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가벼워진 어머니가
주렁주렁 탯줄에 매달려 계신다
숨을 주는 줄 젖을 주는 줄
오줌을 빼는 줄 피를 깨끗이 돌려주는 줄
갖가지 초현대식 기계엄마들이
태반을 대신해 열심인데도
어머니는 자라지 않고 자꾸 작아지신다
눈 맞춤도 못하고 옹알이도 잦아들고
까무룩 잠만 길고 깊어진다
준비도 없이 숨 받아 세상에 왔는데
정리도 없이 숨이 꺼져가고 있다
목련 꽃봉오리들은 뽀얀 젖빛으로
또다시 태어나고
어머님 살갗에는
자목련 꽃잎이 피어나고 있다
이영혜 원장
-2008 《불교문예》 등단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문창과 졸업
-서울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 초빙 부교수
-박앤이서울치과의원 원장
-시집 《식물성 남자를 찾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