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거제도 공중보건의 이은욱입니다. 오랜만에 독자분들을 뵙니다. 평소엔 이런저런 일에 휩쓸려 떠다니다가, 기고 글을 써달라는 치의신보 기자님의 연락이 오면 문득 반가운 기분이 듭니다. 이번엔 또 어떤 치과 일상을 공유하면 좋을지 고민하다, 최근 치과 친구들과 재미있는 주제로 대화를 하였기에 공유해봅니다.
졸업하고 나니 다들 멀리서 일을 하는지라 가끔 시간을 정해 그룹 보이스톡을 하곤 합니다. 힘든 치과 일상과 임상적인 얘기를 조금 나누다, 미래의 치과는 어떤 모습일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저희는 평범한 치과의사들일 뿐이니, 젊은 치과의사들의 재미있는 상상이나 들어본다고 생각해주십시오.
#이은욱
저는 공대를 졸업한 탓인지, 기술의 발전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진단 기술과 빅데이터 및 AI를 접목하는 시도들은 꽤 이루어지고 있고, 다양한 성과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치과는 기술자라고 놀림당할 만큼 손기술이 대단히 중요한 직업입니다. 이처럼 진단보단 수술의 어려움 때문에 더욱 대체 시기가 더욱 늦은 의료분야로 예측됩니다. 그러나, 밀링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기에 미래 치과에선 전부 로봇이 진료를 볼 듯 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상상이 떠올랐는데, 환자의 자세가 supine 자세에서 엎드린 자세로 바뀔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재는 suction과 의사의 시야 때문에 환자는 위를 보고 있습니다만, gagging, 얼굴에 물 튐 등 다양한 단점이 많은 자세입니다. 완벽히 로봇에 의한 진료가 가능하다면, 환자는 엎드린 자세로 진료를 받게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시대가 온다면 치과의사의 역할은 과연 무엇일까요? 치과에서 로봇 관리만 하게 될까요, 치과 로봇의 오류 개선을 위한 피드백을 담당하게 될까요, 아니면 진료는 온전히 로봇과 회사에 맡기고 환자와 “인간적인” 아픔을 소통하는 역할이 될까요? 다양한 치과 재료를 연구할지, 치과 관련 학문을 파고들지, 심미적인 요소를 위해 진료를 예술가처럼 다루게 될지? 친구들과 다양한 미래를 대화해 보았습니다. 러다이트 운동이 떠오르기도 하고 참 묘한 기분이 듭니다. 치과에서 온종일 허리를 편 채로 뒷짐지고 다닐 날이 오게 되는 걸까요.
#오근하
가장 많은 생각을 떠올린 친구입니다. 많은 아이디어를 냈지만, 지면상 담지 못한 내용이 더 많아 아쉽습니다. 근하는 상담마저 로봇이 담당하는 미래를 그려보았습니다. 치과의사는 오롯이 치과 사업만을 담당하게 될 거로 생각했습니다. 치과 로봇들을 고르고, 입지를 잡고 마케팅을 하고... 기공사 등의 직업이 변화되어 치과 내에 치과 로봇을 담당하는 직원이 따로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줄기세포 치아를 잇몸에 심어 재생하는 상상은, 2000년 중반 황우석 시절 흔히 떠돌던 미래 치과에 대한 상상이었습니다. 면접 주제로도 자주 언급되어, 익숙한 원장님들이 많으실 듯 합니다. 하지만 근하는 여기서 상상을 추가해 임플란트하는 환자군과 줄기세포를 심는 환자군이 나뉘어, 빈부격차를 나타내는 하나의 지표가 되는 시점이 있지 않을까 하는 재미있는 생각을 전해주었습니다. 물론, 미래에선 임플란트를 하는 환자들이 가난한 환자군입니다.
또한 최근 수의사와 치과의사 더블 보더를 딴 대단하고 멋진 선배님이 있으시다 들었습니다. 인구는 줄고 반려동물은 늘게 되니, 미래엔 치과의사가 사람 치아보다 동물 치아를 더 많이 보게 되지 않겠느냔 상상도 하였습니다. 치과 전문의 중에 동물 치과 전공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상상과, 수의사와 치과의사의 영역 싸움이 시작되지 않을까 하는 예측도 하였습니다.
#익명의 친구
아주 현실적이고 가까운 미래를 생각했습니다. 인구는 줄어들지만, 치과의사 배출 수는 줄어들지 않습니다. 다른 과에 비해 최정상 이미지를 갖고 있기에 미달이 될 리도 없는 의치대 때문에, 치과의사 1인당 국민 수가 현저히 줄어들게 됩니다. 점점 치과 운영이 힘들어져 어느 순간 치과의사는 쇠퇴할 거로 생각했습니다. 정말 무서운 미래입니다.
다른 친구들도 다양한 얘기를 던져주었는데, 지면상 담지못하여 너무 아쉽습니다. 다음번에 또 재미있는 치과 이야기를 갖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연말 행복하게 보내시고, 저는 내년에 뵙겠습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