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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것’들과 ‘옛날 것’들의 공존

Relay Essay 제2529번째

‘요즘 것’들의 특징. 개인적이다, 실리적이다, 융통성이 없다, 배우지 않는다, 복잡한 것을 싫어한다, 회의시간에 입을 닫는다. ‘요즘 것들은 왜 이러니? 참을성이 없어! 울화통이 치밀 때가 한두 번이 아니야…!’

 

‘옛날 것’들의 특징. 옛날만 부르짖는다, 자기 이야기만 한다, 중간에 말을 자른다, 참을성이 없다, 일과 개인 생활의 구분이 없다. 자기를 알아주기 원한다. ‘꼰대… 도대체 존중이 없고 말도 통하지 않아! 사직서를 가슴에 품고 산다…!’

 

TV에 비춰진 가상 인물들의 대화가 아니다. 우리 조직과 병원에서도 서로가 서로에게 소리 없이 들려주고 있는 이야기다. 어쩌면 어제도 무심코 내뱉은 말일지도 모른다. 가정에도 병원에도 조직에도 그 외 수많은 단체나 모임에도 두 세대는 늘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래된 모 치과그룹이 주관하는 정기모임에서 젊은 세대 치과의사들이 세컨드 브랜드를 런칭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선배들의 임상강연과 병원경영 코칭은 도움이 되나, 그 그룹에 합류하는 것은 꺼려진다는 이유에서다. 선배들의 권위적인 태도와 사고의 틀이 너무나 달라진 현 세상의 소통방식과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 지붕 두 가족’인 셈이다.

 

이런 일도 있었다. 현재 교수로 재직 중인 대학 선배에게 전화가 왔다. 졸업한 학생들의 취업률을 조사해야 하는데, 도대체 요즘은 졸업자들과 연락이 안 된다고 했다. 같은 반 학생들에게 물어보시라고 하니, 개인정보라 알려줄 수 없다는 이야기만 들었다고 한다. ‘그렇구나, 이것도 개인정보구나….’ 또 깨달았다.

 

‘동시대의 비동시대성’. 독일 미술사학자 핀터(Wilhem Pinter)의 말이다. 동시대를 살아가면서도, 출생 시기에 따른 역사적 경험의 차이로 인해 사람과 세상을 서로 다르게 읽어낸다는 의미다. ‘요즘 것’들로도 살아봤고, 이제는 ‘옛날 것’들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나이가 되니 가슴으로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세대’라는 단어로 서로를 분리하는 것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관심과 배려를 더욱 깊이 고민해야 한다. 직업상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있어, 사용하는 언어를 보면 상대의 가치관과 성향과 인품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언어를 통해 병원과 회사를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도 간접적으로 증명되곤 한다. 지금 우리는 상대방에게 어떤 말과 행동으로 업무를 요청하고 이슈를 확인하고 관심있는 대화를 이끌어 가고 있는가.

 

마윈의 명언처럼, 50세가 넘으면 젊은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귀를 열고 합리적이고 창의적인 의견에 공감해줘야 한다. 그리고 20~30대는 좋은 상사를 만나기 위해 노력하고 그들의 가르침과 삶의 철학을 존중하고 배워야 한다.

 

충조평판, 즉 충고와 조언과 평가와 판단보다는 “그랬구나, 그럴 수 있지, 괜찮아, 잘하고 있었구나”와 같은 응원과 공감과 친절한 언어가 직원의 마음을 녹이고 관계를 이어주는 지혜라는 것을 새삼 잊지 않기 위해 나 또한 오늘도 노력하고 있다.

 

옳은 답보다도, 상황에 맞게 현명한 질문을 던지는 능력과 관계를 이어주는 대인관계 지능이 모든 세대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다. 버릇처럼 사용하는 언어와 비언어가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는지, 아니면 상처를 주거나 혹은 불안감을 주고 있지는 않은지 자신의 모습도 뒤돌아볼 때다.

 

제1의 고객은 환자가 아닌 나와 함께 하는 직원들이다. 환자를 잃는 것만큼, 직원을 잃어버리는 상황도 더 깊이 고민해야 할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