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문화 중 하나는 위계질서이다. 위계질서의 사전적 의미는 관등이나 직책의 상하관계에서 마땅히 있어야 하는 차례와 순서로 풀이되며, 연공서열이란 말이 함께 연상된다. 다시 말해, 서열이 짬밥 순으로 정해진다는 것이다. 어릴 적부터 나이로 구분된 단체 돌봄과 의무교육, 그리고 대학과 군대, 회사 생활로 이어지는 조직문화에 노출된 우리는 위계질서와 연공서열을 당연하게 인식하는 한편, 남을 향한 위계질서를 강조하면서도, 본인을 향한 위계질서는 불편해한다. 위계나 서열은 강력한 규율이나 원칙에 의해 오직 하나의 기준으로 매겨졌을 때는 구성원들이 쉽게 동의하고 따를 수 있다. 하지만, 다양성과 개인주의가 존중되는 현대 사회에서 수직적 위계질서와 상명하복 문화는 오히려 조직의 소통과 성과를 저해할 거라는 건 이제는 상식적인 이야기이다. 1997년 괌에서 22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대한항공 여객기 사고의 원인이 기장과 부기장 사이의 군대식 위계 문화와 우리 말의 복잡한 경어체계로 인한 소통의 문제임이 밝혀진 후, 대한항공은 민간 출신 조종사 비율을 늘리고, 영어 의사소통을 표준화하여, 항공기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는 것은 위계질서의 단면을 보여준 유
그동안 필자가 경험한 5년 주기의 대통령 선거, 4년 주기의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를 돌이켜보니, 우리나라는 매 2년 또는 1년마다 선거를 치러왔음에 새삼 놀란다. 2022년 올해는 대선과 지방선거가 연이어 열려, 우리 국민들의 정치권에 대한 기대감과 피로감은 그 어느 해보다 크지 않을까. 매 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 후보들 못지않게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지역사회 시민단체들이다. 시민사회단체는 비정부 조직(NGO, Non-Government Organization)이면서 시민사회의 의견과 주장을 상시적으로 대변하는 시민사회조직으로 공론장에 의견 개진을 통해 시민사회의 지지자들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정보나 기업, 언론 등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시민들의 요구를 대변함으로써 대의 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기능을 맡고 있으며, 정부나 정치권이 시민들의 요구가 결집되어 있는 시민사회단체의 주장에 귀 기울이는 것은 민주주의 발전의 중요한 기반이다(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따라서, 시민단체에겐 매번 열리는 선거는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하는 중요한 기회이기도 하다. 다행스럽게도 매 선거마다 부산 지역사회의 구강보건문제에 관심을 갖고
우식경험영구치아수(DMFT)는 개인의 우식경험을 나타내는 지표로 우식(Decayed) 치아수, 우식으로 인한 상실(Missing) 치아수, 치과에서 우식치료를 받아 충전 또는 크라운을 씌운(Filled) 치아수를 모두 합한 값을 의미하며, 0부터 최대 28까지의 값(사랑니 제외)을 가질 수 있다. 한 집단의 DMFT는 그 집단 전체의 개인당 DMFT의 평균값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8년 보건복지부 아동구강건강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2세의 DMFT는 1.84로 나타났으며, 12세까지 영구치 WHO Oral Health Country/Area Profile Project 홈페이지(https://capp.mau.se)를 통해 각 나라의 DMFT를 확인할 수 있다. 이웃한 나라인 북한(1991년 기준), 일본(2016년 기준), 중국(2015년 기준)의 12세 DMFT는 각각 3.00, 0.80. 0.88이며, 덴마크(2014년 기준)는 0.40으로 매우 낮음을 알 수 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발행한 2021년 구강보건사업 안내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DMFT 평균 1.2개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영구치 우식증은 만 6세부터 증가
