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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가 코로나19 방역 지침이나 이후 대응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요?

의료윤리학자에게 물어본다 (36)

<The New York Times>에 오랫동안 연재되고 있는 칼럼으로 “The Ethicist”가 있습니다. 현재 뉴욕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윤리학자 콰매 앤터니 애피아가 맡은 이 칼럼은 독자가 보내는 윤리 관련 질문에 윤리학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치의신보에서 매월 1회 의료윤리 주제로 같은 형식 코너를 운영해 치과계 현안에서부터 치과 의료인이 겪는 고민까지 다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김준혁 치과의사·의료윤리학자

 

약력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졸, 동병원 소아치과 수련.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윤리 및 건강정책 교실 생명윤리 석사.

연세치대 치의학교육학교실 교수
저서 <누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2018),
역서 <의료인문학과 의학 교육>(2018) 등.

 

 

 

 

 

코로나19 팬데믹을 2년 넘게 지내면서 치과의사로서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큰 탈은 없이 지내온 것을 감사하게 되기도 합니다. 코로나19가 당장 끝나지는 않더라도 언젠가 종식된다면 그냥 잊어버리면 될 일이라고 생각하다가도, 한 명의 치과의사이자 전문가로 이런 상황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궁금해질 때가 있습니다. 치과는 감염병과 큰 상관이 없는 분야이니 잊어버리는 게 맞을까요? 아니면, 치과가 이런 사태에  참여할 수도 있는 걸까요? 익명

 

이런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겠으나, 코로나19 팬데믹은 예상을 뒤엎는 행보를 계속해 왔습니다. 이제 감염병은 사소한 문제가 되었다고 말했던 1970년대 보건학적 전망도, 전 세계가 특정 질병으로 인하여 사회경제적 혼란에 휩싸이는 것은 20세기까지만 해당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역사적 낙관도, 심지어 코로나19 사태가 시작했을 때 빌 게이츠를 비롯한 몇몇 글로벌 리더의 예측도 모두 빗나갔지요. 제가 이런 상황에 왈가왈부할 처지는 아니지만, 2021년 10월 즈음엔 코로나19도 이렇게 지나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백신 접종률이 70%를 넘어서고, 당시 확진자가 2천 명 선에서 안정세를 보였으며, 당국은 이제 ‘위드 코로나’를 시행한다고 발표하던 시점이었습니다. 그 모든 생각이 억측이었음을 깨닫는 데엔 한 달도 채 걸리지 않았지만요.


이전 사스나 메르스처럼 바이러스의 완전 격리를 통한 박멸은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막 시작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위험 상황이 지나간다고 해도 코로나바이러스는 풍토병(endemic)으로 잔존하여 계절마다 찾아올 것입니다. 인플루엔자보다 높은 위험성을 지닌 호흡기 질환이 관리 대상으로 하나 추가되겠지요. 호흡기 질환 입원 환자를 관리하기 위해 현재의 병·의원 체계는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며, 1·2차 의료기관을 바이러스 감염 환자 관리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이것을 기회로 공공의료 체계가 확충될 수 있을 것인지 등이 향후 중요한 문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치과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코로나19 확산 초기 치과 진료까지 막았던 몇몇 국가와 달리, 우리나라는 치과 진료를 계속 유지해 왔습니다. 물론, 이전에 이 지면을 통해서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동선 공개에서 확진자가 다녀간 치과 이름이 불필요하게 노출된다거나, 방역 과정에서 2주 동안 치과를 폐쇄하게 된 경우 유·무형의 피해에 대한 보상이 적절히 마련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치과계 전체는 코로나19와 그 방역에 있어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움직여 왔습니다. 감염 관리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아진 것이 눈에 띄는 차이이긴 하지만요.


