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협이 현행 저수가 경쟁을 부추기는 단순 가격 비교식 비급여 진료비 공개방식의 문제점과 부작용을 지적하면서 보건복지부를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실질적인 개선작업을 위한 실무회의를 끌어냈다.
치협 비급여 대책위(위원장 신인철)는 지난 1일 열린 보건의료발전협의체(이하 보발협) 회의에 ‘비급여 진료비 공개방식 개선대책’을 공식 안건으로 상정한 가운데, 현행 공개방식의 문제점을 담은 자료를 전달했다.
이날 치협을 대표해 회의에 참석한 신인철 비급여 대책위 위원장(부회장)은 “애초 비급여 진료비 공개 제도의 목적은 환자의 합리적인 가격 선택을 돕기 위한 취지지만 현재의 공개방식은 단순 진료비만을 직접 비교해 국민의 알 권리를 왜곡하고 덤핑 치과와 불법 의료 광고를 양산하는 등 의료 환경을 어지럽힐 우려가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신 위원장은 특히 “저수가 가격 비교사이트(앱)들이 심평원 홈페이지의 비급여 진료비용 정보를 이용해 광고 홍보를 진행하는 등 실제 우려했던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 현재의 직접 가격 비교방식과 부실한 범위의 공개방식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실무회의 추진을 제안했다.
현행 심평원 홈페이지 및 모바일 앱의 공개방식은 원하는 ‘지역’과 ‘진료항목’을 선정해 검색하면 단순 진료비용만을 오름차순 혹은 내림차순으로 정렬해 비교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마치 온라인 쇼핑몰의 최저가 물건을 찾아 구입하는 형태로 운영돼 의료를 공산품화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또한 복지부는 비급여 공개자료를 학술·연구 등 비영리 목적 외에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없고 이를 어기면 의료법 등에 저촉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지만, 이미 일부 사설 병원 비교 앱 등에서 해당 사이트를 링크하거나 직접 사용하면서 치과의료계가 예측했던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다.
#“현재 폐해 충분히 공감”
이날 회의에서는 정부의 비급여 통제 정책과 관련해 치협과 공조 중인 의협에서도 즉각 지원 발언을 이어갔다.
이상운 의협 부회장은 “치과의 경우 타과와 달리 비급여 항목이 많다. 특수한 상황인데 경제 논리로만 접근하면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 “현실에서 벗어난 최고, 최저 비용 비교를 차단하고 평균값으로만 공개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다.
이 같은 요청에 대해 복지부는 “비급여 공개는 의료표준화와 정책연구, 국민의 알 권리 강화 차원에서 2013년 이후 지속해서 확대 운영돼온 것으로 공급자와 사용자 간의 논의와 적법한 절차, 과정을 거쳐 시행됐다”는 점을 전제한 후, “의원급 확대 후 나타나고 있는 현재의 폐해들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개선작업을 추진해 나가겠다”며 치협의 실무회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날 보발협 회의 이후 유정민 복지부 의료보장관리과 과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단순 가격정보가 의료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는 것에는 복지부도 공감하고 있다. 의료계와 사용자인 소비자 입장을 수렴해 비급여 가격의 공개방식을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이미 치협과 관련 실무회의가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