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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강관리용품(Oral Care Product)의 관리

시론

동양 문화권에서는 위생(衛生)이라는 용어는 중국 고전 장자의 한 구절에서 시작되어, ‘건강에 유익하도록 조건을 갖추거나 대책을 세우는 일’과 관련된 표현으로 사용되어 왔으며, 대한제국 시절 광혜원에서 선교의사인 알렌(Allen)이 위생학 강좌를 처음 개설한 이후, 일제강점기 시절 환경위생, 의복위생, 주택위생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하였고, 현재는 개인위생, 공중위생, 보건위생, 식품위생, 구강위생이라는 표현이 널리 쓰이고 있다. 치약, 칫솔과 같이 구강을 청결히 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제품을 구강위생용품이라 부르기도 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는 구강위생용품이란 용어가 익숙하지만, 1986년에 이미 국제표준화기구(ISO) 산하에 ISO/TC106 Dentisty/SC7 Oral care products 위원회가 만들어졌으며, 구강건강을 위해 사용하는 제품에는 청결(hygiene)뿐만 아니라, 구강건강증진과 관리를 위한 제품들이 개발되고, 구강건강을 적절히 관리(care)하는 것이 중요하게 인식됨에 따라, 보다 폭넓은 개념이 oral care products가 국제적으로 더 널리 쓰이고 있다(Google 용어 검색 시 약 11배 차이). 2015년 개정된 구강보건법 제2조 3항에서 ‘“구강관리용품”이란 구강질환 예방, 구강건강의 증진 및 유지 등의 목적으로 제조된 용품으로서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장관이 구강관리용품을 정할 수 있다란 마지막 문구가 의아하다.

 

구강관리용품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며, 매년 새로운 개념과 기능을 표방하는 구강관리용품이 시장에 출시되고 있다. 관련 전공 교육자료, 연구문헌, 업체 분류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 구강관리용품은 1)수동칫솔 2)전동칫솔 3)치약 4)치실 5)치간칫솔 6)구강양치액 7)기타용품(혀클리너, 물사출기, 고무치간자극기, 의치관리용품, 치면세균막 착색제, 큐스캔, 노리개젖꼭지, 치발기 등)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중 치약과 구강양치액은 약사법 상 의약외품으로 이미 분류되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안전하게 관리해오고 있다. 의약외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지정한 ‘질병의 치료·예방’ 등과 관련된 제품을 지칭하며, 의약외품을 제조·수입하여 판매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품목별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으로부터 허가받거나 신고하여야 한다. 따라서 국민들은 치약과 구강양치액의 제품라벨을 통해 제조사와 판매원이 누군지, 어떤 성분이 사용됐는지 믿고 확인할 수 있다.

 

의료기기라 하면, 의료진이 진료 목적으로 병원에서 전문적으로 사용하는 기기라는 인식이 크지만, 국내 의료기기법에 따르면, 의료기기란 사람이나 동물에게 단독 또는 조합하여 사용되는 기구·기계·장치·재료 또는 이와 유사한 제품으로서 질병을 진단·치료·경감·처치 또는 예방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제품 등으로 정의된다. 잠재적인 위해성(인체접촉시간, 침습의 정도, 약품전달여부, 생물학적 영향)과 사용자의 임상적 경험 여부에 따라 의료기기는 1~4등급으로 분류되며, 잠재적 위해성이 거의 없는 의료기기 1등급으로 분류된 치과용 제품에는 치과연마용브러쉬, 치경, 덴탈마스크 등이 있다.

 

미국에서는 칫솔, 치간칫솔, 치실과 같은 구강관리용품이 의료기기 1등급으로 분류된다는 사실이 반가우면서 놀랍기도 하다. 1등급 의료기기를 제조하는 업체는 식약처에 업체 신고를 해야 하며, GMP 심사가 면제되며, 업체의 자율 관리 아래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을 준수하여 판매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칫솔은 의료기기로 관리되고 있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구강건강관리를 위해 매일 입안에 넣어 사용하는 칫솔과 치간칫솔은 도대체 누가 만들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 것일까? 2015년 시행된 어린이제품 안전특별법에 따라 만13세 이하 어린이가 사용하는 구강관리용품은 어린이제품 공통안전기준에 따라 관리되고 있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현재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쓰고 있는 다양한 칫솔과 치간칫솔, 치실은 현행법상 공산품으로 분류되어, 누구나 아무렇게나 만들어 판매할 수 있으며, 누가 어디서 어떻게 얼만큼 만드는지, 안전하게 만드는지 국가의 관리는 전혀 미비한 현실인 것이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예방치과계를 비롯해 치과계가 지속 제기해 왔으며, 그 결과, 21년 10월 보건 당국은 일상생활에서 국민이 자주 사용하는 칫솔, 치실, 혀세정기 등을 적극 안전관리하기로 결정하고, 보건복지부가 칫솔 등을 구강관리용품으로 지정하되, 식약처가 구강관리용품을 위생용품 범주에 포함해서 관리하기로 업무를 조정하였다. 2017년 제정된 위생용품 관리법에 따라, 위생용품이란 보건위생을 확보하기 위하여 특별한 위생관리가 필요한 용품으로서, 위생용품의 종류에는 세척제, 헹굼보조제, 위생물수건, 일회용컵, 일회용숟가락, 일회용빨때, 일회용종이냅킨 등 총 19개 유형으로 분류되어 관리되고 있다. 여기에 구강관리용품이 추가되어 관리될 계획인 것이다.

 

2022년 식약처는 구강관리용품에 대한 안전관리를 위하여 국내외 기준·규격 및 제품 현황 등의 분석을 통해 국내 실정에 적합한 구강관리용품의 기준·규격(안)을 마련하기 위한 ‘구강관리용품 기준·규격 개발 연구’ 용역을 수행하였으며, 필자는 연구책임자로 참여하여 칫솔, 치간칫솔, 치실, 혀클리너에 대한 기준규격(안)을 제시하였다. 연구용역 결과보고서는 정책연구관리시스템(https://www.prism.go.kr/)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후속 시험법 개발과 후속 행정조치가 시행되어, 보다 안전하고 체계적으로 제조, 관리, 유통되는 구강관리용품을 국민들이 보다 관심을 갖고 더 잘 사용할 날을 기대해 본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