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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로 본 우리 사회의 자화상

양영태 칼럼

지난 10월 마지막 주말의 밤은 매우 잔인했다. 이태원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고는 전 국민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당시 매 시간마다 들려오는 뉴스는 고통이었고 칼로 가슴을 베이는듯한 아픔을 느껴야만 했다. 300여명의 사상자. 무엇이 잘못된 걸까.

 

사고 직후 정부는 11월 5일까지 추모기간을 선정하고 정쟁을 자제하고 고인들의 명복을 빌자고 했다. 그러면서 한편에서는 사고의 원인부터 크라우드 매니지먼트(crowd management·군중 관리) 시스템의 부재문제, 수많은 신고전화에도 불구하고 방치했던 문제 등을 찾아가고 있다. 물론 사고의 원인과 재발방지책은 반드시 찾아가야 한다. 지휘체계의 문제가 있었다면 이 또한 책임여부를 철저히 따져 그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그렇다고 하늘로 간 이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겠지만, 8년 전에도 10대들이 대형참사를 겪었던 일을 생각하면 되풀이 되는 이런 대형 사고는 분명히 정부와 정치인들의 잘못이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또한 우리 같은 의료인들의 책임도 적지않게 있다고 본다. 정부나 정치권이 제대로 이러한 시스템을 마련했는지를 같이 검토해 보고 부족할 경우 적극적인 개입으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뒤늦은 자책도 해 본다.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났던 이태원과 같은 압사사고 사례를 보면 1959년 부산 공설운동장 시민 위안잔치에서 67명 압사, 1960년 서울역 계단 압사사고로 31명 사망·49명 부상, 1980년 부산 용호국민학교에서 1천여 명의 학생들이 계단에서 넘어지며 5명 사망·18명 부상, 1992년 ‘뉴키즈 온 더 블럭’ 공연 도중 10대 팬들이 무대 앞에 몰려들면서 고교생 1명 사망·50여 명 실신, 1996년 대구MBC ‘별이 빛나는 밤에’ 공개방송에서 학생 2명 압사, 2001년 가수 클릭B 사무실 앞에서 10대 팬들이 몰려 1명 압사, 2005년 상주 MBC가요콘서트 압사사고로 11명 사망·70명 부상, 그리고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압사사고로 154명 사망·149명 부상 등을 들 수 있다.

 

이밖에 1990년 이후 30여년간 100명 이상 사망자를 낸 재난사고로는 1993년 서해 훼리호 침몰로 292명 사망·70명 실종, 1995년 대구지하철 가스폭발사고로 101명 사망·202명 부상,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502명 사망·937명 중경상 6명 실종, 1997년 괌에서 대한항공 추락사고로 225명 사망, 2003년 대구지하철 방화로 192명 사망·148명 부상, 2014년 세월호 참사로 299명 사망·5명 실종 등이 있다.

 

수십명 사망사고까지 합치면 대략 3~4년에 한번씩은 대형사고로 수십명에서 수백명이 생을 달리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부나 정치권은 이럴 때마다 대국민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거기서 끝이었다. 정치권은 이럴 때마다 상호 공격의 재료로 삼아 정치적인 이득만 챙기려 한다. 여야 모두 잘못이라는 생각은 전혀 안하는 것 같다. 어느 정권이던 대형 사고가 안터졌던 때가 없기에 여도 야도 모두 국민 앞에 죄인이다. 여야 모두 조용히 자숙했으면 한다.

 

이태원 참사가 세계적인 압사사건 중에 10위를 차지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압사사고들이 종종 일어났고, 세계적으로도 스포츠 경기장이나 종교기간 중에 대형 압사사고들이 일어났다면 정부는 압사사건을 분석해 재난방지 시스템을 미리 구축해 놨어야 했다. 항상 수백 명 씩 자국민의 희생이 있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것인가. 희생자가 생긴 후 “다시는 이런 일을 되풀이 하지…”란 말을 더 이상 듣지 않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정부와 정치권은 지금이라도 세밀한 재난 방지시스템을 만들기 바란다. 이번 이태원 참사와 같은 사회재난은 자연재난과 달라 사회적인 안전망을 촘촘히 만들면 재난 제로까지 도전할 수 있다. 물론 대책을 마련할 때 의료계와 연계할 필요가 있다. 재난 사고의 최종 결정지가 응급의료이기 때문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