2022년, 그리고 그 이후를 생각할 때 다른 부분을 고려할 필요는 없는지 자문해봅니다. 예컨대, 코로나19가 풍토병이 된다면 치과는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하는지, 감염병 대응에 1·2차 의료기관이 참여할 필요성이 있다면 치과는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을지, 더 나아가 국가의 질병관리 정책에 치과의사로서, 치과계 전체로서는 어떤 의견을 제시할 것인지와 같은 논의가 예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논의가 시작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저는 믿습니다만, 그 앞단에서 필요한 이야기를 하나 꺼내 보려 합니다. 굳이 치의학이, 심지어는 의료윤리학이 이런 상황에서 어떤 견해를 언급해야 할 필요는 무엇일까요? 현재 코로나19 방역에 목소리를 내는 예방의학자나 감염내과 의사로 충분한 것 아닐까요?


저는 코로나19 팬데믹이 2년 넘는 시간, 우리에게 알려준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잊어버렸던 것을 다시 깨닫게 해 주었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할 텐데요. 의학(medicine)은 생명의과학(biomedical science)으로 환원되지 않습니다. 쉽게 말해, 의학이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을 과학이 모두 정의해주지 않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의학=생명의과학이라면 현재 많은 국가가 겪는 혼란은 설명되지 않습니다. 의학, 감염학, 면역학, 보건학이 제시한 과학적 근거를 따라 방역 지침을 세우고 팬데믹에 대응하면 문제가 발생할 일은 없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많은 문제와 충돌을 만나왔습니다. 백신 접종과 관련한 문제 제기는 인구 차원의 보건학적 접근과 개인 차원의 임상의학적 접근 사이 관점의 커다란 격차를 이해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고, 이는 현대 의학이 형성되던 19세기 말부터 관심의 대상이 되었던 문제였습니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증가하여 모두가 중환자실에 입실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제는 의료 자원 분배 또는 의료정의론이라는 현대 의료윤리학의 논의를 참조하지 않으면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최근에 벌어진 방역 패스의 문제는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느냐는 정치철학의 오랜 질문을 다루지 않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예컨대 한 감염내과 선생님은 이 문제는 과학으로 풀어야 하는데 단지 의사나 당국이 상황을 잘 설명하지 못해서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은, 고려해야 했을 문제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다면적인 문제를 하나의 관점으로만 돌파하려 억지를 부릴 때 발생하는 것입니다. 애초에, 벌어질 것이 예측되었던 사태라는 것입니다.


코로나19 이후 뉴노멀을 말합니다만, 저에게 의학 쪽의 뉴노멀을 묻는다면 의학이 다면적으로 이해되어야 하고 이해될 수밖에 없는 현재 상황을 지적할 것입니다. 그것은 이론적으로 제기되었던 통섭(consilience)이나 창발(emergence)과 같은 낯선 개념어의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여러 개의 자물쇠가 달린 상자를 열쇠 하나로 억지로 비틀어 열려고 했던 20세기 의학의 한계를 이제야 깨닫고 있는 것입니다. 의료는 언제나 경제-문화-정치의 문제 안에 놓여 있었지만, 이런 차원에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편안한 과학의 세상에만 머물렀다고 말하는 게 정확하겠지요.


치의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치과의사로서 커뮤니케이션을, 경영을, 또는 윤리를 배워야 한다고 말하지만, 애초 왜 그런 분야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걸까요? 치의학 또는 의과학과 치과 진료 술식으로만 치과의사가 만나는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개업의나 봉직으로서 더 큰 고민을 안겨주는 것이 이런 경제-문화-정치의 문제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우리는 경제학, 사회학, 윤리학, 정치학이 주는 교훈과 통찰을 참조해야 합니다. 그것이 코로나19 이후 치의학의 뉴노멀이며, 치과의사 또한 감염병 대응과 정책에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이유입니다. 구강은 바이러스가 드나드는 창이자, 시민이 자신의 의견을 발하는 통로이니까요.

 

▶▶▶ 선생님이 진료하시거나 치과의사로 생활하시면서 가지셨던 윤리와 관련한 질문을 기다립니다. dentalethicist@gmail.com으로 보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