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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이정훈 교수님을 추모하며

스펙트럼

존경하던 선배님께서 돌아가셨다. 고작 몇 달 투병을 하셨을 뿐이다. 갑작스럽다. 감정이 없어 보인다며 로봇이라 불리던 나인데, 막상 장례식장에 가서 사진 속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니까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괜히 사모님을 울린 것 같아 죄송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한 데 마음을 쏟았으나 어찌할 수가 없었다. 이런 일이 없었더라도, 교수님의 뜻을 이어받고자 생각했다. 내 인생길엔 여러 등불이 있는데, 그 중 하나 밝게 빛나는 분이었다. 항상 무언가 빚진 마음이었는데, 이젠 평생 가지고 갈 마음이 되어버렸다. 그 큰 뜻은 이어받지 못해도, 하나는 이어받을 테니 편히 가세요. 약속해야 할 것만 같아요.

 

대학 동기, 둘째 큰 아버지 그리고 이정훈 교수님. 최근 3번의 죽음이 나를 지나갔다. 계속 연락하고 지냈던 건 오늘 돌아가신 교수님이었다. 외래 교수님으로 만났기에 교수님이라 불렀다. 하지만 교수님이라 불리는 걸 매번 부담스러워서 하셔서, 선생님이라 부르라고 하셨다. 한번은 형이라고 부르라 하셨는데, 내가 어색해하는 바람에 실패했다.

 

종교 반대편 끝에 있는 내가 매년 필리핀 의료선교를 가고, 총괄업무를 하는 것을 다들 신기하게 여긴다. 나도 신기하다. 인생이란 모를 일. 이 모든 인연이 이정훈 교수님과 시작되었다.

 

2015년, 어쩌다 보니 의료선교를 갔다. 원래 해외 의료봉사를 원했으나, 팀을 찾기 쉽지 않아서 의료선교에 가게 되었다. 나는 진료 봉사만 하는 객원의 의미로 친구와 참여했다. 사실 이정훈 교수님께서 나의 비용을 다 내주신 게 가장 컸다. (속물 이은욱...)

 

참으로 많은 깨달음을 얻은 시간이었다. 의료선교의 좋은 뜻을 발견하고, 종교의 색이 짙어도 수년간 계속 참여했다. 기도 시간이 좀 어색했지만... 실무진으로 최선을 다했다. 나는 아직 교회에 다니지 않는다. 참 이 마음은 어찌 되지 않는다. 수많이 권유를 받았으나... 쉽지 않다.

 

당시 이정훈 교수님께서 필리핀 의료선교를 총괄하고 계셨다. 이후 교수님께서는 한국에서 운영하시던 치과를 정리하고 남은 일생을 선교사로 살고자 뉴질랜드로 떠났기에, 필리핀 의료선교를 맡을 사람이 없었다. 이 좋은 일이 끊기는 게 싫었기에, 내가 맡았다. 정기적으로 다니고 현지와 소통할 수 있는 의료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떤 책임감을 느꼈다. 안 해본 일이라 미숙했지만, 최선을 다했다.

 

“외국 나가면 뵈어요.” “한국 돌아오면 뵈어요.” “은욱이 교회 나가보면 참 좋을텐데-” 원래 전도받는 걸 정말정말 싫어했지만, 주변에 멋진 이들의 전도는 별로 밉지가 않았다. 그래서 괜찮았다. 교회에 가지 못하는 사실에 참 죄송스러웠지만, 신경써주는 마음 다른 마음으로도 꼭 보답하고 싶었다 항상. 그래서 괜히 의료선교에 마음을 더 쏟았던 것 같다. 이 팀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한 달 전쯤 마지막 카톡을 했다. 많이 아프신 데 괜히 마음 쓰실까 봐 직접 전화는 못 드리고 사모님께 전화 드렸다. 나중에 카톡이 오셨다. 아프신데 카톡하게 해드려 죄송했다. 하지만, 목소리라도 한 번 들을 걸 그랬다. 코로나 때문에 면회가 허락되지 않았다.

 

그들의 인생이 너무나도 멋있다고 생각하여 존경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정훈 교수님도 그 중 한 분이었다. 신념과 행보가 너무나 멋져 항상 존경했다. 누군가는 종교라는 이유로 멋진 인생이라는 걸 이해 못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삶을 신념을 위해 바친다는 게 너무 멋져보였다. 이태석 신부님처럼 말이다. 겁쟁이라 물에 뛰어들지 못하고 항상 물가에서 참방거리기만 하는 나에게, 온몸으로 뛰어드는 사람들이란.

 

오늘은 이정훈 선교사님을 기도로 추모하겠습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