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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택 원장 ‘2023 스마트소설 박인성 문학상’ 수상

단문 소설 ‘코로나 사이트 이펙트’
집안에 갇힌 노부부 자화상 그려

‘안방 거울에 좀비가 비참하게 웅크리고 있다. 거울 속 좀비가 무섭다. 바이러스 점령군처럼 나를 잡아먹을 듯하다. 거울 속 좀비가 나를 공격해 오는 것 같다. 무서워서 힘껏 거울을 주먹으로 공격한다. 쨍! 난 어디로 사라진 걸까?’

허 택 원장(평화치과의원)이 지난 12월 7일 서울 문학의집에서 ‘2023 제11회 스마트 소설 박인성 문학상’을 수상했다. 

허 원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시대 집안에 가친 노부부의 자화상을 그린 짧은 소설 ‘코로나 사이트 이펙트’를 통해 코로나19에 치중된 사회적, 병리적 구조가 또 다른 심각한 후유증인 대화 단절, 우울증, 건강 과민증, 뇌나 심혈관 질환 발생 등을 유발한다는 내용을 그렸다. 

박인성 문학상은 사업가(아이소이 대표이사)이며 소설가였던 고 박인성 소설가의 뜻을 기리고자 제정됐다. 이 상은 소설 장르 중 손바닥 소설(엽편소설) 혹은 스마트 소설이라는 짧은 소설 장르에만 수상 한다. 스마트 소설은 A4용지 한 장 반에서 두 장 분량의 짧은 소설로 구성상 기발, 압축, 급전이어야 하며 유머와 풍자가 있어야 한다.
 

허 택 원장은 “한동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이 시기 사람들이 겪은 후유증을 짧은 소설에 담아봤는데,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며 “IT기술 발전으로 MZ세대들이 순수문학에 대해 등한시 하는 시대지만 나에게 순수문학 창작 작업은 아날로그 감성에 젖어 스스로 힐링과 자연과의 소통, 노후건강 등에 매우 의미 있고 뜻 깊은 작업이다. 또 어릴 적 꿈이었던 소설가로서의 활동은 꿈을 이뤘다는 자긍심도 준다. 그간 시간관계상 단편소설만 썼지만 2년 후 발간을 목표로 장편 소설을 집필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한편, 허 원장은 지난해 5월 작품집 ‘언제나 편하게’로 42회 향파 이주홍 문학상을 수상했다. 이주홍 문학상은 요산 문학상과 함께 부산의 2대 문학상 중 하나이다. 허 원장은 현재 부산소설가협회 이사 및 부산중구문화원 이사로서 지역 문단의 발전과 향상을 위해 소설가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아래는 소설 ‘코로나 사이트 이펙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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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소설>

 

코로나 사이드 이펙트

 

허 택

 

