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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의 학부과정을 마치고 창업이라는 길

Relay Essay 제2493번째

학사모를 던지며 치과대학 졸업이라는 결실을 만끽했다. 치과대학 합격 통지의 기쁨에서 시작된 여정이 본과 진입하고 시작된 수많은 시험과 실습 그리고 원내생이 되어 환자를 직접 보면서 가슴 철렁하는 순간들을 넘어 치과의사의 관문인 국가시험을 합격하여 드디어 6년의 대장정이 치과의사 면허라는 선물과 함께 끝났다.

 

하지만 이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졸업에 대한 기쁨과 함께 막상 동고동락한 동기들과 헤어진다는 아쉬움어린 마음으로 서로에 대한 응원의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각자 새로운 길을 향해 나아갔다. 전공의 수련을 받기로 택한 동기들부터 국가의 부름으로 논산훈련소를 가는 동기들 그리고 바로 환자들을 치료하러 로컬 치과 취직을 하는 동기들까지 다들 각자의 길로 뿔뿔이 흩어졌다. 필자는 전공의 수련이나 병원 취직이 아닌 다소 생소한 창업의 길을 걷기로 했다.

 

창업을 처음부터 생각을 한 것은 아니다. 외국계 사모펀드 회사를 다니던 친구가 매각 나온 회사에 대한 리서치를 위해서 치과의 디지털화에 대해서 가까운 본과 2학년생인 필자에게 물어봤다. 당연히 필자는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마침 학교에서는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에 대한 실습과 함께 디지털 방식에 대한 교육을 받을 수 있었고 이에 대한 관심으로 3D구강스캐너 회사에 externship으로 이어지면서 무언가를 강렬하게 느낄 수 있었다. 치과는 생각보다 빠르게 디지털화와 함께 변화하고 있는 중이고 앞으로 더 많은 변화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디지털 기술은 앞으로 단순히 기계의 발전을 넘어 치과 환경을 혁신하고 변화시킬 것임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필자에게는 이 변화는 마치 2G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전환하던 시점의 데쟈뷰로 느껴진다. 불과 15년 전만 해도 2G 폰으로 문자 보내고 폰으로 인터넷 접속하면 급하게 껐던 것을 생각하면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치과에서 사용하는 장비는 점점 디지털화되어 가고 있고 치과 종사자 뿐만 아니라 환자들 역시 디지털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 이를 이용하여 치과 시장에서 상대적 우위를 점하는 것이 아닌,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절대적인 치과 시장을 키워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개인적으로 신이 났다.

 

Change is chance, 변화에는 항상 기회가 찾아온다.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우리의 삶이 완전히 달라졌지만, 이 변화를 수용하고 극복하고 비대면 통신 그리고 메타버스 등의 산업은 이 불가항력적인 변화를 기회로 만들어 적용을 몇 년을 앞당겼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과도기적인 시점은 치과계를 성장시킬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한국의 치과 위상을 높일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고 본다. 치과의사, 치과 종사자 그리고 환자 모두에게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해당 발전이 견인 된다면 변화의 기회를 통해 치과계는 더욱더 성장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기술과 의술이 만나면 기존의 한계를 넘으면서 치과 시장을 키울 수 있고 IT 강국 대한민국의 기술과 세계적인 치과 수준을 고려하면 향후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확신하여 창업을 결심하게 되었다.

 

결심과는 달리 학생 신분으로 창업을 준비하기란 쉽지 않았다. 6년동안 치과대학 학업에 집중하게 되면서 창업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고, 주변인들의 반대와 의심, 바쁘고 힘든 학교 생활과 공부를 병행하는 것은 최악의 환경이었음은 분명했다. 특히 창업을 준비하면서 국시를 준비하는 것은 돌이켜보면 악몽과 가까울 정도의 부담감이었다. 필자를 믿고 어렵게 모인 팀 그리고 한정된 자원으로 창업에만 쏟아도 1분 1초가 아까운 상황에 국시 공부를 또 등한시 할 수 없는 진퇴양난 속에서 무사히, 어쩌면 다행히, 치과의사 면허와 팀을 모두 지킬 수 있었다. 앞으로 사업을 하면서 이보다 어려운 일들이 더 산재될 것이라는 생각에 긴장감과 기대감이 공존한다.

 

잠을 줄여가며 준비한 창업 그리고 이로 맺게 된 작고 소중한 결실들 사이에서 엄청나게 성장한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무엇이든 찾아보겠다고 시장 조사를 위해서 찾아간 곳에 문전박대도 수 없이 당하고 계획했던 가설이 틀리기도 했지만 반대로 창업가 뿐만 아니라 예비 치과의사로서 책 또는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것을 배우고 얻었다. 그리하여 막연하지만 자신감과 함께 오기와 결심이 생겼다. 현재 창업 아이템은 바뀌고 피봇을 할지언정, 매력적인 치과 시장의 확장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이 시장 내에서 변화를 일으키겠다는 결심.

 

분명한 것은 치과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물결에는 치과의사가 되기 위해서 배운 지식을 활용하여 치과 시장의 확장을 선도하고 이 비젼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이 세상을 충분히 혁신할 수 있다는 것, 이 역시 치과의사의 역할이고 그 역할에 한번 도전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