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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근무하는 예방치과에도 오랜만에 인턴 선생이 한 명 배치되었다. 인턴 선생의 출신학교는 다양하여, 수도권부터 남쪽 영호남 지역의 치전원 및 치과대학으로까지, 그야말로 다양한 출신들이 모일 수 있는 곳이 필자가 근무하는 상급종합병원 치과이다.

 

치협과 치의학회 관련 회의에 참석해 보면, 인턴 제도를 없애자는 의견이 우세한 것 같고, 그 이유로는 별로 소득이 없어 보이는 인턴 기간을 건너뛰고 바로 레지던트 과정을 시작하면, 집약적으로 배움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과거 3년제 인턴, 레지던트 과정 출신들의 경험적 이론과, 인턴을 마친 수련의를 선발하기 어려운 몇 개과(필자의 예방치과를 포함해서)의 교수들이 후발주자인 통합치과전문의과정에 인턴과정이 생략된 것을 부러워하면서 치과대학 내지는 치전원 졸업반 출신들 그대로 선발하는 것이 좋다는 애매한(?) 자기 합리화에 도달했기 때문일 것이라 필자는 생각한다.

 

필자도 나이가 들어서인지 이제는 조금이라도 강의를 하면, 목도 쉽게 잠기고, 가르치기도 싫지만, 아직은 가르치는 위치에 있다는 죄로, 인턴 교육을 등한히 하지는 않는다. 처음 만난 인턴에게 가르쳐 줄 일은 많겠지만, 우선은 유니트 체어 사용법과 suction filter를 관리하는 일부터 기구를 정리하는 일, 환자를 응대하는 일 등이 우선적으로 치과의사로서 알고 있어야 하는 일이라고 가르쳐 주었다. 아울러, 일주일에 한번씩 ‘연구방법론’ 교재를 정리하여 발표하게 하였다. 나름 ‘치전원’ 출신으로 ‘치의학석사’에 해당하는 학위를 가진 인턴 선생들이지만, 과연 ‘석사(碩士)’에 해당하는 실력을 지녔는지도 궁금하고, 부족한 점이 있다면 보완할 기회를 주자는 의미에서 모든 분야의 연구에 통용되는 공부를 시키는 것이다.

 

예방치과 진료는 진료실에서 필자의 진료를 도우며 배우면 되는 것이다. 모든 가르치는 과정은 철저하게 구강보건교육법의 하나인 “Tell, Show, Do”의 방법을 동원한다. 후일, 지금의 인턴 선생이 필자와 같은 교수가 될 수도 있고, 치과의원 원장이 될 수도 있을 터인데, 그 때 신입 치과의사나 치과위생사, 간호조무사가 들어오면 원장이나 교수가 시범을 보여주며 가르쳐 주었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욕심이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석션 타구 아래를 열고, 유니트 체어의 필터를 꺼내어 닦는 일부터, 이제는 단어의 뜻도 가물가물한 영어 단어를 찾아가며 인턴 선생의 발표할 부분의 교재를 예습하는 일, 진료과정에서 말 수를 줄여야 유리한 COVID-19 시기에 일일이 설명을 곁들여가며 진료를 행하는 모든 과정에 “Tell, Show, Do”의 원칙을 적용해야 하니, 인턴 선생 덕분에 목소리는 잠기게 되니, 더 열심히 살게 되는 느낌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상급종합병원 치과의 인턴 선생들의 당직 근무의 빈도가 조금 나아졌다고는 하나, 적어도 3일에 하루는 밤잠을 설치는 당직을 해내야 하고, 아직 봄철이라 신입의 능력으로 해결하지 못할 업무로 인해 잠자는 선배를 Call해야 하는 고충도 겪어야 할 것이다.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가 모두 응급실에서 이루어진다면, 영화나 드라마처럼 멋있게 마무리가 되겠지만, 치과진료가 이루어져야 하는 경우에는 별도의 진료실 유니트 체어에서 혼자서 모든 진료를 감당해야 하는 경우도 많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본원의 경우, 응급환자들의 경우나 병동에서 외부 건물인 치과건물로 이동이 어려운 환자들은, 병동이 있는 건물에서 진료가 이루어져야 하므로, 병원에서는 내부에 응급치과진료실을 별도로 마련해 두었다.

