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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크리스마스(Christmas)의 의미

시론

코로나19가 2020년에 이어 2021년 크리스마스(Christmas, 성탄절)도 집어 삼켰습니다. 한국에서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코로나19의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으로 팬데믹 상황이 지속되면서 사람들의 즐거운 크리스마스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잦아들었습니다. 흥겨운 연말 분위기 보다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사람들은 개인방역에 조심 또 조심하고 있고, 외출 포비아 현상이 뚜렷합니다. 캐롤이 흐르는 카페나 식당에서 삼삼오오 모여 한 해를 정리하며 얘기하고 소소한 선물을 나누는 대신, 비대면 만남이나 텍스트 메세지로 아쉬움을 달래고 있습니다.

 

사실 크리스마스는 12월 25일뿐만 아니라 12월 전체를 신비롭고 즐거운 분위기로 만드는 마법같은 날이었습니다. 영어 어휘 Christmas는 ‘그리스도(Christ)의 예배의식 미사(mass)’라는 의미로 고대 영어인 Cristes Maesse에서 유래합니다. 크리스마스는 X-mas라고 표기되는 경우도 있는데, 여기서 X는 그리스어로 그리스도(크리스토스, ΧΡΙΣΤΟΣ)의 첫 글자를 뜻하고, 영문 알파벳의 X는 아닙니다. 영단어 Christmas에서 t는 묵음이 되나, 일부 기독교인들은 그리스도의 이름이 감춰지는 것을 옳지 않다고 여겨 t를 발음하기도 합니다. 서양에서는 크리스마스를 한 해의 시작으로 여긴 적도 있으며, 개신교에서는 부활절 다음으로 가장 성대한 기념일입니다. 서양에서도 크리스마스의 뿌리가 어디서부터 시작하는지 정확히 알기는 어려워하지만, 그 틀이 갖추어진 것은 3세기 경으로 짐작합니다.

 

한반도에 크리스마스가 시작된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었습니다. 한반도에 최초로 크리스마스가 들어온 해는 1884년으로 보고 있으며, 그 이듬해부터 확산되어 한민족 역사에서 최초로 크리스마스를 기념한 곳은 조선 말기의 독립신문입니다. 1949년에는 감리교 신자였던 이승만 대통령에 의해 ‘기독탄생일’ 명칭으로 처음 공휴일로 지정되었습니다. 1949년 정부 수립 후에 최초로 지정하는 공휴일 중 하나로 크리스마스를 포함시킨 것입니다. 이후 1975년에 정부가 ‘석가탄신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면서 ‘기독탄생일’이 ‘기독탄신일’로 명칭이 함께 변경되었습니다. 지금도 한국에서는 크리스마스가 유일한 연말의 공휴일이자 한 해의 마지막 공휴일입니다.

 

독특한 점은 한국은 부처님 오신날이나 개천절, 그리고 크리스마스를 모두 공휴일로 인정하며 기리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무종교와 탈종교적인 문화가 대세인 현대에 들어서는 엄연히 종교적 색채를 띠는 ‘크리스마스’라는 명칭의 사용에 대해 반감을 가지는 경향이 북미를 중심으로 있어왔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모든 종교를 존중하고 동등하게 대하는 자세, 상호 존중하며 허용적인 자세로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날이 아니지만 세계 어느 곳보다 이 날을 모든 국민들이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크리스마스에 흔히 하는 인사인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는 ‘즐거운 그리스도의 미사’라는 뜻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를 할 때, 원 뜻을 아로새기기 보다는 하나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같은 특정 휴일 인사의 관용어구처럼 사용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크리스마스라는 공휴일을 70년 이상 꾸준히 전국민이 즐거운 휴일로 지내며, 누구나 메리 크리스마스로 인사할 수 있는 것은 인종의 다양성은 적고, 정(情)이 많으며,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는 문화가 뒷받침하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반대로, 크리스마스 문화의 중심지인 북미에서는 1970년대에 12월 말에서 1월초까지를 ‘Christmas season’이라고 뭉뚱그려 칭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일어났으며, ‘Holiday season’이라고 명칭을 바꾸어 칭하기도 하였습니다.

 

북미에서는 해당 시기에 인종, 문화적 다양성과 정치적 올바름이 화두가 되었기에 메리 크리스마스 보다는 Happy holiday와 Season’s Greeting으로 인사를 시작하였습니다. 따라서, 외국인이기만 하면 전부 크리스마스를 기릴 줄 알고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하는 것은 주의해야 합니다. 그 사람이 기독교인인지 아닌지 모르고, 한국 사회처럼 종교가 달라도 ‘메리 크리스마스’를 단순한 인사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12월 말에서 1월 초 사이에는 크리스마스 말고도 다른 종교나 인종들의 전통 명절, 유대인의 하누카(Hanukkah)와 같은 기념일도 있어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바로 전날 저녁 즉, 12월 24일 해가 질 때부터 자정까지를 크리스마스 이브라 부릅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기독교 문화권뿐만 아니라, 전 세계 많은 아이들이 자신들이 잠이 들었을 때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놓고 간다고 믿으며, 다음날인 크리스마스 아침에 눈을 뜨면 크리스마스 양말 속이나 머리맡에 선물이 놓여 있을 것을 기다리는 날이기도 합니다. 어렸을 때의 이러한 설레는 경험으로 인해 크리스마스 이브를 평생 특별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 날이 되면 동서양 가릴 것 없이 크리스마스 축제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전에는 백화점이나 마트, 상점, 식당, 세계 각 도시의 번화가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기려는 인파가 몰리면서 거리가 북적거려 왔습니다.

 

우리는 코로나19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한 개인’의 개인성보다는 ‘집단’에 속한 개인으로 방역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참여는 사소하지 않고, 지난 2년간 우리 사회가 코로나19를 극복하는 힘이 되어왔습니다. 각국의 코로나19 대응 양식은 다양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성향에 맞게 대응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경제적 타격을 받는 부분이 있지만 사회의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으며, 코로나19 치료제 개발과 임상사용 긴급승인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에서 성숙하고 즐겁게 크리스마스를 즐길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봅니다. 2022년 크리스마스 이브와 크리스마스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처럼 활기차고 캐롤과 함께 거리에 사람들의 웃음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