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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 일보다 사람이 힘들어요

Relay Essay 제2489번째

치과 관련 콘텐츠로 유튜브 영상을 올린 지 벌써 햇수로 5년이 되었다.


유튜브를 시작하고 나서 정말 많은 질문들이 쏟아졌는데, 특히나 인간관계에 대한 질문과 고민 상담이 정말 많다. 아무래도 사회생활에서 가장 힘든 것은 몸이 힘든 것보다 관계가 힘든 것 같다.


나는 천성이 좀 찌질하다. 쉽게 생각이 많아지고 혼자 그 굴레에서 오해하고 상처받으며 벽을 치는 스타일이다. 그렇게 된 데에는 보통 내가 눈치로 느껴지는 분위기들이 대부분 파고 들어보면 맞아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어느 순간부터는 ‘촉’이라는 것이 오면 ‘확신’으로 바뀌면서 상처받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더욱 더 눈치 없는 척을 하고 상대가 나에게 직접적으로 말을 하지 않는 한 내 느낌을, 내 촉을 모른 체 하는 편이다.


그게 확실해지는 순간 ‘아… 역시. 아… 결국….’ 혼자 무너지기 때문에 들어도 못 들은 척, 봐도 못 본 척, 알아도 모르는 척을 많이 한다. 사람을 대함에 있어 방어적이다 보니, 이로 인해 상대방을 상처 준 적도 있는데, 내가 3년차 때의 일이었다.


그때 갓 들어온 1년차 후배가 참 예쁘고 애교도 많고 일도 잘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나는 그간 내가 관계에 대해 먼저 다가가는 편이라 내게 먼저 다가오는 사람이 낯설었다. 그 친구는 나에게 먼저 다가오는 사람이었고, 나는 그런 그 친구가 익숙하지 않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잘 몰랐다. 그 친구가 나에게 다가오는 걸, 그 친구가 내게 마음을 열고자 노력하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어색했던 나는 그 마음을 모른 체 했다.


그 친구가 어떤 마음에 내게 그런 말들을 했는지, 어떤 마음에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알고 있었으나, 그냥 내가 쑥스러워서 피했다. 내게 참 꽃 같았던 그 친구가 시간이 지나면서 나를 대하는 태도가 시들해지는 것을 보며 그때서야 나는 후회했다. 그 이후로는 내가 먼저 다가가고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현했지만, 그 친구의 반응이 예전과 달랐다. 그 반응을 보며 씁쓸했다. 내가 처음부터 저 친구의 마음을 좀 더 알아주었다면, 지금과 서로가 조금 달랐지 않았을까? 그 친구도 첫 사회생활에서 처음 대하는 선배였고, 처음으로 용기를 내었을텐데, 그 마음을 외면했던 시간이 마음에 지금까지 남는다.


사실 그 친구는 오히려 아무 생각이 없을 수도 있다. 또 나 혼자 마음에 새겨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혼자서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최선을 다해 진심으로 마음을 쓰지 않았을 때 결국 그 화살은 돌고 돌아 내 마음에 꽂힌다. 그저 직장일 뿐인데, 스무 살 초중반의 김수지는 어린 아이와 같았다.


지나치게 마음을 쏟았고, 지나치게 후회했고, 지나치게 상처받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마음을 쏟는다. 쏟지 않아 후회하는 것이 5~6년이 흘러도 마음에 남는 것을 깨닫고, 차라리 상대방이 내 마음을 몰라주더라도, 마음을 쏟는 편이 낫다고 판단을 했다.