새 학년을 앞둔 2월이면, 으레히 2학년 총대? 학생이 찾아와 면담을 요청한다. 새 학기 수업에 필요한 교재와 준비물, 전달 사항을 미리 확인하려는 것이다. 어떤 분들에겐 총대라는 말이 어색하게 들릴 수 있겠다. 필자의 출신 대학에서는 과대(과 대표의 줄임말)라고 했고, 학기별로 선출했으나, 필자가 근무하는 이곳 대학에서는 총대라 부르며, 임기는 해당 학년 전체 기간이다. 총대라는 말이 총 대표의 줄임말로 추측되지만, 개신교 각 교단의 총회의 대의원을 일컬을 때도 사용되는 표현이라고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2학년 총대가 찾아왔고 1학기 예방치과학 강의 및 실습 수업 계획과 교재 정보를 전달해 주었다. 총대에겐 긴장된 첫 만남이겠지만, 매년 새로운 총대를 만나는 필자에겐 또 다른 인연의 첫 만남인 것이다. 총대를 처음 만나면 항상 묻는 질문이 있다. 왜 총대를 멨는가? 이 말 뜻 그대로, 아무도 나서서 맡기를 꺼리는 공동의 일을 대표로 맡은 이유를 물은 것이다. 필자도 대학생 시절 2학년 1학기 과대를 맡은 적이 있지만, 지금 그 이유를 다시 생각해보면, 할려는 사람이 딱히 없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 학창시절 반장 한번 못해본 아쉬움의 발로였다. 이 질문에 총대
올해 9월 부로 필자가 이곳 대학의 교수로서 활동한 지 만 10년이 넘었다. 필자는 대학 부임 후 예방치과학을 계속 강의해왔고, 공중구강보건학은 같은 교실 김진범 교수님께서 담당해오셨다. 하지만, 김진범 교수님의 정년퇴직에 따라, 이번 학기 처음으로 공중구강보건학 수업을 떠맡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해당 교과목의 부담감이 상당히 컸다. 치의학의 한 분야로서 공중구강보건학, 예방치과학과의 차별성, 의학 안에서 발전해온 전통적인 보건학의 주요 개념과 최신의 보건학 지식들을 사이에서, 매주 1시간, 14주의 강의 기간에 무엇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다행스럽게도 2019년 필자를 포함한 각 대학의 전공 교수들이 공저한 공중구강보건학(대한나래출판사) 교과서가 있기에 안심하기도 했지만, 치의학 중심 내용 구성과 부족한 컨텐츠로 인해, [예방의학과 공중보건학 4판, 대한예방의학회 편, 2021.3] 교과서와 때마침 발간된 강릉원주대학교 예방치학교실 정세환 교수께서 집필한 [사람중심의 구강건강관리. 2021.8] 교재를 많이 참고하였다. 매주 수업을 앞두고 긴장과 스트레스가 컸지만, 이 수업을 통해 가장 많이 배운 사람은 수강 학생이 아닌 필자였다.
요즘 우리나라의 드라마 컨텐츠의 위력을 실감한다. K-드라마의 인기는 국내는 물론 아시아권 국가에서 이미 있어왔지만,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방식의 혁신으로 K-드라마의 접근성이 높아짐에 따라, 드라마를 즐겨보지 않던 필자도 자연스럽게 K-드라마에 빠져들고 있다. 최근 정주행한 드라마는 ‘갯마을 차차차’이다. 여주인공의 직업이 치과의사라는 소식을 듣고, 어떻게 드라마에서 치과의사라는 직업을 묘사할까 호기심에 정주행을 시작했는데, 종영을 한 지금까지도 넷플릭스 전세계 컨텐츠 순위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필자는 어촌 마을에서 이웃 간의 대소사를 함께 하며, 서로 사랑과 정을 나누는 모습들을 보며, 삭막한 도시의 외로운 현대인들에게 따듯한 위로의 차 한잔을 건네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었다. 이 드라마는 2004년 영화 <홍반장>을 각색한 드라마로, 드라마 속 치과의사 윤혜진은 전문의 수련을 마치고 어느 정도 규모의 치과에서 봉직의로 근무하는 유능한 치과의사이다. 하지만, 혜진은 환자의 이익보다는 치과의 수익을 우선하는 대표원장과의 갈등으로 인해 치과를 그만두게 되고, 여행을 떠난 강원도의 어촌마을에 우연한 계기로 개원
며칠 전, 온라인 세미나를 통해 Woosung Sohn(Uni. of Sydney, Sydeny Dental School, Chair of Population Oral Health) 교수의 “Closing gap in oral health disparities, 구강건강격차 줄이기” 강의를 들었다. 공중구강보건학 분야 주요 이슈 중 하나이지만, 전공자로서 이 주제에 대해 한동안 무관심했음을 반성했다. 구강건강불평등에 대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 그리고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우리나라에 구강건강불평등 이슈가 제기된 건, 2000년대 중반으로 기억한다. 당시 우리 사회의 화두 중 하나는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더욱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 해소였으며, 양극화 현상의 대표적인 사례로 건강불평등 문제가 학계와 언론의 주목(2006 연중기획 함께넘자 양극화, https://www.hani.co.kr/arti/SERIES/7)을 받고 있었다. 시의적절하게, 구강건강불평등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 석학인 Aurey Sheiham(University College London) 교수와 공동연구를 수행한 정세환(강릉원주대학교 예방치학교실) 교수는 구강건강불평등 문제를 국내에
