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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수필(769)>
영원한 인생의 숙제
김성훈(부산시 김성훈치과의원 원장)

이제부턴 내가 하고픈 일 하며 살고 싶다 내 인생은 스스로의 적극적인 선택이므로 타향에서의 10여년의 생활을 정리하고 1994년 2월 고향으로 돌아온 나는 그토록 바라던 내 인생에서의 처음있는 자유를 즐기고 싶었다. 여행도 하고, 하고 싶었던 일도 하며…. 그러나 석달이 지나면서 허무하고 우울한 느낌이 내게 찾아왔고 역시 사람은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서둘러 그해 11월에 병원을 개원하게 되었다. 과연 잘 될까 하는 불안감 속에 개원을 했지만 다행히 처음부터 병원은 그런대로 잘 되었다. 갑자기 챙길 것도 많았고 스트레스도 받으면서 한 2, 3년간은 병원일 외엔 아무것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개원 3년째인 1997년에는 책상에 앉을 시간도 없이 계속 환자를 보았으며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저녁엔 가끔 술을 마시게 되고 집에 가면 녹초가 되어 잠이 들었다가 다시 아침엔 허겁지겁 일어나 병원으로 가곤 하는 기계적인 삶이 반복되었다. 그러는 와중에서도 병원은 자리잡혀 갔고 병원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줄었으며 모든게 안정되어 가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가끔씩 들곤 했으나 그게 무엇인지는 알수가 없었다. 그러다 1997년 말 IMF사태가 터졌고 나에게도 그 여파가 미쳐왔다. 그로 인해 병원에 환자수는 줄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IMF사태는 나 자신을 돌아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점점 책상에 앉아서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무언가 모르게 바쁠 땐 느끼지 못했던 공허함이 더욱 더 분명히 나에게 다가왔다. 이대로 이렇게 살다가 죽는게 인생이란 말인가? 10년 뒤 아니 5년뒤에도 내가 여기서 이러고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끔찍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냥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고 가족과 여행도 간간이 하면서 평범한 삶을 살수도 있겠지만 이건 내가 살고 싶은 그런 삶은 아니라는 생각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이건 마치 읽었던 소설을 다시 읽는 듯한 미래가 훤히 보이는 맥빠진 인생같이 느껴졌고 이렇게 살고 싶지는 않았다. 무언가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되었지만 난 어떻게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지 알 수가 없었으며 항상 내 머리 속에는 이러한 생각들로 가득 차 있었다. 책을 뒤적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1년반이라는 세월이 어느덧 지나갔지만 길은 보이지 않았고 정신적 방황은 더해만 갔다. 나자신도 점점 위축되어 가는 것만 같았다. 그러던 1999년 5월의 어느날 그날도 점심을 먹고 나서 서점에 들러서 이런 저런 책을 뒤적이다가 마음에 드는 책을 찾을 수 없어서 그냥 나가려는데 갑자기 책 하나가 내 눈에 들어왔다. 그 책은 오전에 본 잡지에서 그럴듯하게 소개해 놓은 책이었다. 그리고 그 책은 전에 내가 샀다가 읽지 않고 그냥 있을지도 모를 그런 책이었다. 살까 말까 좀 망설이다가 그냥 집어들고 병원으로 돌아왔다. 당장 볼 생각은 아니었지만 달리 할 일도 없어서 이 책도 그저 그런 책이려니 생각하면서 별 기대없이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책의 서문을 보면서 이책을 신념을 가지고 열심히 읽은 사람에게는 많은 영감을 줄 것이라는 말에 나는 기대감을 가지게 되었고 본문을 읽으면서 그 내용은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을 풀 수 있는 열쇠를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바로 과거에 경험해 보지 못한 쾌감, 환희가 내게 다가왔다. 며칠을 몰입하여 책을 다 읽게 되었고 그 책은 끝까지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유일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다시 책에 줄을 그어 가면서 정독을 했고 그 책의 내용이 너무나 가슴에 와 닿았기 때문에 그 책을 깊이 있게 다루는 2박 3일의 연수 프로그램에까지 다녀오게 되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 책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매우 유명한 책이었다. 그후 1년동안 나는 독서의 즐거움을 만끽하며 많은 책을 읽게 되었고 그러면서 나는 내 자신도 되찾게 되었으며 나의 생각과 생활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제 2의 인생을 사는 것 같이 느껴져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의욕도 생기게 되었다. 나는 이제부터 새롭게 다시 시작하고 싶다. 이제부턴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 아직 그것이 무엇인지는 확실히 모르지만 이제부턴 내 인생을 살고 싶다. 인생은 그냥 남들을 따라 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적극적인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살 것인가? 그건 각 개인이 죽을 때까지 찾아야 할 영원한 인생의 숙제일 것이다. 나는 이 영원한 인생의 숙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또한 그것이 인생이기에 오늘도 책장을 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