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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가 성형수술을 해요?

Relay Essay 제2505번째

“대표원장 대신 OO씨를 수술한 것은 치과의사였습니다.” “치과의사가 성형수술을 해요?” “자기가 받은 면허 외의 다른 치료를 했다. 그것도 무면허에요.”

 

지난해 MBN에서 방영된 한 프로그램은 지난 30년 동안의 나의 기록을 무면허 돌팔이 의료행위로 결론지어 주었다.

 

‘대학병원 구강외과는 양악전문이 아닙니다.’ ‘충치치료와 양악수술을 함께 하는 의사. 정말 괜찮으신가요?’

모 성형외과의 광고 카피다. 이런 모욕을 받는 것도 이제는 익숙해져야 하나?

 

학창시절 존경하던 은사님의 강의 중에 보게 된 잔인한 슬라이드 몇 장은 나의 피를 끓게 하였고 결국 구강악안면외과를 전공하고 이 분야만을 진료하는 인생을 살게 해주었다. 치과의사가 턱수술을 한다는 다소 의아스러운 개원을 한지 이제 20년 째…세상은 변했고 양악수술이 치과의 구강악안면외과의 영역 임은 이제 거의 대부분의 일반인에게 인식이 되었다.

 

그 길을 함께 했던 동료, 선후배 선생님들이 2004년에 함께 모여 만들었던 대한악안면성형구강외과 개원의협의회는 턱수술을 기본으로 하는 구강악안면외과 개원의들과 사랑니 발치 등 우리 분야의 진료만을 특성화 한 개원의들의 모임으로 정기적으로 학술집담회를 개최하고 우리의 영역을 알리기 위한 대외적인 홍보 활동에 비중을 두고 서로의 친목을 도모하며 발전해 왔다.

 

이제 이 모임의 회장직을 3년 만에 내려놓는다. 코로나로 제대로 된 모임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도 우리의 존재를 알리고 자리를 지키기 위한 노력은 계속 되었다.

 

MBN 사건은 대한구강악안면외과학회와 대한악안면성형재건외과학회, 그리고 양악수술학회와 4개의 단체가 공조하여 언론중재위원회의 직권결정을 이끌어 내었고 결과적으로 방송내용의 영구적 삭제와 더불어 우리 영역을 다시 한번 알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작하여 방송되게 하였다.

 

처음 턱수술 만을 고집하는 치과의원을 개원했을 때 내겐 꿈이 하나 있었다. 누가 내 아들에게 “아빠 뭐하는 사람이니?”라고 물었을 때 “구강외과 전문의에요”라고 대답하면 당연히 턱수술을 전공했고 양악수술을 하거나 임플란트, 사랑니 발치 등을 하는 전문의로 이해되기를 바랬다. 이제 그런 세상이 반쯤은 된 것 같다.

 

양악수술의 열풍이 불었던 시절이 있었다. 거리 곳곳에 양악수술 광고 간판이 걸리고 달리는 버스에도 양악수술을 홍보하는 사진이 붙어있던 시절이 있었다. 무분별하게 정상인 사람까지도 수술을 하려 했던 욕심은 결국 여러 부작용을 나타내 주었고 사회적으로 양악수술은 아주 안 좋은 치료방법이라는 인식이 확대 되었다. 이제는 그 또한 자정되었고 양심적이고 합리적인 진단을 하는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만이 살아남는다는 당연한 이치가 정착이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양악수술을 둘러싼 성형외과와의 치열한 싸움은 사실상 구강악안면외과의 승리로 끝난 것 같고 전문의 제도가 시행되면서 경과조치를 통해 얻어진 우리의 당당한 전문의 자격증은 더더욱 큰 힘을 실어 주었다. 길거리에 보이는 후배들 클리닉의 ‘OO 구강악안면외과 치과의원’ 간판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었던 우리 영역의 강력한 수호자가 된 기분이다.

 

구강악안면외과 개원의들은 동료 치과의사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한다. 전문 분야만을 진료한다해서 콧대 높은 모양새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치과에서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들을 대학병원이 아닌 바로 옆의 동료의 클리닉에 편안하게 의뢰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우리의 영역을 지키기 위한 싸움은 계속 되겠지만 아울러 동료 치과의사에게 도움이 되는 든든한 친구가 될 수 있도록 우리의 외연을 넓히고자 하는 노력 또한 멈추지 않을 것이다.

 

“치과의사가 턱수술을 해요?”

“네, 합니다. 우리는 돌팔이가 아니고 당당히 이 분야에 대한 전문가 입니다. 우리는 충치치료도 할 수 있는 진짜 치과의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