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과 알파고 대국 이후 국내 인공지능 산업은 활황기를 맞았다. 마찬가지로 치과나 의과를 비롯한 의료분야에서도 인공지능에 많은 자본과 노력을 투입하고 있다. 목적은 약간씩 다르다. 학계에서는 의료 기술 발전, 업계에서는 차세대 의료시장을 노린 포석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분야별 인공지능 발전 상황과 치의학 인공지능 기술에 대해 짚어본다.
#학계 “AI 연구는 명확한 추세”
최근 학계에서는 인공지능 관련 연구가 한창이다. 발표되는 논문도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교정, 치주, 보존, 법치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가 진행 중이고 플라크나 잇몸 또는 치근막, 골다공증과 연계해 다양한 치과 질환을 진단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파노라마와 CBCT를 통해 치아 형태를 자동 추출하는 기초데이터 사업과 다량의 세팔로 이미지를 통한 인공지능 데이터 구축사업이 대표적이다.
특히 치과 방사선 사진이나 현미경 이미지 등을 이용해 치아 위치 탐지와 치식 인식, 질환(치아우식, 치주질환, 치근단 질환, 구강 악성병소) 탐지, 측두부 계측점 탐지, 의료영상 품질 향상, 보철물 변연 예측을 수행하는 알고리즘이 제안되고 있다.
최근 카오미가 참여한 19억 원 상당의 국책사업은 IT업계와 치과학회의 공동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카오미에 따르면, 인체 내 식립 임플란트를 정확히 식별키 위해 약 16만개의 식립 임플란트 영상데이터가 사용될 예정이다. 해당 사업의 연구 결과는 향후 진행될 임플란트 연구나 사업에 중요한 기초데이터로 활용될 전망이다.
국내 치과 AI 분야의 리더로 꼽히는 이원진 교수(서울대 영상치의학교실)와 다양한 치과 AI 연구를 수행 중인 허민석 교수(서울대 영상치의학교실)는 “근래 치과에서도 인공지능 관련 연구가 본격적인 추세에 올랐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엔 영상에서 병소를 찾으려면 전문가의 수작업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제는 전문가가 병소 위치를 표시한 다량의 데이터를 AI에 학습시키면 병소를 자동적으로 인식해서 알려주는 시대”라고 첨언했다.
최근 허민석 교수 등을 주축으로 관련 학회 출범도 예정됐다. 학회명은 (가칭)대한인공지능치의학회로 인공지능 기술의 성공적인 치과의료 적용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 향후 AI 관련 치의학 연구 역시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업계 “패러다임 대전환 곧”
업계에서도 AI 사업은 단연 화두다. 국내 AI 업체 덴컴에서는 은평성모병원 등과 협조해 음성인식 덴탈 소프트웨어를 현장 적용 중이다.
소프트웨어가 치과의사 말을 인식해 자동으로 차팅해주는 시스템으로, 치과 관련 모든 상세 데이터를 복합적으로 입력할 수 있어 주목된다.
임병준 덴컴 대표는 “치과에서 손으로 작성하고 나중에 타이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곧 음성인식차팅이 주가 되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미국에서는 음성인식 기술을 도입한 치과가 10%를 넘어섰다”며 “굉장히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막대한 데이터가 기반인 ‘데이터 덴티스트리’를 가시화하려는 노력도 엿보인다. 방대한 데이터를 베이스로 치과의사에게 합리적인 진료계획을 추천하고 환자별로 가능한 보험 청구까지 알려주는 AI 시스템도 조만간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A 치료만 하던 치과의사에게 B와 C 치료도 청구가 가능하다는 정보를 알려주는 방식이다. 치과 보험 수익 증대 가능성과 함께 AI가 제시하는 객관적인 자료인 만큼 과잉진료에 대한 환자들의 불신 해소에도 일부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형병원에서 사용 중인 교정진단 지원 솔루션도 눈에 띈다. 치과 교정진단에 필요한 세팔로 랜드마크를 자동 검출하고, 계측 및 분석을 지원하는 이 솔루션에는 환자 임상데이터 20만여 개가 AI에 주입된 만큼 정확도가 높다.
허수복 DDH 대표는 “99.8%의 정확도로 서울대 교정과뿐 아니라 시카고, 애리조나, 플로리다대학에서도 반응이 긍정적”이라며 “추후 AI가 치아색상을 측정하고 치아 형태도 제시하는 솔루션도 내놓을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정부 지자체 “차세대 산업 지원”
식약처에서는 이 같은 시류 속에 2018년 인공지능 기반 의료기기에 대한 첫 허가를 시작으로 다수의 허가를 내주고 있다. 치매, 전립선 등 의과 계열 기기부터 골연령과 치과영상을 분석하는 제품까지 다양하다.
교육부에서도 AI 인재 양성을 위해 대학 내 학생 증원 규정을 완화하는 등 관계부처에서 지원책을 잇따라 내고 있다.
광주광역시 등 일부 지자체 역시 지역 의료산업을 위해 AI 의료지원 플랫폼 구축을 지원할 의료기관을 모집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모 치과 AI 관계자는 “국가나 기업에서 기술력 확보를 위해 AI 의료에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대규모 자본과 상당한 노력이 투입되고 AI 연구나 사업에 대한 노하우가 쌓여가는 만큼 조만간 많은 것들이 바뀔 것”이라며 “메디컬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치과에서도 이런 시류에 맞춰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데이터를 활용한 치과 인공지능 시대는 계속 성장할 것이고 치과의 많은 것을 바꿀 것”이라고 예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