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 아닌 것에도 깔깔거리며
10년전 설레는 기분으로
우리가 됐고 하나가 돼 갔다
흔히 말하는 386의 마지막 세대인 87학번으로 졸업 10년차다.
올해 4월.식목일을 앞둔 금요일. 졸업 10년을 기념한 행사를 가졌다.
그 얼마전부터 준비를 위해 실로 오랫만에 남자친구(?)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도 받고 회비독촉 전화도 받았다.
그 전화마저도 반가움을 느끼게 했고 잠시나마 예전 기억을 떠올리며 20대의 내가 될 수 있었다.
오후 진료를 2시간 정도 앞당겨 끝내고 남편과 함께 전주로 향했다.
다음 날 출근해야 하는 남편은 아이들을 언니집에 맡기러 함께 동행했다.
그렇게 난 남편, 아이들과의 세계가 아닌 내가 되기 위해 설레는 기분으로 그곳으로 향했다.
교수님보다 더 교수님같아 보이는 친구.
배가 많이 나와 정말 아저씨가 돼버린 친구.
결혼을 하지 않아서인지 여전히 그 모습인 친구.
10년 묻어두었던 웃음을 다 써버린 느낌이었다.
그 순간은 누구의 아내도, 두 아이의 엄마도. 치과의사도 아닌 예전의 나였다.
별일 아닌 것에도 깔깔거릴 수 있었던 그때의 내가 됐다.
근엄과는 거리가 있는 나지만 그런 웃음을 잊고 지냈었나 보다.
그렇게 우린 예전의 우리가 됐고 하나가 돼 갔다.
모임 후 동기 카페가 생겨 가끔 그곳에 들러본다.
마주한 것처럼 차 한잔을 들고 앉는다.
심은하, 본드걸, 그레이스, 눈비하늘. 실명이 아닌 그들의 글을 읽으며 누구일까.
그 생활을 읽어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10년의 세월동안 잊고 지냈었던 친구들의 결혼소식, 개원소식, 아이들 얘기 등을 함께하고 축하하며 그 긴시간을 뛰어넘고 있다.
요즘 한창 성별에 대한 인식이 생겨 남자친구얘기만 하는 7살짜리 아들에게 남자와 여자가 친구가 될 수 있음도 얘기해 본다.
오늘도 난 나의 친구 41명을 만나러 그 카페에 들어서고 있다.
우리 모두가 아는 , 웃으며 즐겼던 이수경 version으로 그들에게 인사를 하련다.
“얘들아,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