인터넷에서 정보 검색의 우선 수단으로 포털 사이트, 구글 검색보다 유튜브 검색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증가하였다. 유튜브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치과의사들도 자신들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대중이 관심을 끌만한 치과, 구강건강을 주제로 한 다양한 컨텐츠들을 생산하고 있다. 그 중 치과의사가 가장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주제가 구강관리용품의 사용법과 구강관리방법일 것이다. 한 예로 유튜브에서 칫솔질을 검색하면, 치과의사가 올린 조회수 10만 이상의 여러 영상들을 확인할 수 있다. 대학에서 예비치과의사들에게 구강관리용품의 근거에 기반한 올바른 활용에 대해 교육하는 입장에서 치과의사들이 올린 유튜브 영상의 내용들을 꼼꼼히 살펴보게 되는데, 유익한 내용들이 다수이지만, 최신의 학술적 근거나 가이드라인의 언급 없이 개인의 의견을 강하게 피력하거나, 자신의 소홀한 구강관리습관을 가볍게 합리화하는 듯한 모습에서, 대중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우려스럽기도 하다. 필자는 이번 학기 본과 2학년을 대상으로 예방치과학 강의 및 실습 강좌를 운영하였다. 주요 내용에 구강관리용품의 이해와 올바른 활용이 포함되어 있었고, 본 수업을 통해 수강생들이 성취도를 평가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내가 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접촉자 통보를 받았다고 가정해본다. 밀접접촉자의 기준은 무엇인가? 미국질병관리 홈페이지에서는 감염자와 6피트(1.8미터) 이내에서 총 15분 이상 접촉한 사람을 말하며, 감염자는 증상 발현이나 양성 판정 받기 48시간 전부터 코로나19를 전파할 수 있다고 한다. 감염자 주위에 있는 동안 마스크를 쓰고 있었더라도, 변함없이 밀접 접촉자로 간주한다고 한다. 나름 구글 검색에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하는 내가 우리나라 밀접접촉자 기준을 찾아봤으나, 지자체, 기관 별로 조금씩 상이하고, 개인들이 올린 내용은 출처가 불분명하다. 그 중, 의료환경에서 밀접접촉자 분류기준이 나와 있었다. [의료종사자]는 적절한 개인보호구를 착용하지 않고 환자와 직접 접촉한 모든 직원, [외래 방문시 노출된 접촉자]는 환자와 대기실 또는 밀폐된 환경에서 같은 시간에 머무른 자, 병원의 어느 공간이든 환자와 1미터 이내의 거리에서 15분 이상 머무른 자로 소개되어 있다. 하지만, 밀접접촉자 최종 분류는 접촉강도를 확인 후에 역학조사관 판단에 따라 지정된다고 한다. 확진자와 같은 공간을 공유했더라도 마스크를 올바르게 착용했다면, 밀접접촉자로 분류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미국에 사는 처남으로부터 카톡 메시지를 받았다. 충치 치료에 대한 문의였다. 며칠 전부터 상악 제2대구치 부위에 찬 거에 시렸는데 핸드폰 불빛을 비춰보니, 꽤나 큰 충치가 발견됐단다. 아직 치과는 가보지 않았고, 알아보니 root canal treatment나 filling을 조금만 해도 200만원은 족히 나올 것 같단다. insurance가 있긴 한데, 절반 밖에 커버를 안 해준단다. 이런 경우에 한국 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치료를 받는게 나을지, 아니면 하루라도 빨리 가서 돈이 많이 들더라도 치료를 받아야 할지를 긴 장문의 카톡 문자로 물어왔다. 30대 초반의 나이에 먼 타지에서 학업과 일을 병행하며, 아내와 아이를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치아 통증과 불편보다는 미국에서의 높은 치과진료비가 걱정되었는지, 치과의사인 매형에게 우선 상담을 해온 것이다. 나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우선 치과에 가서 구강카메라와 X-ray 사진을 찍어 치아 상태를 확인한 뒤, 신경치료를 할지 단순 수복치료를 할지 결정해야 한다. 당장 치료가 급한 건 아니니, 우선 첨단칫솔(uni-tuft brush)를 구입해 1450ppm 고농도 불소치약으로 충치가 생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