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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세판

스펙트럼

삼세판이란 세 번 안에 승부를 끝내는 것으로 보통 3판 2선승제를 뜻합니다. 한 사건에 대해서 세 단계의 심급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제도인 삼심제와 조금 닮아있습니다. 삼도득심법이라 하여 조선시대 송사의 판결에 대한 불만이 있을 때 소청을 세 번까지로 제한한 제도와도 다른 면으로 닮아있습니다.

 

삼이라는 숫자는 완전성을 상징해서 동서를 막론하고 자주 발견됩니다. 수학적으로 평면의 정의가 한 직선위에 있지 않은 세 점이라는 것부터 카메라의 삼각대까지 안정성을 대표할 수 있습니다. 기독교의 삼위일체나 삼권분립 또한, 삼이라는 숫자의 안정성을 대변해주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인칭에도 1인칭, 2인칭, 3인칭이 있고, 우리가 사는 차원도 선도 아니고 평면도 아니고 3차원입니다. 음양론에 의하면 홀수가 양의 성질을 나타내고, 짝수가 음의 성질을 나타내는데, 각각 최소의 홀수와 짝수인 1과 2가 합쳐짐으로 인해 조화로움, 완전함을 내포하는 수가 바로 3이라고 합니다. 색에서도 삼원색을 기초로하여 다른 색깔을 만들어내니, 3이라는 숫자는 여러모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삼삼하다”는 음식 맛이 조금 싱거운 듯 하면서 맛이 있다는 뜻과 사물이나 사람의 생김새나 됨됨이가 마음에 끌리게 그럴듯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심심한 사과”가 “심심하다”와 관련 없듯이, “삼삼하다”는 “삼”이라는 숫자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마치 예전에 중고등학교 친구들과 뜻과는 상관없는 “삼삼회”라는 사교클럽을 만들었듯 말입니다.

 

수학적으로도 3은 묘한 것이 많습니다. 모든 3의 배수는 (물론 9의 배수도 그러하긴 하지만) 각 자리의 숫자를 더해도 3의 배수가 된다는 점을 처음 배웠을 때 저도 신기했지만, 그것을 가르쳐줬을 때도 모두 놀라워하는 표정을 지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최소의 짝수는 2이지만, 최소의 홀수는 1이기에 홀수에서의 3의 역할이 쏠쏠한 것 같습니다.

 

글이나 강연에서 세 가지 정도로 나누어서 설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길게 설명하는 경우보다 소위 넘버링을 해서 알려주는 것이 더 기억하기 쉽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도 지금 모든 문단을 세 문장으로 구성해보고 있습니다.

 

“영토, 국민, 주권”은 국가를 이루는 3요소 입니다. “믿음, 소망, 사랑”은 기독교의 세 가지 핵심 가치일 것입니다. “기,승,전,결”이라는 네 가지 단계가 중요할 때도 있고, 5원칙을 내세울 수도 있긴 합니다만, 삼이라는 숫자가 인간에게 주는 간결함, 편안함은, 잊어버리지 않을 것 같다는 안도의 한숨일 수도 있습니다.

 

잇솔질의 333법칙이라고 하루 세번, 삼분씩, 식사 후 삼분안에 잇솔질하라는 법칙도 있습니다. 식후 3분 이내에 잇솔질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 가지만, 저 또한 삼십년 이상 이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 사랑니 발치시에 같은 힘을 세번 이상 주는 것은 힘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는 뜻의 삼세번의 법칙을 이야기한 적도 있습니다.

 

“세 번째 하는 개원인데 얼마나 잘하겠어?”라는 동기의 큰 의미없이 던진 한마디 인사말에 이런 글을 써보았습니다. 재시, 삼시 본다고 성적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는 저의 주장을 온전하게 이해하실 분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와는 별개로 세번째 개원이라고 해도 쉬워지는 것 하나 없이 말 그대로 좌충우돌입니다. 처음에는 좌충우돌 개원일지를 써볼까 하다가 그나마도 역량이 안되는 것 같아서 가볍게 적어보았습니다.

 

소방에서 이야기하는 감지기, 수신기, 발신기라는 것을 일상에서 매일 보면서 지나가긴 했지만 무엇을 하는 친구인지 왜, 언제 있어야 하는지는 무심했었습니다. 사무실에는 상수와 하수 그리고 배기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입지 이외에 건물 컨디션을 보는 방법에는 문외한이었습니다. 마치 디자인만 보고 차를 고르는 저의 모습과 닮아있었지만, 그나마 자동차는 이미 고른 사람들을 통해 검증이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앞으로 있을 고난과 역경이 당연히 예상되는 길이며,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보이는 것이 많아지고 오히려 더 골치 아프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이 길이 저의 길이라 생각하기에 오늘도 한 세 걸음 쯤 걸어보려 합니다. 세끼 먹기 위해 말입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