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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순환적 경제와 복지

스펙트럼

나는 공중보건의로서 꽃동네라는 사회복지시설에서 치과의사로서의 첫 걸음을 내디뎠다. 당시의 충북 음성 꽃동네는 무려 2500명의 사람들이 입소하여 살고 있는 곳이었다. 그곳은 행려병자, 고아, 장애인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정부와 카톨릭 교계의 도움을 받아 살아가는 장소였다. 입소의 기본적인 요건이 무연고였으니 얼마나 결핍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지 잘 알 수 있을 것 같다.

 

봉사자분들, 수녀님과 수사님, 신부님들의 헌신과 희생이 물이라면 꽃동네에 입소해 계신 분들은 콩나물과 같은 존재였다. 콩나물 시루에 물을 부으면 전부 다 밑으로 빠지는 것 같지만 콩나물은 시나브로 자란다. 옷을 입고 벗는 법, 물건을 탈착하는 법과 같이 쉽고 간단한 일도 수십 번은 반복하여야 겨우 습득하는 사람들이 꽃동네의 입소자들이었다. 많은 노력과 시간과 재원을 부어야 겨우 걸음마를 뗄 수 있는 작은 영혼들이 나름의 재활을 꿈꾸며 한 걸음 한 걸음을 떼는 곳, 그런 꽃동네는 입소자들에게 맞춤형 보행기와 같은 존재였다.

 

그 곳에서 나는 알게 되었다. 수녀님, 수사님, 신부님들은 모든 것을 그저 주려고 하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그 분들은 대가를 바라지 않으셨다. 대가는 커녕 욕이 돌아와도 그 삶의 자리를 지키셨다. 장발장이 금촛대를 훔친 사실을 알고도 다 줘버리는 신부님의 모습이 카톨릭 성직자들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공중보건의 2년차 때, 다수의 서울역 노숙자들을 치료해야 하는 상황이 찾아왔다. 종국에는 무혐의 처리된 일이지만 꽃동네의 대표이신 오웅진 신부님이 횡령 의혹을 받게 된 일이 있었다. 그 시점에 서울역 노숙자들이 다수의 전세버스로 꽃동네에 입소하였다. 그것이 오웅진 신부님의 이미지 세탁을 위한 일이라는 소문이 있었다.

 

서울역 노숙자들을 돌보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꽃동네에 입소한 노숙자들은 정신과를 통해 술을 끊고 내과를 통해 내과질환을 치료하고 재활의학과, 일반외과 등의 도움으로 방치되었던 환부를 고치고 마지막으로 치과의 돌봄을 받게 된다. 서울역 노숙자가 치과에 올 시점이 되면 어느 정도 꽃동네 생활을 경험한 후가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숙자의 피해의식과 낮은 자존감 등이 무례한 언행으로 표현되어 치과 구성원들을 괴롭게 만드는 상황이 많이 발생하였다.

 

치과 치료도 어려웠지만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노숙자들이 재활되지 않는 현상이었다. 겨울이 되면 전세버스를 타고 입소했던 서울역 노숙자는 물론이고 전국에 퍼져 있던 노숙자들이 꽃동네의 문을 두드린다. 병원을 돌며 몸을 만들고 추운 겨울을 난 노숙자들이 여름이 되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 노숙을 한다. 이유가… 사람 구경을 하고 싶어서라고 들었다. 꽃동네의 규칙적인 생활을 견디지 못 하고 다시 방종에 가까운 자유를 찾아 노숙자 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이 분들에게 부어지는 물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렇게 부어지는 노력과 시간과 재원이 나의 삶의 일부분이 되어도 될까 고민했었다. 그런 인생은 의미 있는 인생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제아무리 성직자라 할 지라도 이런 상황을 지속적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이다. 한 번은 서울역 노숙자가 택시를 타고 꽃동네에 들어와 꽃동네 측에 택시비를 내라고 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 때 한 수사님이 택시비를 대신 지불하고 그 노숙자의 뺨을 때렸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꽃동네를 경험한 후, 나 스스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리게 되었다. 힘없고 가난하다고 해서 약자라고 여겨지는 것은 순리에 맞지 않는다. 그런 논리를 방관해 온 덕분에 이제는 을이 갑질을 해도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 되었다.

 

실천적 정책으로서의 복지는 우선 순위에 입각하여 선별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며, 무엇보다도 그 목표가 재활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정된 자원으로 전부가 혜택을 받으려면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순리를 따르는 선순환의 구조를 모색하고 계획하고 만들어가는 일이 필요하다. 그래야 돌고 도는 물이 모든 구성원들의 타는 목을 적실 수 있게 된다.

 

꽃동네 공중보건의로 재직하면서 치료했던, 재활되실 것으로 기대되었던 노숙자 한 분을 기억한다. 그 분은 치과치료를 신사적으로 받으셨다. 그 분은 전직이 군인이었다고 들었다. 꽃동네의 과수원에서도 성실하게 일하셨다고 들었다. 나는 오스템임플란트 측에 요청하여 장비를 빌리고 재료를 지원받아 그 분에게 임플란트 치료를 해드렸다. 그 분이 꽃동네에서 재활되어 넓은 세상으로 나갈 수 있도록 그 임플란트가 도와주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먼 음성 골짝을 오가시며 영업 아닌 봉사를 해주신 오스템임플란트 측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런 마음이 돌고 돌아 이 사회를 밝히고 넉넉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약자를 돕는 마음이 소중하다고 생각된다면 자원이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자원이 한정되어 있다는 생각을 갖고 경제 원리에 맞는 복지를 구상해야 한다. 아래에다 마냥 부어버리면 안 된다. 순리에 맞는 구조를 마련한 후에 위에서부터 아래로 흐를 수 있도록 내리 부어야 한다.

 

당신들의 헌신이 헌신짝처럼 내던져질 줄도 모르고 부랑인과 다름없는 사람들마저도 온 몸으로 끌어 안아 사랑했던 꽃동네 분들의 모습이 정답고 애처롭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