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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스펙트럼

코로나로 되도록 외부에서의 활동을 자제하고 실내에서 생활을 해오고 있는 요즘 각 가정에서 각종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많이 활성화가 되었다. 그런 분야에서 약 3개월 전 가을에 전 세계가 떠들썩하게 화제에 올랐던 한 드라마가 ‘오징어 게임(Squid Game)’이었다는 것을 모르는 분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기록을 찾아보니 올해 9월 17일에 전 세계에 방영을 시작했는데 해당 정식 서비스되는 거의 모든 국가에서 시청률 1위를 달성했다고 하며 우리나라 드라마가 이 정도의 외국의 반응을 보인 것은 처음이었다고 하니 대단하긴 했다.

 

필자는 초등학교 시절에 오징어 게임을 실제로 즐겼던 구세대(?)로서 그 제목에는 매우 호기심이 갔었으나 전해 들리는 바로는 잔인하고 어두운 드라마라고 해서 왠만하면 안보려고 했었다. 하지만 사람들과의 대화에 동참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다보니 점점 더 궁금해져서 어쩔 수 없이 보게 되었는데 생각보다는 부정적인 수위는 덜했고 어느덧 몰입되어 빠져들어 금방 몰아서 보게 되었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서바이벌 생존게임인 숨바꼭질, 달고나(뽑기) 등이 유행을 타서 외국에서도 체험해보기 등의 이벤트가 벌어지기도 했고, 프랑스 파리에서는 오징어 게임 체험관이 이틀 동안 운영되어 성황리에 마무리되기도 했다고 하며, 동영상 플랫폼에서는 이를 따라하는 것을 촬영한 영상들이 많이 올라오기도 했다. 우리나라 편의점에서 달고나를 만드는 데 필요한 설탕의 매출이 엄청 상승한 것은 그럴 수 있다고 하지만, 아마존과 이베이에서는 상품 설명에 오징어 게임 장면을 삽입한 달고나 만들기 세트가 판매되기도 했고 하니 가히 전 세계적으로 지구촌이 뭔가 이 드라마의 무엇인가에 꽂혔던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당연히 이 드라마는 여러 사람들이 열거한 것처럼 ‘착한 사람들이 착하지 않은 수많은 사람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 그리고 ‘가진 자가 더 많이 갖게 되며, 가난한 자는 그 굴레에서 벗어나기 더 어려워지는 현상’에서 비열하더라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남는 자의 모습을 ‘반면교사’로 삼아서 양보하고 배려하며 내 것을 나누는 선한 삶을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서 역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일반적인 흐름이었다. 그러므로 이 드라마를 전문 평론가들은 ‘날카로운 사회적 비판과 놀라울 정도로 연약한 인간의 내면을 노출시킨 것, 그리고 이기는 자만이 살아남는 세상이라는 강자 생존의 처세론을 보임으로써 시청자들로 하여금 심지어는 손가락들로 눈을 일부 가리며 보면서도 화면에 더 열중하게 하였다.’라고 평가하였는데 하지만 이 드라마를 몰입해서 본 사람들 모두가 똑같은 것을 느끼고, 의미있게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자신이 드라마를 보다가 갑자기 엉뚱하게 치과와 연관되어 떠오른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 사회에서 낙오가 된 사람들에게 누군가가 제안을 한다. 현재의 삶에서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개선되기 힘든 경제적인 부분을 도와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황당하기는 하지만 약간의 솔깃한, 그리고 그 내용이 처음에는 믿기지도 않지만 어느새 마음이 기울어서 한 번 도전 해보기로 한다.

 

그런데 막상 그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도저히 상상 밖의 일이었다. 게임을 해서 탈락되는 사람이 진짜 죽게되는 처참한 상황에는 당연히 나라도 경악했을 것이고 그곳에서 빠져나오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공식적인 의견수렴을 거쳐서 그 과정은 중단되고 살아남은 사람들 모두들 다시 일상으로 복귀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다음 이야기가 나에게 치과에 자주 벌어지는 상황(물론 이런 상황을 비교하는 것조차 의아하게 생각하시거나 공감 못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지만 개인적인 느낌일 뿐이라는 것을 강조 드린다)과 비슷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환자분을 검진하고 치료해드리는 과정 중에 어느 주치의가 진단과 치료계획을 세우더라도 비슷한 경우도 있지만, 여러 가지 상황이나 이전의 여러 치료경험이 다름에 따라서 다른 경우도 있을 것이다. 특히 어떤 치아의 상태가 발치를 고려해야 할 정도로 좋지 않을 때 그 최적의 발치 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고려사항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어떤 환자분은 최대한 본인의 치아를 살리고, 자연치를 빼지 않고 버티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을 때에 뽑기를 원하시고, 또 어떤 분은 찜찜한 상태라면 아예 깔끔하게 없애고 임플란트 등의 보철치료를 원하시기도 한다. 다른 어떤 분은 임플란트 수술 생각만 해도 긴장하시면서 되도록 안하고 싶어하시기도 한다. 그래서 이 부분은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결정이라기보다는 상의와 의견절충을 통해서 동의하에 치료가 어느 한 쪽으로 결정되고 진행되게 된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그 결과가 좋았을 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가 자주 불화의 원인이 된다. 그럴 때에 환자분이 주장하시는 바는 주로 ‘사전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이고 그것보다는 양반이지만 ‘설명은 들었지만 이 정도로 이상이 금방 생길 줄은 몰랐다’라는 것이다. 후자의 내용이 바로 오징어 게임의 드라마에서 그 게임에 참가했다가 본인들이 상상하지 못한 상황이 생겼을 때에 외치는 소리였다. “이건 아니잖아, 이럴 줄은 몰랐다.” 라면서.

 

가족들은 드라마를 보면서 치과를 생각하는 필자에게 핀잔을 준다. 별것을 다 대비해서 본다고... 그런데 정말 열심히 설명드리고 최대한 보존적으로 열심히 진료를 해드린 후에 “이럴 줄은 몰랐다”라고 외치시는 환자나 보호자를 보면 억울하다는 생각과 더불어서 그 모습이야말로 정말 그 어떤 드라마보다도 더 드라마틱한 배우들의 연기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제발 우리 치과의사들의 생활 매일이 이 ‘오징어 게임’ 같지 않기를 소망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