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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상권

스펙트럼

얼마 전, 우리 치과 옆에 있던 백화점이 문을 닫았다. 단일 점포 백화점으로서는 서울에서 유일한 백화점이었다. 27년 동안 성업했던, 이 동네의 랜드마크 백화점이었는데 코로나19라는 악재를 견디지 못 하고 결국 폐업하게 되었다고 들었다. 명품 백화점은 아니었지만 나름 인지도 있고, 나름 가성비 좋은 물건들이 많은 백화점이었는데 막상 이렇게 없어지고 나니 자주 가서 사 입고 사 먹고 할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치과 주변에 있던 치과 두 개가 1km 이상 떨어진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요즘 떠오르고 있는 상권으로 떠난 것 같다. 우리 치과가 입지한 동네는 지하철 4호선과 7호선이 만나는 지점에 있다. 4호선 출구 주변은 오래된 상권이고 7호선 출구 주변은 새 상권이라 할 수 있다. 재래시장을 앞세운 오래된 상권의 세력은 막강했었다. 새 상권이 생긴 후로도 오래된 상권의 세력은 좀처럼 쇠하지 않았다. 앞서 이야기한 백화점도 오래된 상권에 있었다. 그런데 멀리 떨어진 곳에 터널이 하나 뚫리더니 흐름이 바뀌었다. 그 터널로 통하는 긴 대로가 새 상권과 만나기 때문이었다.

 

지금 새로 지어지는 건물은 모두 새 상권에 자리하고 있다. 새 상권 주변의 주거지역이 마침 재개발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우리 치과가 있는 곳은 재래시장을 중심으로 한 옛날 분위기의 상권으로 남을 가능성이 큰 것 같다. 나름 인지도 있고, 나름 가성비 좋았던 백화점과 새 건물들이 설 자리를 잃은 지역, 재래시장의 위세가 갈수록 등등해지는 지역이 우리 치과가 자리한 입지이다.

 

오래된 상권에 자리한 치과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 지 궁금하다. 좋으나 싫으나 우리 치과는 오래된 상권의 구성원으로서 입지를 다져가야 할 것 같다. 조금 아쉬운 것은 우리 치과의 모습이 얼마 전에 폐업한 백화점의 모습을 닮았다는 것이다. 명품 치과라고 할 것 까진 아니어도 나름 인지도 있고, 나름 가성비 좋은 치료를 하는 게 우리 치과인데… 그렇다면 우리 치과도 포지션이 좀 애매한 것은 아닐지…

 

이 동네에서 입지를 다지며 위세가 등등한 시장의 모습을 들여다 보면 우리 치과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유동인구는 적지만 내부는 손님으로 가득 찬 맛집 거리, 치과를 하며 5년 동안 시장에 드나들면서도 발견하지 못했던, 메인 거리 못지 않게 손님 많은 곁가지 거리… 모두 가격에 비해 품질이 너무나 좋다는 점이 공통점인 것 같다.

 

백화점이 성하고 쇠하는 동안 묵묵히 자리를 지킨 시장에는, 이제는 사라지면 안타까울, 지역의 명소 같은 가게들이 자리하고 있다. 유명 브랜드 마트의 저가 공세마저 이겨내는 시장의 힘은 손님들이 아껴주고 싶도록 시장 본연의 가치에 충실했기 때문이 생긴 것이 아닐까. 의료다운 의료를 제공한다는 본연의 모습에 충실 한다면 오래된 상권에서도 기회는 있다고 생각한다. 본질에 충실한 모습으로, 가치 있는 진료를 잘 해주는 모습으로 오래된 상권에 어울리는 치과가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