밤과 낮이 사라졌다. 시간마저 정지됐다. 안방 문을 긁는 소리가 들리며, 남편의 쉰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린다. “문… 열…어줘…. 보고 싶어….” 빛들이 집안에서 사라진지 2주째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남편 목소리는 카랑카랑했다. “이까짓 코로나 우리 곧 극복할 거야. 문 열고 같이 생활해도 괜찮아.” “안 돼!” 냉정하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집안이 무채색 코로나 바이러스들로 꽉 찼다.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다. 사방에서 온갖 바이러스 점령군들이 공격해온다. 22일째 감방생활이다. 매일매일 그들의 공격이 다양해져서 어떻게 방어해야할지 오리무중이다. 여섯 알의 알약을 하루 세 번씩 일주일째 복용해도 바이러스 공격은 막을 수 없다. 미각, 후각도 이미 잃은 지 5일째다. 마치 바늘로 찌르듯 인후통이 심해 불면의 나날을 보낸다. 두통에, 온몸이 두드러기로 가려워 하루 종일 벅벅 긁는다. 들숨날숨은 쉰 소리만 낼 뿐 코에서 막혀 답답하다. 방안에 갇힌 남편은 델타크론, 나는 스텔스 오미크론. 남편은 부스터 샷, 나는 백신을 두 번 접종했건만 바이러스 점령군은 막을 수 없었다. 온 집안이 온갖 마스크로 너절하다. KF94, 95, 99, 덴탈 수술마스크, KF-AD 등…. 마스크도 소용없다. 딸의 전화도 받을 수 없다. 아침마다 며느리가 누르는 초인종도 들을 수 없다. 엉금엉금 기어서 겨우 문을 열고 문밖에 며느리가 놓고 간 생필품이나 음식, 약 봉투 등을 가지고 들어온다. 며느리는 매일 다양한 음식을 정성들여 만들어온다. 내가 좋아하는 쑥국이나 남편이 좋아하는 LA갈비찜, 구운 빨간고기 등. 하지만 남편도 나도 한 숟갈도 입에 넣지 못한다. 식탁에는 음식물 쓰레기가 수북하다. 전복죽만 겨우 몇 숟갈 먹는다. 코로나 바이러스 점령군들은 무섭게 변이돼 숙주인 나를 공격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변이군들이 내뿜는 냄새가 지독하다. 마치 메탄가스 냄새 같다. 그 냄새만 콧속을 계속 찌른다. 메스꺼워 구토와 기침을 쉴 새 없이 한다. 남편은 헉헉거린다. “문 열어줘…. 난 이제 음성이야. 혈압이… 높아져…. 외롭고 무서워….” 무차별 바이러스 점령군 공격에 온몸만 점점 싸늘해진다. “안 돼! 안 돼! 안 돼! 꼼짝없이 있어야 해.” 두뇌 신경들은 찍찍거리며 인지능력이 사라진다. 온통 무섭다는 공포심만 나를 짓누른다. 식인균이 나를 야금야금 먹는 생각에 꼼짝하지 못한다. 딸 이름도, 아들 이름도 가물가물하다. 핸드폰 받는 것조차 귀찮다. 사지에 힘이 빠졌다. 핸드폰이 시끄럽게 울리며 계속 딸의 핸드폰 번호가 뜬다.

 

꽝! 꽝! 어렴풋이 안방 문 부수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남편이 무서워서 작은 골방으로 기어들어갔다. 남편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여보… 보고 싶어… 외로워… 가슴이 답답해…” 작은 골방 문을 꼭 잠근다. 내 곁에 아무도 없다. 남편 몸 안에 수천만의 바이러스 변이군이 있을 것이다. 나를 잡아먹고 싶어서 안달이다. 누구도 믿을 수 없다. 왜 내 곁에 아무도 없지? 문밖에서 헉헉거리는 남편 쉰 소리가 들린다. 작은 골방 거울에 좀비 같은 여자가 멍하게 앉아있다. 누구일까? 누군지 알 수 없다. 희미하게 옛 모습에 웃어 보일 뿐이다. 나도 외롭다 말하고 싶지만 혼자 중얼거릴 뿐이다. 문 밖에서 남편이 꽝꽝 문 두드리는 소리만 들린다. “여보… 가슴이… 답답해…. 외로워….” 몸을 웅크리며 ‘안 돼!’ 한 번씩 속으로 외치기만 한다. 작은 골방이 점점 작아진다. 나도 점점 작아진다. 내 몸속에서 바이러스 점령군들만 승리의 노래를 부르며 부글부글 들끓고 있다. 나를 맛있게 먹고 있다. 그들이 승리의 잔치를 크게 열수록 외로움이 더욱 커져간다. 남편도 딸도 모두 내 곁에서 사라졌다. “엄마! 미쳤어!” 꽝! 작은 골방 문이 열리며 딸의 목소리가 문드러진 몸을 후려친다. “안 돼!” 힘껏 딸을 뿌리치며 다시 급하게 안방으로 도망친다. 문을 꼭 잠근다. 문밖에서 다시 딸의 고함이 들린다. “아빠가 심근경색으로 위급해. 함께 병원에 가자.” “안 돼! 흑흑흑흑….” 안방 거울에 좀비가 비참하게 웅크리고 있다. 거울 속 좀비가 무섭다. 바이러스 점령군처럼 나를 잡아먹을 듯하다. 거울 속 좀비가 나를 공격해 오는 것 같다. 무서워서 힘껏 거울을 주먹으로 공격한다. 쨍! 난 어디로 사라진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