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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꼰대의식 버리기

스펙트럼

지난 주에 오랜만에 서점에 가보았습니다. 육아 때문에 서점에 가서 여유롭게 책을 볼 시간이 없었는데, 여유시간이 주어져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젊은 시절에 한가할 때 했던 서점 가서 책 둘러보기를 하였습니다. 항상 서점에서 비소설인 책들을 주로 읽었습니다. 철학이나 재테크, 자기계발서와 같은 내용들을 선호하였었는데, 그날은 재미있는 소설들이 눈에 들어오다가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가 눈에 들어와서 초반부를 서점에서 보다가 구매하고 집근처 까페에서 단숨에 읽어 보았습니다.


주인공인 김부장은 흔히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는 50~60대 꼰대 이미지를 한 사람을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갑니다. 늘 1등으로 출근해서 꼴등으로 퇴근하며, 퇴근 먼저 하는 팀원들에게 한 마디씩 툭툭 던지며, 회식은 고기에 소맥 말아먹고 2차는 맥주집, 3차는 국밥집으로 가는 식으로 묘사합니다.


김부장은 오래 전에 산 자가아파트 시세를 확인하고 본인이 좋아하는 명품 가방이나 시계를 갖고 다니며 속으로 나는 좀 더 나은 사람이라고 비교우위를 확인하며 즐거워하고, 때로는 낡은 차를 타고 다니는 회사 동기를 은근히 속으로 무시하고 있었다가, 자기가 사는 아파트 보다 더 좋은 아파트에 자가로 사는 것을 알고 충격 받고 기분이 나빠 하기도 하는 지극히 못난 인간적인 모습도 보여줍니다. 그리고 본인의 시각으로 세상을 판단하고 모르는 것을 인정하기보다 잘못된 거라고 무시하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책의 후반부에 김부장의 상무가 본인은 휴가도 마음대로 쓰게 하고 일하다가 불편한 거 있으면 바로 해결해주려 하고 다른 부서랑 업무적으로 일이 꼬이면 풀어주고 회식도 밤 늦게까지 고기에 소주가 아니라 팀원들이 좋아하는 곳에서 점심에 했다고 충고하며, 팀원은 우사인 볼트여도 되지만 팀장은 히딩크 같은 감독이 되어야 한다고 쓴 소리를 합니다.


저를 한번 되돌아봅니다. 김부장의 이러한 꼰대적 모습들이 전부 저와 겹쳐지지는 않았지만 일부는 다른 겹쳐지는 모습들도 있습니다. 책에서 김부장은 습관적으로 사람의 등급을 나누고 평가하며, 그것에 충실하지 않는 경우 불쾌해 합니다. 팀원인 대리가 외제차를 끌고 오자 어떻게 회사에 상사보다 좋은 차를 끌고 올 수 있는지 당황해하며, 꼰대처럼 보이지 않게 어떻게 얘기해야 하나 고민합니다.


제가 교수에 임용된 지 만 5년이 되었습니다. 저는 김부장처럼 외제차를 학교에 끌고 오면 안된다 이런 생각은 절대 안 합니다. 그렇지만 업무들에서는 이건 교수인 내가 해도 되는 일인가 이런 것들을 은연중에 생각할 때가 꽤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 직장과 상관없는 다른 곳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도 저의 태도와 행동을 돌아봅니다. 모양 빠지는 일이 되지 않는지도 고민을 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한국문화권은 매우 보수적이어서 윗사람은 어때야 하고 아랫사람은 어때야 한다는 의식이 아직도 우리 세대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꼭 그것은 직장이 아니어도 가정이든 매장이나 식당에 갈 때도 은연 중에 또는 당연하게 성별, 나이, 직위에 맞는 태도와 행동을 해야 하고 그것이 아니면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저를 포함해서 많습니다.


그러한 문화가 창의성을 억압하고 개인과 조직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는 얘기는 이제 너무 상투적입니다. 관례적인 불필요한 일들이나 문화들이 한국사회에서는 여러가지 갈등의 원인이 되곤 합니다. 성별, 나이, 직위에 맞는 행동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과이긴 합니다. 직장은 매출액이나 사업수행으로 판단해야 되고, 가정은 본연의 기능인 육아와 사회구성원의 유지이며, 식당은 서비스와 맛입니다. 하지만 뭔가 안 해도 되지만 정치적이거나 관례적으로 해온 일들도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앞으로는 조직이든 개인이든 본연의 기능에 맞는 일인지 아닌지 그리고 꼭 해야 되는지 주의 깊게 고민을 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젊은 시절 저의 의식과 행동들을 돌이켜보면 지금은 시대착오적인 것들이 많았었습니다. 웃기게도 그 때 저는 타인들보다 더 진보적이고 개방적이라고 착각하였었습니다. 아마도 지금의 의식과 태도도 아무 생각없이 시간이 지나면 또 그렇게 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꼰대란 나이가 드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지 않고 이전 방식을 무조건 고수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아무 생각없이 해오던 생각과 행동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자 합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