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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경험의 가치

시론

2021년은 Covid-19에 의해 2020년에 이어 삶의 특별함이 없이 지나간 해가 된 듯하다. 다시 시작한 새해가 2021년인가 싶은 생각이 스쳐가기도 하는 것을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건망증이 잦아진 것으로 자책하기 보다는 코로나때문이려니 핑계를 댈 수 있어서 다행이기도 하다.

 

“시간은 금이다”라는 아주 쉽고 익숙한 말이 있다. 시간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귀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런 소중한 시간을 특별함이 없이 지나간 세월이 단순히 아쉽기도 하였겠지만, 특별함 없는 범상(凡常)이 어떤이에게는 다행이거나 복이기도 하고 어떤 이에게는 슬픔과 아픔을 주었을지도 모르는 지구촌의 멈춘듯 멈추지 않은 병적 시간이었다. 아직은 종식이라는 단어를 쓸수 없는 상황이지만 한 해가 끝나고 새해를 맞이하는 상황에 희망적인 의미로 “시간이었다” 과거형으로 서술하였다. 

 

만 2년의 Pandemic을 겪으며 새로운 식당과 병원의 출입 방법, 새로운 수업 방식과 평가방법, 새로운 회의와 소통의 방법 등 수많은 새로움을 익히는 시간을 지내고 있다. 새로움이 익숙해져가는 즈음, 눈과 입을 통해 의미를 담아 대화하던 많은 순간들은 키오스크로 대체가 되어 손가락을 사용하는 일이 더 잦아지게 되었다. 젊은 세대들은 불필요한 대화를 삼가하고 더 빠르고 정확한 기계적인 의사 전달을 반겨하지만, 신세대의 음식에 그나마 적응하며 이것도 맛있는가 갸우뚱하던 장년의 기성 세대들은 기계를 통해 화면의 그림과 문자 고르기에 더 깊은 도전을 하고 있다.

 

신세대와 기성세대의 차이는 살아온 세월동안 경험의 깊이 차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경험이 살아온 시간에 비례하던 과거와는 달리 코로나 시대, 4차산업화 시대에서는 많이 달라지고 있다. 즉, 살아온 시간과는 무관하게 주어진 시간에 먼저 경험을 한 자가 마치 기성세대처럼 도움을 줄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변화에 적응하며 빨리 경험하는 것이 어쩌면 과거의 체험이나 반복된 경험보다 더 가치로운 것일지도 모른다. 단순한 “시간의 가치”보다는 “경험의 가치”가 더 클지도 모르고, 시간과 함께 시간이 짧더라도 먼저 경험한 것이 다 가치로울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런 내용은 학생님 후생님이라는 단어를 만들며 선생님이 학생들을 존중하여야 하는 시대를 언급한 지난 시론의 내용과도 일맥상통한다. 선생은 지식 전달자로서의 위치를 권위자로 착각해서는 안되고 중장년 세대는 나이테(계급장) 때고 친구가 될수 있어야 서로의 경험을 존중하고 시간 차이, 세대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거리를 두어야 할 우리의 문화(?) 혹은 관습은 새해 달력을 걸고. 달력 표지를 뜯어내며 한 살 더 먹게 되는 이런 문화부터 조금 고쳐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장년들만이 청년들에게 꼰대가 아니고 청년들 사이에서도 ‘빠른생시리즈’ 들이 3월 후 보통생(?)시리즈들에게 선배 대접을 받으려 하는 것도 꼰대 근성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살아온 시간의 길이로 누가 누구보다 위다 앞선다를 정하는 것보다는 세상 모든 일을 모두가 함께 겪어보거나 경험하지 못하였을테니 먼저한 경험을 나누고 도움을 주는 서로 깐부가 되어주면 좋지 않겠나. 

 

시간의 가치도 중요하고 경험의 가치도 중요하다. 현재의 시대는 시간의 가치와 경험의 가치가 비례하지 않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나간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고 과거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끝이 언제일지 모르는 코로나 시대에 앞으로의 시간을 더 가치 있는 경험으로 만들기 위한 생각을 해볼 때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