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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추천도서 - 바라보기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철학, 문학, 역사, 예술 등 인문학을 배울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인문학 교육과정인 클레멘트 코스(Clemente Course)란 프로그램이 미국에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일부 도입되어서 시행하고 있습니다. 창시자인 얼 쇼리스(Earl Shorris 1936-2012)는 가난한 사람들이 폭력과 온갖 적대적인 사회적 조건들에 포위된 채 가난을 대물림하며 살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를 가난한 이들은 세상과 이웃과 올바로 소통하는 법을 배울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이웃과 소통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자신에 대한 성찰과 자존감을 확보하는 일이며 인문학이 그것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철학자, 작가, 예술가가 직접 되어서 성찰을 통한 창작을 할 수도 있겠지만 대다수 사람은 그 결과물을 ‘바라보기’합니다. 우리가 인문학을 통해 배우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제대로 ‘바라보기’를 할 수 있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야만 물리적인 세상에서 우리 인간이 만들어낸 아름다움을 올바르게 성찰할 수 있습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에게 실시하던 프로그램이 이제는 풍요로운 중산층, 사회적 고위층 이상의 사람들에게도 필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한 사람들이 가난하고 소외된 곳에만 있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제대로 바라봐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은 세상입니다.


다양한 시선에서 바라보는 미술의 ‘끌림’ 전달
코로나 상황서 미술의 역할 등 다양한 내용 담겨

『벌거벗은 미술관』 창비, 2021

 

미술을 제대로 감상하기 어렵다고 하기에는 마음만 먹으면 찾아가서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가 많습니다. 다만 그곳을 찾아가고 싶은 끌림이 우리에게 부족한 것이지요. 이 책은 그러한 ‘끌림’을 전해주는 책입니다. 그리고 미술을 어떻게 다양한 시선에서 ‘바라보기’할 수 있는지도 보여줍니다. 흔히 위대한 미술이라고 얘기되는 고전 미술이 가지고 있는 허점이 무엇인지, 지금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에서 미술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한 내용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강연을 바탕으로 쓰인 글이라 이해하기 쉽고 재밌으면서도 전문성이 느껴지는 탄탄한 교양 수업을 듣는 느낌입니다.

 

책은 모두 4장으로 1장에서는 서양 미술의 고전으로 여겨지는 고대 그리스 미술이 신화화되는 과정을 밝히며, 그 속에 담긴 서양과 백인 중심의 사고방식과 위장된 자연주의, 이상적 미의 허상을 꼬집습니다. 2장에서는 고대, 중세, 르네상스, 근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미술 작품에 드러난 사람들의 표정을 살피며 시대적 배경을 함께 풀어나가는데, 특히 시대별로 ‘웃음’을 유쾌한 것으로 여기기도 하고, 경박하고 죄스러운 것으로 여기기도 하는 모습이 흥미롭게 전개됩니다. 3장에서는 박물관과 미술관 뒤에는 제국주의와 약탈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4장은 흑사병과 스페인독감이라는 세계를 공황에 빠트린 감염병과 그 속에서 미술의 역할과 영향을 반추하며 현재 우리가 처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살펴보는 의미가 있습니다.

 

 

16차례 인터뷰를 통해 깨달은 고령 지식인의 철학
이어령 선생이 전하는 삶과 죽음, 인생에 대한 수업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열림원, 2021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는 지식인 하면 자연스럽게 이어령 선생님이 떠오릅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는 그분의 책을 다수 접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고령의 연세에도 서재에 여러 대의 컴퓨터를 두시고 태블릿 등의 모바일 기기를 능숙히 다루시는 모습을 이전에 도전적으로 보았던 기억 때문입니다. 그러던 선생님이 몇 년 전 췌장암 투병 중임을 밝히셨고 그해 늦가을 즈음하신 이 책의 저자와의 인터뷰가 바로 저자가 그의 삶을 나눈 기준점이라고 언급한 그 인터뷰였습니다.

 

이 책은 이 인터뷰를 이어 이어령 선생님의 조금 더 깊이 있는, 마지막 이야기를 담고자 총 16차례의 인터뷰를 거치며 완성된 것입니다. 이어령 선생님도 본인 스스로 오래 남지 않았다고 하시며 이번 기회에 자신이 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말해주려 하셨습니다. 그렇게 선생님이 전해주시는 삶과 죽음, 즉 우리의 인생에 대한 마지막 수업이 이 책입니다. 우리에게 자기 죽음이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시면서 “내 육체가 사라져도 내 말과 생각이 남아” 있으니 “그만큼 더 오래 사는 셈”이라고. 현재 자신에게 벌어진 “모든 일을 아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털어놓습니다. 이 책을 통해 이어령 선생님이 지금까지 보아왔던 세상, 그가 어떻게 바라보며 성찰했는지 어느 정도는 알 것도 같습니다. 뛰어난 인터뷰어를 통해 탄생한 좋은 책입니다.

 


믿음이 사라지는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 일침
서로 다른 우리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지혜 찾기

『믿는 인간에 대하여』 흐름출판, 2021

 

저자 한동일 교수님의 [라틴어 수업]을 읽어본 독자라면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책입니다. 그만큼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책이니까요. 언어에 관한 수업이 첫 번째 시간이었다면 두 번째는 믿음에 관한 것입니다. 종교와 신앙에 대한 믿음은 아이러니하게도 전쟁과 부정적인 영향력, 불안과 폭력적인 사태를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과 언쟁이 하기 싫다면 종교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것이 그래서 현명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믿음, 믿는 인간’의 의미와 믿음이 우리 삶에서 사라지는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함께 생각해 보자고 저자는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자신이 믿는 종교만이 참되고 옳다고 주장하는 종교적 배타주의, 자신과 다른 신념을 가진 이들을 죄악시하거나 구원받아야 할 대상으로 폄훼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내가 믿는 종교와 다르다는 이유로 비난하며 배타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물질적으로 풍족해졌으나 정신적으로 종교적으로는 여전히 결핍된 우리 사회에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합니다. 조금 낡을 수 있지만 잊어서는 안 되고 또 기억해야 하는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공통의 가치는 무엇이며, 서로 다른 우리가 어떻게 그 차이를 존중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