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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고통이다Ⅱ

스펙트럼

작년 4월말에 ‘인생은 고통이다’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 후속편에 해당하는 칼럼을 쓰고자 합니다. 고통은 영어로 pain이 아니라 suffering이라고 합니다. 통증이 pain이고 고통은 정신적인 부분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점점 더 지금은 너무나 할일이 많습니다. 마감이 넘겨지는 일들이 많고 이마저도 독촉이 없으면 안하거나 독촉이 오면 ‘미안합니다. 오늘 바로 해드릴께요’하고 겨우 2-3일내로 해서 드리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쯤되면 무언가 일을 할때 상당한 불안감이 아주 많이 생깁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하고 있는데 지금 안하고 있는 나머지 일들이 내가 갖고 있는 제한된 시간내에 잘 될까하는 생각이 저의 머리를 지배합니다. 그중에는 남들의 부탁으로 하는 일도 있고, 저한테 매우 중요한 일인데 못하는 일들도 있습니다. 그런 불안한 찝찝함은 금요일 저녁에 퇴근할 때 최고조에 달합니다. 왜냐하면 내일은 일을 못하는 정확히는 육아를 해야되는 주말이니깐요. 특히 지난 추석연휴 전 목요일 저녁이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날 잠에 잠들면 적어도 일요일 저녁 전까지는 기분이 괜찮습니다. 분명히 어제 할일이 많아서 이거 어떻게 하나 내일부터 휴일인데 걱정하고 스트레스 받으면서 갔는데 자고나니 해결된건 없어도 스트레스가 덜한 기분이 듭니다.

 

주변 동료 교수 특히 젊은 주니어 교수들은 이러한 상황이 많습니다. 저는 그래서 이런 고민을 들으면 저한테 또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불안감은 일이 잘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즉 죄책감이다. 이 죄책감은 내려놓자. 대신에 이왕 하기로 한거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그리고 중요도에 따라서 하는데까지 최소한의 결과물을 내놓는 책임감을 갖자. 즉 죄책감은 덜어내고 책임감만 갖고 하려 노력하자. 이는 곧 스페인어로 Que sera, sera(케세라세라, 뜻: 될대로 되라지)입니다. 이런 마음으로 고통을 덜어내자고 위로합니다.

 

사실 고통은 작년에 칼럼을 쓸때도 있었고, 지금도 있습니다. 물론 더 과거에도 있었고 미래에도 있을 것입니다. 결국 고통은 피할 수 없고 거의 항상 마주칩니다. 가끔 고생해서 노력해오던 일이 성취되면 고통이 잊혀지고 성취감 또는 행복감을 느낍니다. 쇼펜하우어는 이 행복을 ‘일시적 고통의 유예’라고 정의합니다.

 

성취감이 아닌 몰입감도 저에게 일시적 고통의 유예를 느낍니다. 아까 말했듯이 죄책감 없이 책임감만 가지고 불안해하지 않고 고민하지 않고 고생만 하며 몰입할 때 고통이 유예됩니다. 요즘 들어서 고민하는 것은 여러가지 일을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으나 여러가지 장르(분야가 다른 것)를 하는 것은 지양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프로게이머를 하면서 농구도 하고 수능도 준비하면 말이 안되겠죠. 이런 식으로 한 장르만 깊이 몰입해서 여러가지 일을 하려고 합니다. 그러다보면 그 와중에도 몰입이 안되고 식상해지며 고통이 또 찾아오겠지만 그럼으로써 더 나은 발전하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소망합니다.

 

이 글을 읽으며 이 생을 살으며 고통받는 모든 분께 ‘일시적 고통의 유예’가 빈번하길 그리고 또한 한 장르만 추구해서 몰입감을 느끼며 고통이 덜해지기를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칩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