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협이 불합리한 규제로 원성이 자자한 진단용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 교육 주기와 관련 치과 개원가의 민심을 당국에 전달하고 제도 개선을 강력히 촉구했다.
박태근 협회장과 송호택 자재·표준이사는 지난 1일 오전 충북 오송 소재 질병관리청을 방문해 의료방사선과와 간담회를 갖고 2년 주기로 설정된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 교육 주기에 대한 치과계의 우려를 공유했다.
기존에는 개원 후 1회의 교육만 이수하면 됐지만 지난해 7월 23일 개정·공포된 ‘진단용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에 대한 교육 및 교육기관 지정’고시에 따르면 2년마다 주기적 교육을 받도록 돼 있다.
특히 치협이 ‘10년 주기나 의료기관 CT 장치 교체와 같이 업무적 변화가 있을 때 교육 이수’의견을 냈고, 의협 등 타 단체도 5년 이상의 주기를 주장했지만 결과적으로 정부가 2년 주기로 최종 확정해 논란이 확산됐다.
2년 주기로 설정된 근거가 빈약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일정대로 해당 교육이 시행될 경우 치과의료기관에 시간과 비용 부담을 지우는 또 하나의 ‘족쇄’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개원가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 치과, 의과에 비해 피폭선량 낮아
이날 간담회에서 박태근 협회장은 “직종별 연간평균피폭선량인 0.40mSv를 기준으로 보면 90%가 넘는 치과 종사자가 평균 미만의 피폭선량을 나타내고 있다”고 치과 분야의 피폭선량 관리가 상대적으로 잘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킨 다음 “이 같은 상황에서 모든 치과 종사자들이 2년 마다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주기 설정 과정에서 전문가 의견 수렴이 미흡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박 협회장은 “고시를 하기 전 2차 회의에 치협이 참여하기로 예정돼 있었다”고 전제하며 “의료인 단체의 입장을 듣는 절차가 생략된 과정에서 2년이라는 주기가 정해졌다”고 절차상 문제를 거론했다.
아울러 치협은 교육주기 2년 설정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과 함께 외국의 피폭선량과 수평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진료 환자 수가 절대적으로 많은 우리나라 치과 의료 환경과는 맞지 않은 조치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송호택 자재·표준이사는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는 연간 17.2회로 OECD 평균인 6.8회의 2.5배이고, 치과 진료 환자 수 역시 OECD 평균에 비해 매우 많기 때문에 사실은 피폭선량이 월등히 높은 게 아니다. 디지털 장비 보급률도 상당히 높다”며 “교육기관이었던 한국방사선의학재단 조차도 교육주기가 짧다고 해서 반드시 교육 효과가 높은 것은 아니며, 3년에서 5년 정도가 적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고 부당함을 피력했다.
# “진료 전념할 분위기 정부가 조성해야”
치협은 이 같은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교육 주기 개선에 대한 현실적 논의를 해 보자는 제안을 전달했다.
박태근 협회장은 “정부가 해야 될 일은 의료인들이 진료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고, 치과의사들 역시 방사선 안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결코 덜하지 않다. 다만 이제까지 한 번 교육을 받으면 변동사항이 없는 경우 교육을 안 받다가 갑자기 2년마다 받으라고 하는 것은 개원의들 입장에서 너무 가혹하다는 것”이라며 “내년부터 교육은 시행하지만 교육 주기에 대해서는 제로베이스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 같은 치협의 제안에 대해 질병청은 ‘선(先) 시행, 후(後) 논의’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병영 질병관리청 의료방사선과 과장은 “일단 시행을 하고 주기적으로 모니터링 할 것”이라며 “이에 대한 효과가 있는지 검토하고, 안전관리 책임자로서의 직분을 다하고 있는지 등의 사항들을 구체적으로 확인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 제도 시행 전 개정 논의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