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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Y 투명교정 치료,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까요?

의료윤리학자에게 물어본다 (37)

<The New York Times>에 오랫동안 연재되고 있는 칼럼으로 “The Ethicist”가 있습니다. 현재 뉴욕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윤리학자 콰매 앤터니 애피아가 맡은 이 칼럼은 독자가 보내는 윤리 관련 질문에 윤리학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치의신보에서 매월 1회 의료윤리 주제로 같은 형식 코너를 운영해 치과계 현안에서부터 치과 의료인이 겪는 고민까지 다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김준혁 치과의사·의료윤리학자

 

약력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졸, 동병원 소아치과 수련.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윤리 및 건강정책 교실 생명윤리 석사.

연세치대 치의학교육학교실 교수
저서 <누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2018),
역서 <의료인문학과 의학 교육>(2018) 등.

 

 

 

 

 

외국에서 DIY 투명교정 치료, 그러니까 회사가 환자에게 직접 투명교정 장치를 보내주는 서비스가 시작되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국내에도 비슷한 서비스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보아하니, 의료법에서 문제 소지가 있다고 하나 비대면 의료가 확대되는 추세에서 의구심이 듭니다. 미국에서 해당 서비스가 자리 잡았다면, 국내에서도 확대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수순 아닐까요?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선 해당 서비스가 명백히 잘못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익명.


미국의 스마일다이렉트클럽(SmileDirectClub), 캔디드(Candid Co.)와 같은 서비스는 고객이 인터넷을 통해 회사에 서비스를 신청하면, 직접 구강 인상을 채득할 수 있는 기구와 재료를 집으로 보내줍니다. 또는, 지점을 방문하여 3D 스캐너 등을 사용하여 인상을 채득할 수도 있습니다. 이 자료를 토대로 회사는 투명교정기를 단계별로 제작하여 집으로 보내주고, 환자는 기간에 맞추어 투명교정기를 장착합니다. 회사는 저렴한 비용으로 교정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문화적 특징 때문에 교정의 수요가 늘 있는 미국에서 이 서비스는 상당한 인기를 끌었습니다.


내용만 보아도 문제 소지가 있다고 생각하실텐데요, 미국치과의사협회를 비롯하여 미국의 여러 치과의사가 문제를 제기했지만, 이 건은 생각보다 쉽게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치과의사 없이 진료하는 것이므로 불법이라고 공격하자, 회사는 진단하는 것은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해당 주(州)의 교정과 전문의라며 방어했습니다. 치료 결과가 보증되지 않는다고 공격하자, 회사는 다른 치료도 마찬가지이며 회사는 고객에게 충분한 설명 자료를 제공한다고 방어했습니다.


다행히 몇몇 주에선 회사가 방사선 사진이나 추가 자료 없이 교정 진단을 내리는 것은 잘못이며, 이 경우 의료과오 소송이 들어왔을 때 회사가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치과의사의 주장이 수용되기도 했습니다. 한편, 2020년에 발표된 관련 논문은 이런 DIY 교정 장치를 무조건 비난할 수만은 없고, 치과의사는 환자 및 사회와 이런 선택지를 놓고 진솔한 대화를 할 필요가 있다고 권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를 틈타 국내에서도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나왔습니다. 완전 비대면 서비스의 형태는 아니고, 1회 치과 등을 방문하면 택배로 투명교정 장치를 전달해 준다고 해당 업체는 광고하였습니다. 해당 서비스에 대해 전국 11개 치과대학 치과교정학교실 동문회장단은 해당 서비스에 강력히 대응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지요. 이 서비스, 큰 우려를 할 필요는 없다고 보아도 될까요?


이 서비스의 경우 법적으로 애매한 위치에 놓여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교정치료를 위한 인상채득은 의료행위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치과의사의 지시를 거쳐 치과기공사가 만드는 투명교정 장치는 치과기공물로 인정되는 반면, 투명교정 장치 시트 자체는 2등급 의료기기로 허가가 나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환자맞춤형 장치 개발의 활성화를 위해 해당 재료의 의료기기 인증을 돕는 가이드라인까지 발간한 상태입니다. 허가받은 2등급 의료기기의 경우, 업체가 직접 판매하는 것이 문제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난번 투명치과 사태 때도 투명교정 장치가 치과기공물인지, 의료기기인지 불확실하여 광고 규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이 지적되기도 했는데요. 발달하는 기기 및 재료의 활용을 법이 재빠르게 따라가기는 어렵고, 따라서 법의 허점을 노린 업체의 영업이 가능한 구조로 보입니다. 미국에서 업체가 서비스를 늘린 것 또한 이런 법의 사각지대를 노린 것이었고요.


이런 경우엔 윤리가 생각보다 좋은 접근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해당 서비스와 광고가 비윤리적이라고 먼저 치과계에서 대대적으로 선포하고, 이에 대한 캠페인을 벌여 서비스가 자리 잡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을 쓰는 것이지요. 특히, 최근 서비스나 업체의 선택에 있어 윤리적인 부분을 중요하게 따지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이 질문이 해결되어야 합니다. DIY 투명교정 서비스는 윤리적으로 잘못일까요?


전통적인 의료윤리의 흐름, 즉 환자의 선택권 또는 자기결정권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조에서 본다면 윤리적으로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DIY 투명교정은 환자에게 하나의 선택지가 추가되는 것일 뿐, 이런 서비스가 싫은 사람은 교정과에 가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접근은 잘못이라고 보는데, 의료적 선택에 있어서 환자의 선택권만을 금과옥조로 여겨선 안 되기 때문입니다. 의료행위, 특히 침습적 의료행위는 신체를 변형시키고 그에 따라 정신적인 영향까지 초래합니다. 의료적 선택에 있어 단지 신중을 넘어 조언과 숙고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치과의사는 환자의 구강 관리 및 치료를 조언하고 환자가 어떻게 치료 과정을 밟아나갈지 결정함에 있어 제대로 숙고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고, 도와야 합니다. 치료 선택이나 결정을 환자에게만 모두 맡겨놓는 것은 무책임한 일일뿐더러, 의료 행위의 고유한 가치를 절하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치과의사 전문가로서 환자가 좋은 선택을 내리도록 돕고, 나쁜 선택을 내리지 못하도록 막을 책무를 지닙니다.


그러나, DIY 투명교정 서비스는 이런 의료행위에 대한 고려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환자가 자기 선택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치료를 결정하며, 회사는 그에 따른 서비스를 제공할 뿐입니다. 회사가 자신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규정하면 그것은 그것대로 문제이며, 의료행위라고 규정하면 회사는 의료인과 같은 차원에서 환자가 숙고할 수 있도록 도울 책임을 집니다. DIY 서비스에서 이것이 가능할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여기엔 의료의 기본인 환자-의사 관계도, 의료적 선택에 대한 무게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죠. 따라서 이 과정은 윤리의 요건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의료적 과정에서 꼭 필요한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부정하는 DIY 서비스는 사람들에게 저렴하게 교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닌데, 사람들이 잘못된 선택을 내리는 것을 막고 대안을 제시하는 의료의 필수 요소가 누락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DIY 서비스가 저렴한 이유는, 그런 필수 요소를 누락하면서 발생한 비용의 축소일 뿐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 선생님이 진료하시거나 치과의사로 생활하시면서 가지셨던 윤리와 관련한 질문을 기다립니다. dentalethicist@gmail.com으로 보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