 

며칠 전, 정신건강의학과 입원환자가 필자에게 구강진료를 받기 원한다고 하여, 환자의 특성 상 건물 외부로의 외출은 어려울 듯하여, 소속 전공의가 없는 필자는 직접 최근 이전 설치된 응급치과진료실로 가서 구강진료를 한 적이 있다. 환자는 구강검진과 상담, 처방(가글 등)으로 마무리되는 환자라서 괜찮았지만, 최근 이전 개설된 응급치과진료실의 시설, 장비를 보고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일단 치과 유니트 체어는 작동될 수 있는 기능이 많이 부족해 보였다. 인턴 선생에게 “여기서 어떤 응급처치를 하느냐”고 물어 보았다. “할 수 있는 것만 합니다.”라는 대답을 듣는 순간, 나이 든 스승이 해야 할 일은 정리가 되었다.

 

그 주의 금요일은 치과 교수들과 병원장과의 간담회가 있는 날이었다. 치과를 확장해 주었는데 왜 수입이 예상한 만큼 늘지 않고 ‘답보’ 상태인지를 묻는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제일 연장자 격인 필자에게 예의상(?) 치과의 건의사항을 묻는 병원장께 응급치과진료실의 상태를 알려드렸고, 당장 개선과 리모델링을 요구했다. 다행히 필자의 얼굴을 보아서인지 동석한 치과 교수들의 한마음을 읽어서인지, ‘건의’는 받아들여졌고, 필자가 근무하는 상급종합병원이 명문대학의 부속병원이라는 생각을 잊고 살았던 것을 뉘우칠 정도로 병원장과 부원장은 당장 다른 방으로 다시 공사하여, 병원 입원환자들의 편리한 구강진료에 하자가 없도록 해 주겠다는 약속을 해 주었다.

 

90년대 가요 중에 “초련(初戀)”이라는 곡이 있다. 최근 경연 프로그램에서 불리워져, USB에 다운로드하여 차에서 듣곤 한다. 예전에 듣지 못했던 가사가 뚜렷하게 들린다. 아마도 가사의 주인공은 ‘첫사랑’에 빠졌나 보다. 연인과 만나는 순간을 준비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지면서 오늘 영화를 볼 것인지, 아니면 야외로 드라이브를 할 것인지, 그도 아니면 백화점에 가서 선물을 사 줄지를 고민하는 모습이 필자의 젊은 시절과는 많이 다르지만, 그 마음만은 그대로 전달되어 오는 것이다.

 

치과의사 면허를 받고 가장 기대되는 것은 실습이 아닌 실전(實戰)으로 ‘환자’를 만나는 순간일 것이다. 환자를 만나기 전, 걱정도 되겠지만 기대감이 큰 것이 사실일 것이다. 스승은 제자의 이러한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는 실수를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첫사랑에 빠진 연인처럼 환자에게 진료를 해 주면서 본인이 행복해 하는 ‘사랑에 빠진 치과의사’를 만들어 주는 것이 새로 배치된 인턴 치과의사를 위해 스승이 해야 하는 일이다. 인턴 선생이 진료하는 과정에 갑자기 타구가 막혀 물이 역류된다든지, light가 들어오지 않는다든지, 유니트 체어의 작동법을 몰라 환자 앞에서 안절부절해 하는 모습은 마치 Rent한 자동차 조작법을 몰라 그날의 데이트를 망치는 일과도 같은 것이다. 이제 막 환자와의 ‘사랑’에 빠질 치과의사를 도와줄 수 있는 것을 찾아주는 것이 스승이 할 일인 것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