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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과 2023년 건치아동 선발대회

시론

치과人들과 국민들이 기분좋게 소통하는 단어 중에 단연 으뜸인 단어는 “건치”일 것이다. 치과의사가 건네는 “당신은 건치입니다”라는 한마디에, 환한 웃음을 짓는 그 사람의 얼굴이 연상된다. 건강한 치아의 줄임말이 분명할 터인데, “건치”는 고유명사로도 손색없는 멋진 단어이다.

 

건치가 이렇게 국민들로부터 환영받게 된 이유를 추측해 보건데, 아마도 치과계의 건치아동, 건치연예인, 건치방송인 선정과 이벤트를 지역치과의사회를 중심으로 곳곳에서 꾸준히 추진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건치신문의 ‘2005 건치 연예인 선정’ 기사를 통해, 서울시치과의사회의 건치 연예인 및 방송인 선발은 당시 14회째를 맞았다고 하니, 1992년 처음 시작된 것을 알 수 있다. 선발 과정은 개원 치과의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였다고 한다. 치의신보를 검색해보니, 2000년 건치연예인은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린 가수 임창정이다. 우리 치과의사 단체가 당대 최고의 연예인과 방송인에게 시상을 하고, 그들은 밝은 미소로 치과인들의 축제인 치아의 날을 축하해주는 서로가 윈-윈(Win-Win)하는 멋진 이벤트였다.

 

더 거슬러 올라, 대한뉴스 1968년 6월 15일 자 제679호-토막소식(https://youtu.be/qkGdLVOkvQw?t=36)에는 제23회 구강보건주간 기념식에서 튼튼한 이를 가진 건치미인(미스덴탈), 건치아동을 시상했다고 한다. 이날을 기념해 박정희 대통령은 이동치과진료버스 10대를 마련하여 기증하고 산간벽지 순회를 진료토록 주선했다고 한 걸 보면, 당시 치과계의 건치인 시상의 위상이 매우 높았으리라 예상된다. 1975년 건치아동, 건치미인 선발대회(https://www.youtube.com/watch?v=vbjD0x8If2Y) 뉴스영상과 6~70년대 치과계 뉴스 영상(https://www.youtube.com/watch?v=PhUn-KIg69k)과 예능프로에서 소개한 영상(https://youtu.be/UBmi7Z5_SNs?t=261)이 흥미롭다.

 

다행스럽게도 건치아동 선발대회는 최근까지 이어져 왔다. 서울시치과의사회가 제74회 구강보건의 날을 맞아, 2019년 서울시 건치아동 선발대회를 개최한 영상(https://www.youtube.com/watch?v=iS15DF1OT0M)을 찾아볼 수 있었고, 부산광역시 치과의사회가 주관한 최우수 건치아동 선발대회 소식뿐만 아니라(https://www.dailydental.co.kr/news/article.html?no=106318), 구·군 단위 보건소와 지역치과의사회 중심으로 건치아동 선발대회 소식도 찾아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3년간 선발대회는 잠시 취소되었었지만, 올해에는 일부 지역치과의사회를 중심으로 한 건치아동 선발대회가 재개될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광역시 치과의사회에서도 건치아동 선발대회를 준비 중이다. 필자는 올해 처음으로 행사 준비의 자문 역할을 맡게 되어, 그간의 건치아동 선발대회의 역사와 타지역과 부산시의 선발대회 과정을 살펴보게 되었고, 누가 건치 아동인가, 그리고 어떻게 선발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충치와 덧니가 없는 깨끗한 치아와 부정교합이 아닌 치열을 가진 아동은 건치 아동임이 틀림없지만, 아동에게 있어 충치와 덧니, 부정교합은 어린이가 어쩔 수 없이 갖게 된 유전적, 환경적 요인임을 안다. 우연히 좋은 부모를 만나,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아 좋은 환경 아래 성장한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를 두고 치과의사들이 누가 건치인가를 우열을 매기는 것이 건강한 사회의 가치일까? 과거 우량아 선발대회에서는 20개월 남짓 유아들을 가축 심사과정과 유사한 방식인 몸무게와 신체의 특정 부위의 크기로 점수로 순위를 매겼다. 우량아 선발대회는 국민의 생활수준과 의식수준이 높아지고, 분유회사의 상업 수단, 우생학 잔재 논란 및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비판과 함께, 88올림픽 전후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오랜 전통의 건치아동 선발대회가 우량아 선발대회의 전철을 밟지 않고, 시민들과 함께 하는 즐거운 치과계 축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2023년 건치아동 선발대회를 상상해본다. 행사명은 ‘부산광역시 건치아동 축제’이다. 부산 관내 초등학생 5, 6학년이면 누구나 참가 신청이 가능하다. 담임선생님을 통해 건네받은 건치아동 구강검진기록지를 들고 가까운 치과를 방문해, 치과의사 선생님께 구강검진을 받고, 온라인 신청한다. 신청서에는 지원동기와 나만의 특별한 구강건강 관리법 작성란이 포함되어 있다. 신청자 중, 추첨을 통해 선발된 150명은 5월 23일 화요일 2시 학생교육문화회관에 모여, 치대, 치위생 대학생의 축하공연과 마술공연, 그리고 구강보건교육 특강, 치과의사 선생님과의 Q&A, 구강건강퀴즈에 참여한다. 현장평가 점수를 바탕으로 1라운드 진출자 30명을 선발하고, 치과의사 선생님들의 구강검진과 치면세균막 검사를 통해, 2라운드 진출자 12명을 선발한다. 12명에 대해 치아우식활성검사 및 타액검사를 수행하고, 모든 점수를 종합한 뒤, 6월 9일 구강보건의날 행사에서 12명은 2023년 부산광역시 건치아동 표창장을 받게 된다.

 

최종 인원을 선발하기 위해 탈락자가 발생하는 상황은 달갑지 않다. 하지만 탈락은 실패가 아니며, 건치아동 축제에 참여 신청한 모든 어린이가 건치 아동임은 틀림없다. 부산시 초등학교 5, 6학년 모든 아동들이 참가 신청하길 바란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