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계는 ‘구인난’이라는 족쇄를 차고 오랜 세월 힘겹게 전진해 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치협은 최근 ‘구인구직시스템 활성화TF’를 구성, 구인난 해소를 위해 전력투구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본지는 구인난 해소의 첫 단추가 될 치협 구인구직사이트 활성화와 관련 기존 사이트들의 운영 실태부터 종사인력 배출 현황, 관련 제도와 법률적 한계까지 핵심 현안을 총 10회에 걸쳐 짚어봄으로써, 치과 종사인력 구인난의 원인과 그 해결책에 대한 공론을 치과계와 나눌 예정이다. <편집자 주>
“취업이 잘된다는 주변 이야기를 듣고 치위생학과에 진학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실습을 나가서 현장을 느껴보고, 연봉 등 근무환경을 살펴보니 과연 이 길이 길게 가져갈 수 있는 직업일까 하는 고민이 듭니다.”
“치과에 취업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간호조무사를 준비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아요. 보통 학원에서 추천하는 경우 치과로 취업을 하게 되는데, 관련 교육이나 정보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요.”
예비 치과위생사, 예비 간호조무사의 목소리다. 치과에 취업을 하기도 전 치과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근무 여건도 중요하지만 ‘치과가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의견이 직역을 떠나 치과 스탭을 꿈꾸는 이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수도권 모 대학 치위생학과를 올해 졸업하는 A씨는 지난해 말 치과위생사 면허를 취득한 새내기 치과위생사. 코로나 사태로 인해 취업을 잠시 미루며 치과병·의원 여러 곳의 근무여건을 살펴보고 있다.
A씨는 “대학 선배들이 먼저 취업한 규모가 있는 대형 치과로 취업하려고 한다. 벌써 어느 정도 취업할 곳이 확정돼 있다”며 “신입 치과위생사들에게 있어 어느 곳에 취업을 하느냐가 걱정이지 일자리 자체에 대한 걱정은 별로 없다. 취업을 할 수 있는 치과는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씨는 “처음 사회에 나가는 입장에서 첫 근무를 하는 치과에서 얼마나 많은 부분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지 가장 먼저 보게 된다. 연봉도 중요하지만 초임은 어디나 거의 비슷하다. 처음엔 연봉보다 좋은 환경에서 좋은 사람들과 일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실습을 나가 임상현장을 경험하고 든 생각은 좋은 원장, 선배들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아는 지인을 통해 검증된 곳으로 취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치과위생사, 자기개발 동력 필요
현재 구직을 하고 있는 치과위생사 B씨는 진로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하는 경우. B씨는 “6년 정도 임상에서 일했다. 현재는 잠깐 쉬며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는데, 임상보다는 의료 관련 기업 등에 관심을 갖고 살펴보고 있다”며 “임금이나 체력적인 부분에서 한계가 있고, 인력이 소모적으로 쓰인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순간 친구들이 ‘너 얼굴이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를 하는 것을 듣고 치과를 그만두게 됐다”고 밝혔다.
B씨는 “이 직업은 취업이 잘 되고, 어느 정도 연차까지는 연봉도 괜찮은 직업이라 생각하지만, 근본적으로 사람을 대하는 서비스직이라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높고, 업무에 대한 인정, 자기 발전의 한계 등을 느끼기 쉬운 직업이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연차가 높아지거나 경력 단절 후 다시 복귀할 때 등 경력인정 부분에 대한 불만이 쌓이기 쉬운 구조다. 이에 대한 개선이 치과위생사들이 더 오래 치과에서 근무할 수 있게 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인천의 한 치과에서 근무하고 있는 간호조무사 C씨는 “비교적 현재 근무하고 있는 치과에 만족한다. 그러나 내과 등 간호조무사들이 일반적으로 취업하는 일반 의과 쪽 의원에 비교하면 치과의 근무강도가 높다고 생각한다”며 “간호조무사로서 치과 취업이 망설여지는 이유는 취업 초창기에는 근무여건보다는 치과 쪽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간호조무사, 치과 진로 정보 부족
C씨는 “내 경우 간호조무사 학원 선생님의 추천으로 치과에 취업하게 됐다. 치과에 와서 많은 것을 새로 배웠지만, 그 정도는 취업 초기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며 “간호조무사 교육과정에서 치과와 관련된 교육이 거의 없고, 또 치과를 연계해 취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흔치 않다. 취업자의 입장에선 치과에 대한 정보 부족이 치과를 선택하는 데 있어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서울 사당역 근처의 간호조무사 학원을 다니는 40대 D씨는 “한의원에서 오래 근무한 경험이 있고, 요양보호사를 하려고 학원에 등록했는데 간호조무사도 좋다고 추천받아 도전하고 있다. 그러나 치과에 갈 생각은 없다. 다뤄야 할 도구도 많고, 치과위생사라는 직업도 있어 실제 현장에서 텃세를 겪지는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의 한 간호조무사학원 원장은 “간호조무사 지망생들에게 가능한 일반병원 취업을 권장하고 있다. 치과는 다뤄야 할 기구들이 낯설고, 원장 바로 옆에서 진료를 돕다보니 힘들어 하는 경우를 많이 보기 때문이다. 치과에 취업한 한 학생의 ‘앉아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이야기가 생각 난다”며 “간호조무사 교육과정에 있어 치과에 대한 교육내용이 부족한 점도 학생들을 보내기 망설여지는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지역 치과의사회와 연계해 학생들에게 실습교육 등을 제공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경험한 학생들은 확실히 치과 취업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며 “간호조무사 인력을 치과로 유인하기 위해서는 더 다양한 형태로 관련 교육내용이 보완돼 교육과정의 틈새를 메우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또 다양한 연령대에게 취업기회를 열면 치과에 취업하는 인력들이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