구고. 해변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아서 (해운대보다 적다는 것이지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너르게 놀기도 좋습니다.
낚시와 등산을 좋아하고, 산길 드라이브를 즐긴다면 더욱 환영합니다. 큰 섬이지만 해안도로라고 부를 만한 도로가 거의 없습니다. 인구에 비해 섬이 커서, 자동차가 필수입니다. 관광지들도 거리가 멀어 조금은 여유롭게 계획을 잡는게 좋습니다. 여러모로 여유를 즐기고 유유자적하기엔 좋습니다. 저도 이제 연애를 시작해서 거제도를 구석구석 다녀보려고 합니다. 거제도에서 뵐게요!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