그 친구 이후로 나는 직장 동료들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표현할 때 내 진심을 쏟는다. 혹자는 오글거린다고 하고, 혹자는 너무 진지하다고 이야기하지만, 그 편이 오히려 나는 행복하다. 다만, 누군가 나를 싫어한다고 너무 상처받지 말았으면 좋겠다. 누군가가 나를 미워하며 모질게 대하고 무례하게 대해도, 나는 나로서 꼿꼿하게 상대방을 대하면 된다. 물론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관계에 있어 그냥은 없는 것 같다. 그냥 저 사람이 좋아요. 그냥 저 사람이 싫어요. 그 내면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어떠한 이유는 꼭 있는 것 같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나,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이유가 없다고 말하지만 그 속을 날카롭게 들여다보면 어떠한 이유 하나쯤은 나온다. 그냥은 그냥 한국인의 언어습관이 아닐까?


나 또한 그랬다. 그냥 저 사람이 좋은데, 이유를 굳이 생각해보자면 나와 대화가 잘 통하는 느낌이 들어서, 함께 있으면 편해서, 귀여워서, 착해서 등등 나만의 이유가 있었고, 나쁜 쪽으로 마음이 쓰이는 사람도 그 이유를 들여다보면 나에게 어떤 식으로든 피해를 끼쳐서, 혹은 내가 갖지 못한 재능이나 성격이 부럽고 질투가 나서 그 사람을 계속 볼수록 내가 작아지는 것처럼 느껴져서 불편했던 경우도 있었다. 시기 질투는 상대방의 그런 모습을 진정으로 인정하고 배우고자 할 때 한 걸음 더 그 사람과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저마다의 이유가 다르지만 사람을 대하는 감정에 ‘그냥’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 ‘그냥’을 파헤칠 것이냐, 혹은 그냥 묻어둘 것이냐는 선택의 문제인 것 같다. 20대 초중반의 김수지는 내 의심이 확신이 될 때까지 파헤쳤다면, 30대의 김수지는 그냥 묻어두는 편이다. 굳이 확인 사살을 하고 싶지도 않고,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에게 감정을 쏟기엔 시간이 너무 아깝다.


내 주변 10명 중에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 8명, 나를 미워하는 사람 2명이라면 무엇하러 굳이 2명에게 내 모든 시간, 감정을 할애하느냐. 물론 오해가 있다면 풀면 좋겠지만, 오해하게끔 두는 것도 이제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일일이 나에 대해 설명하고 해명할 여력도 나지 않을뿐더러, 그러기엔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기가 더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어머 쟤 그럴 줄 알았어. 그럼 그렇지.”라고 생각하는 2명보다 “아냐 그럴 리 없어. 이유가 있겠지. 나는 믿어.”라고 생각해주는 8명이 내게 더 소중하기 때문이다.


어설픈 착한 척은 티가 나기 마련이고, 나 또한 본성이 그다지 좋은 사람은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에 굳이 사람 좋은 척하고 싶지가 않다. 앞서 말했듯 그저 진심으로 대할 뿐이다.


그 진심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상호작용하느냐가 바로 “코드가 맞다.”, “코드가 다르다.”의 차이가 아닐까?


사람은 저마다 다르고, 성격 취향 모든 것이 다르기 때문에 사회생활에서까지 굳이 힘들게 억지로 코드를 맞춰갈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말 그대로 이곳은 직장이 아닌가? 소개팅을 하러 온 곳도 아니고, 내 인생 절친을 구하러 온 것도 아니다. 물론 그 안에서 마음이 잘 맞아 더 나아가는 관계로 발전하기도 하지만 애쓸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직장 내에서 내가 누군가 때문에 힘들다면 내 마음을 괴롭게 하는 저 사람이 내 인생을 두고 봤을 때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생각해보자.


나는 날 괴롭게 하는 사람들이 있을 때마다 생각했던 것이 있다. “저 사람이 내 월급 주는 거 아니잖아?”, “치과에서 안 만났다면 살면서 알아갈 이유도 없었을 사람 같은데?”

너무 속되고 강한 표현인 것 같긴 하지만 ‘아 이건 좀……?’ 싶다면 돌이켜 생각을 해보자.


정말 당신을 괴롭히는 그 사람이 당신 인생에서 중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