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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마을 차차차, 그리고 동네치과의사

시론

요즘 우리나라의 드라마 컨텐츠의 위력을 실감한다. K-드라마의 인기는 국내는 물론 아시아권 국가에서 이미 있어왔지만,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방식의 혁신으로 K-드라마의 접근성이 높아짐에 따라, 드라마를 즐겨보지 않던 필자도 자연스럽게 K-드라마에 빠져들고 있다.

 

최근 정주행한 드라마는 ‘갯마을 차차차’이다. 여주인공의 직업이 치과의사라는 소식을 듣고, 어떻게 드라마에서 치과의사라는 직업을 묘사할까 호기심에 정주행을 시작했는데, 종영을 한 지금까지도 넷플릭스 전세계 컨텐츠 순위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필자는 어촌 마을에서 이웃 간의 대소사를 함께 하며, 서로 사랑과 정을 나누는 모습들을 보며, 삭막한 도시의 외로운 현대인들에게 따듯한 위로의 차 한잔을 건네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었다. 

 

이 드라마는 2004년 영화 <홍반장>을 각색한 드라마로, 드라마 속 치과의사 윤혜진은 전문의 수련을 마치고 어느 정도 규모의 치과에서 봉직의로 근무하는 유능한 치과의사이다. 하지만, 혜진은 환자의 이익보다는 치과의 수익을 우선하는 대표원장과의 갈등으로 인해 치과를 그만두게 되고, 여행을 떠난 강원도의 어촌마을에 우연한 계기로 개원하게 된다. 드라마 초반, 혜진과 마을 주민의 관계는 치과의사와 환자였지만, 드라마가 계속되면서 혜진은 치과 밖에서 주민들과의 만남을 통해 마을 주민의 한 사람이 되어간다.

 

구강보건학 전공교수로서, 학생들에게 지역사회 구강건강문제 해결과 구강건강증진을 위해 치과의사의 진료실 밖 활동을 강조해 온 입장에서, 혜진의 이러한 행보는 우리 학생들에게 좋은 사례로 소개해도 좋을 법 하다. 혜진이 마을 주민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치과와 자택이 마을 안에 함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도시화가 덜 진행되었던, 과거 6~70년대에는 병의원과 자택이 위아래 같은 건물에 위치해 있어, 밤늦은 시간에 환자가 찾아와 진료를 요청하는 장면이 왠지 낯설지 않게 그려진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요즘 현실에서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읍면 단위 또는 지방 중소도시에 위치한 치과라 하더라도, 자택은 수십km 멀리 떨어진 대도시에서 출퇴근하는 원장의 사례를 종종 접한다. 가장으로서 자녀 교육과 가족구성원의 윤택한 삶의 질을 위해, 고단하지만 긴 출퇴근 시간을 감수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겠지만, 그로 인해 지역주민의 삶과 문제에는 관심을 덜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루틴에 빠지게 된다.


우리 사회는 특히 자신과 동질감을 느낄 때, 상대방을 더 신뢰하고 이해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외지에서 출퇴근하는 원장이 근무하는 A치과와 우리 동네 사람이 원장인 B치과 중, 사람들은 어디를 더 신뢰하고 먼저 찾아 갈까.

 

우리 동네의 한 사람으로서 필자의 개인적인 바램은 우리 동네 치과 선생님은 나의 이웃이였음 좋겠다. 우연히 같은 공간에서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우리 아파트 지하 헬스장에서 마주쳤으면 좋겠다.

 

그리고 치과진료실에서 다시 마주한 치과 선생님께는 내 아픈 이를 두려움 없이 믿고 맏길 수 있으리라. 그리고 언젠가 우리 동네 치과선생님이 내가 운영하는 화정횟집에 가족과 함께 찾아오면, 오늘 들어온 활어 중 더 크고 싱싱한 놈으로 맛있게 음식을 만들어 주리라. 우리동네 치과선생님도 그때 내게 그래줬던 것처럼...

 

오늘도 도심 속 치과진료실에서 고군분투하는 치과의사 선생님께 ‘갯마을 차차차’ 속 치과의사 윤혜진을 꼭 만나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