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계는 ‘구인난’이라는 족쇄를 차고 오랜 세월 힘겹게 전진해 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치협은 최근 ‘구인구직시스템 활성화TF’를 구성, 구인난 해소를 위해 전력투구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본지는 구인난 해소의 첫 단추가 될 치협 구인구직사이트 활성화와 관련 기존 사이트들의 운영 실태부터 종사인력 배출 현황, 관련 제도와 법률적 한계까지 핵심 현안을 총 10회에 걸쳐 짚어봄으로써, 치과 종사인력 구인난의 원인과 그 해결책에 대한 공론을 치과계와 나눌 예정이다. <편집자 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치과위생사와 간호조무사 간 업무영역 분쟁이 개원가의 구인난과 경영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있다.
치과위생사 인력의 대안으로 간호조무사를 뽑더라도 업무범위의 한계, 기존 근무 치과위생사와의 업무영역 갈등으로 인해 근본적으로 개원가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고 구인난 역시 완화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실적인 업무영역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시행령’(이하 의기법)에 따르면 치과위생사의 업무범위는 ▲치석 등 침착물 제거 ▲불소 도포 ▲임시충전 ▲임시부착물 장착 ▲부착물 제거 ▲치아 본뜨기 ▲교정용 호선의 장착·제거 ▲치아 및 구강질환의 예방과 위생에 관한 업무 ▲구내 진단용 방사선 촬영업무 등 9가지로 규정된다.
그러나 이 같은 규정이 치과에서 치과위생사 스스로의 업무범위를 한정하기도 하고, 간호조무사와의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역시 치과위생사 업무범위에 의해 제약을 받는 간호조무사 직군은 수술보조, 투약 및 주사행위 등 자신들의 고유 업무를 주장하고 나서는 등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밖에도 일부 치과위생사들은 자신들이 학벌 등에서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생각해 간호조무사와 수직적 관계를 형성하려고 하면서, 두 직역 간 감정 다툼으로 번지는 경우도 많다. 이는 결과적으로 치과의 원활한 인력 활용을 저해하고 있어 치과 경영을 어렵게 하고 구인난을 더욱 심화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편가르기·신고 등 직역 다툼
업무범위 인한 내분 ‘현재진행’
용인에서 치과를 운영 중인 A 원장은 치과위생사와 간호조무사 간 갈등으로 골치를 썩였던 일화를 소개했다.
A 원장은 “치과위생사들이 간호조무사들과 동등하게 일하는 걸 원치 않는다. 같이 있으면 소위 ‘편가르기’가 되거나 심하면 업무영역과 관련해 신고한 적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오래전부터 일하던 간호조무사들도 있고, 최근엔 치과위생사 위주로 뽑고 있는데 인력난이 너무 심각하다. 법적인 제도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며 “개원의 입장에선 치과위생사 정원확대뿐만 아니라 간호조무사의 치과 내 영역확대가 정말 간절하다”고 덧붙였다.
B 원장도 업무범위로 인한 직역 갈등에 대해 “서로 업무범위를 두고 세력다툼 하기보다는 명분을 두고 자신의 일에 소신있게 임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치과위생사와 간호조무사가 치과에 함께 있으면 업무범위로 인한 내분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치과위생사 “대학교육 무용지물” 불만
간무사와 동등 대우에 ‘퇴사’ 사례도
이와 관련해 치과위생사 A씨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학에 입학해 오랜 기간 치과 임상을 배운 것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다.
A씨는 “업무범위 상으로 이미 스케일링이나 불소도포와 같은 단독업무를 할 수 있지만, 이 밖에 다른 업무 부분은 극대화하지 못한 것들이 많아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간호조무사 업무범위 확장 문제에 대해서도 우려가 깊다. 치과위생사는 오랜 기간 치과 임상교육을 받았는데 간호조무사의 경우 단 몇 주 만에 교육을 통해 치과 업무가 가능하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치과간호조무사 제도를 활용한다해도 어떤 의도로 직업 구조를 만들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대우도 마찬가지다. 대학교에서 몇 년 동안 교육을 받았는데, 간호조무사와 같은 대우를 받는 것이 말이 안 된다. 주변에서 이 같은 불만으로 치과위생사를 그만둔 경우도 여럿 봤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치과위생사들의 불만은 단체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치과위생과 교수 및 학생, 치과위생사 등 치위생계 종사자 500여명은 지난 2018년 업무범위 확장 관련 의기법 개정이 불발되자, 거리로 나와 ‘의기법 개정 촉구 복지부 규탄 결의대회’를 여는 등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부회장은 “치과위생사 고유의 업무는 절대 훼손시키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일부 업무들은 조금 확장돼야 치과 업무가 원활하게 진행될 것이라 본다”며 “이것도 무작정으로 업무범위를 확장하자는 것이 아니라, 경력이 있는 간호조무사가 심화교육을 충분히 받은 상태에서 이뤄져야 한다. 현재 간호조무사는 치과 내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이 같은 문제로 인해 간호조무사가 치과에 지원하는 게 다소 부담스러운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한 개원의는 “치협과 치위협, 간무협 등이 업무범위 조정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치과계에서는 치협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정부와 논의하고, 정부와 국회 설득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