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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데믹

스펙트럼

전염병의 종결을 뜻하는 엔데믹의 가능성이 조심스레 언급되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할퀴고 간 우리 사회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았음에도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하기에, 팬데믹 이후의 세상을 그려볼 때가 되었습니다. 지난 시절로부터 받은 교훈을 되새길 시간입니다.

 

질병의 역학을 공부하는 제게는, 코로나 시대의 건강 관련 정보가 전파되는 과정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공공의 수단을 통해 시작된 정보가 변질되어 민간에 유통되고 이에 빠르게 감염되고 마는 일련의 현상에 자연스럽게 주목해왔던 것 같습니다.

 

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인포데믹’ 이라는 용어로 소개하기도 합니다. 이를 직역하자면 information과 pandemic을 합성한 ‘정보 전염병’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만, 보다 정확히는 ‘잘못된 정보 전염병’이라 불러야 할 것입니다.

 

특별히, 건강에 대한 잘못된 정보 전염병을 떼어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의 예를 들자면 소금물의 방역효과부터 화강암의 코로나 예방효과까지 수많은 정보 오류를 기억할 수 있습니다. 만약 누군가 소금물 또는 화강암을 비싼 값에 팔기 위해 그 효과를 지어낸다면, 그리고 심지어 이로 인한 위해를 일으킬 수 있다면, 또 다른 누군가는 이를 감시하고 저항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우리 보건의료인에게 그 역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저조차도 인포데믹의 구분에 어려움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단적인 예로 마스크를 통해 들어오는 바이러스를 사멸시킨다는 광고에 혹해 항균 스티커를 구매해 주변에 나누었고, 임신 중인 아내와 뱃속의 아기에게 좋다는 각종 영양제를 사먹이다가 주치의께 혼쭐이 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공부하는 분야에서만이라도 인포데믹에 대한 저항력을 갖추기로 목표를 정했습니다.

 

제가 공부하는 분야, 즉 예방치학의 영역은 인포데믹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특징을 지닙니다. 자기관리에 초점이 맞춰지고, 각종 구강관리용품의 사용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각종 매체와 인터넷 검색을 통해 구강건강관리 방법과 용품을 발견하고 사용하기에, 인포데믹의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인포데믹이 직접적인 위해를 나타낸 예로, 쇼그렌증후군으로 심한 구강건조증을 앓고 있는 제 환자가 잠들기 직전 전치부 협측에 소금을 넣고 수면을 취하면 타액이 자극되어 불면증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정보를 환우 카페에서 발견하고 수년간 실천한 결과 국소적으로 치조골 소실이 심화되어 내원한 일이 있었습니다.

 

또, 아내로부터 치간칫솔을 소개받은 한 남성이 잘못된 방법으로 치간칫솔을 사용하여 치간 인접면 근원심이 심하게 마모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심한 위해를 가져오는 인포데믹에 대해 정확히 지적하고 원래의 목적에 알맞은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환자 또는 환자에게 정보를 건넨 사람이나 매체를 비판하기에는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회 집사님이 좋다고 해서 사서 쓰고 있어요.’ 라던가 ‘딸아이가 광고 나오는거 보고 사다줬어요.’ 와 같은 배경에 숨겨진 선의가 있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정보를 열심히 실천해온 환자에게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여전히 고민이 많지만, 현재로써는 ‘신체의 위해가 없다면 밑져야 본전’이라는 결론에 정착하고 있습니다. 구강건강관리에 정성을 쏟는 그 자체에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앞으로는 ‘위드 인포데믹’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