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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추천도서 - 꼰대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2019년 9월 23일 영국의 BBC는 오늘의 단어로 한국의 ‘꼰대’를 선정했습니다. BBC는 이 단어를 “자신이 항상 옳다고 믿는 나이가 많은 사람”으로 정의했습니다. 물론 은어인 이 단어의 정의가 명확한 것은 아닙니다. 치과의사들의 귀에는 쏙 들어오는 ‘틀딱’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틀니를 딱딱거리는 모습을 연상시키는 이 말도 꼰대같이 늙어가는 사람을 말합니다. 지금은 ‘젊은 꼰대’라는 말도 많이 하는 것으로 보아 나이로 가늠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꼰대라는 말을 듣는 것은 마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강요하는 어른이 되는 것 같아서 듣게 되면 기분이 좋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직원들에게 잔소리할 때에도 이제는 ‘내가 꼰대가 되어가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꼰대와 같이 사회적으로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의 선택이 항상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두에게 좋은 일, 혹은 모두에게 나쁜 일도 없습니다. 발전이나 변화, 혁신같이 좋게 들리는 말도 모두에게 좋지는 않을 겁니다. 꼰대질하는 사람의 지적이 듣기는 싫어도 들어야 할 때가 있는 법입니다. 진정한 어른의 꼰대질은 돈 주고도 받기 어렵습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내가 꼰대가 되는 것이 두려우면서도 막상 나한테 꼰대질하는 사람이 없는 것이 서운할 때도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더 책을 찾아 읽는 것은 그런 진정성 넘치는 어른의 꼰대소리가 듣고 싶어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서 반드시 필요한 세계 경험
꼰대 싫어하면서도 가끔은 진정한 꼰대가 그립기도

『어른이 된다는 것』 서커스, 2021

 

쓰인 지 오래된 책이 다시 나오는 것은 분명 이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읽을 ’가치‘가 있으므로 재출간됩니다. 20년 가까이 된 책이 다시 나왔습니다. 이 책의 원제는 ‘아저씨적인 사고’입니다. 아저씨는 전후 일본, 그것도 1950년부터 1960년대 중반쯤까지 저자의 주위에 있던 ‘근면하고 민주적이며 평화를 사랑하고 가족을 생각하는 일본의 평범한 남자’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그런 가장이 표준적인 ‘어른’이 되어버린 것을 안타까워합니다. 우리가 꼰대를 싫어하면서도 가끔은 진정한 꼰대를 찾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이 책은 우리를 예전의 낯익은, 하지만 지금은 꽤 낯선 풍경으로 데려갑니다. 그 풍경이 낯설어 너무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 돌아온 현실은 예전과는 조금은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자는 젊은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자기 해체와 자기 재생을 반복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다른 세계’와 ‘타자’를 만나는 것을 이 책에서도 꽤 많이 경험해볼 수 있습니다.

 

 

크래프톤의 비전, 의사결정, 투자 등 경영철학 망라
흥미진진한 10년의 도전 역사·성공 신화 ‘한눈에’

『크래프톤 웨이』 김영사, 2021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미국의 글로벌 기업들의 성공신화를 다룬 책들은 아주 많습니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이 책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게임 기업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신화를 읽을 수 있는 책이 나왔지만, 게임에 문외한인 제가 쉽게 선택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대표 장병규의 메시지라는 코너가 곳곳에 있는데 무심코 펼친 곳에서 이 글을 보고 일독을 하고 싶은 욕구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여러분은 화성에서 온 프로그래머와 금성에서 온 기획자, 지구에서 온 경영진과 소통해야 합니다. 더군다나 게임의 재미는 측정하기도 관리하기도 예측하기도 어려운 영역입니다. 대화와 공감이 중요하겠죠. 집에 틀어박혀 취미에 빠진 오타쿠가 게임 만들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게임 말고 사람도 세상도 봅시다.” 이 책에는 크래프톤의 비전과 의사결정, 투자, 소통, 도전, 인재 등에 대한 경영철학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경험을 이렇게 쉽게 읽는 것으로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는 것은 행운이라는 생각이 읽는 내내 들었습니다. 마치 게임처럼 흥미진진한 크래프톤의 10년의 도전의 역사가 궁금하시다면 일독을 권합니다.

 

 

독서광인 저자의 평소 책 읽는 삶 엿볼 수 있어
책 얇지만 절대 가볍게 읽히지 않는 무게 느껴져

『책 읽는 삶』 두란노, 2021

 

“당대에 책을 가장 많이 읽은 사람. 무엇이든 읽고, 읽은 것은 전부 기억한 사람.” 저명한 비평가 윌리엄 엠프슨은 C. S. 루이스를 이렇게 평했습니다. 좀 과장한 것 아닌가 싶겠지만 문학과 철학과 고전 영역에서는 사실에 가깝다고 하네요. 루이스는 열 살 때 존 밀턴의《실낙원》(Paradise Lost)을 읽었고, 열한 살 때부터 벌써 편지에 성경과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나오는 구절들을 인용해서 적어 넣기 시작했고, 이후 평생 그 습관은 계속되었다고 합니다.

 

십 대 중반에는 고전과 현대 작품을 그리스어, 라틴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로 읽었습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이력을 가진 독서광이 쓴 ‘책 읽는 삶’이라니 읽기 전부터 꼰대 할아버지의 냄새가 나는 것이 사실입니다. “요즘 책과 옛날 책을 번갈아 읽어야 한다”, “동화, 아이들만의 책이 아니다”, “재미로 읽을 책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등 역시나 책 많이 읽는 꼰대다운 말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습니다. 책은 가볍고 얇지만 절대로 가볍게 읽히지 않는 이유는 역시 저자의 말에 담긴 책의 무게 때문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