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치의신보 독자 여러분. 치과의사 이은욱입니다. 뒤를 돌아보니, 2020년 4월에 첫 수필 기고를 시작하고 2년간 글을 썼네요. 타 치과신문지에서 연재한 4컷 만화까지 포함하면 나름 꽤 오랜 시간 신문에 무언가를 올려왔습니다. 치전원 학생 시절부터 공보의를 거쳐 페이닥터까지 저의 생각과 일상을 올렸습니다.
힘든 점도 많았지만, 즐거운 점이 더 많기에 그동안 글을 꾸준히 연재했던 것 같습니다. 우선 힘든 점이란... 창작의 고통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좋았던 점이라고 한다면... 열심히 머리 굴려 가며 썼던 나의 글들을 나중에 다시 보면 참 좋았습니다. 오글거려 못 보는 글들도 있긴 하지만요. 내가 했던 생각이 인터넷에 남아있다는 사실에, 지구 어딘가 절대 변하지 않는 고향이 남아있는 듯한 위안을 받기도 합니다. 또, 제 글을 보고 지인 혹은 신문을 통해 연락 온 독자님에게도 참 기쁜 마음이 들었습니다. 많이 부족한 저의 생각에 공감해주시고, 또 같이 고민해주셨던 게 좋았습니다. 지인들의 소소한 응원도 좋았구요.
무언가를 꾸준히 창작하는 것은 생각보다 참 어려운 일인 듯 합니다. 제게 음악을 꾸준히 할 수 없었던 것은 열정이 문제였지만, 글이나 만화의 경우에는 아이디어가 고난이었습니다. 기자님께 마감 날짜를 받고 나면 그때부터 어떤 주제를 쓸지 매일 고민합니다. 주제만 정하면 그 뒤는 거침없는데, 참... 첫 문단이 나오지 않습니다. 때마침 깊게 하고 있던 생각이 있다면 참 좋았겠다만, 대부분의 생각은 기승전결 없이 머릿속을 떠도는 단편들에 불과하여 한 편의 글로 옮기기엔 어렵습니다. 적당한 화젯거리를 찾아 계속 고민합니다. 가장 오래 걸리는 과정입니다.
정 힘들 땐,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기도 합니다. 같이 대화하며 아이디어를 받기도 하지만 때로는 열정을 공유받기도 합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여럿이 가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특히 글보다도 음악을 만들 땐, 같이 음악하는 친구들과 대화하면 창작 열정의 불꽃이 마구 살아납니다. 역시 사회적 동물은 환경이 중요한 듯 합니다.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해야할까요, 하지만, 나의 의지대로 환경을 선택한다면 환경에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자신을 항상 특정한 환경에 넣어 놓으려고 노력합니다. 사실 그래서, 이번에 서울로 이직을 합니다. 이번엔 서울이라는 환경에 저를 놓아보고 싶었습니다.
20살부터 항상 타지에서 살았습니다. 포항공대 다닐 적에는 학교가 포항에 있으니, 멧돼지들과 함께 4년을 논밭에서 살았습니다. 경북대 치전원 시절에도 그냥 병원이 동성로에 있으니 동성로 뒤 삼덕동에 살았습니다. 공보의 시절에도 제비뽑기를 잘(?) 뽑아서 거제도에 발령이 나서 또 3년간 있었지요. 생각해보면, 나의 고향 부산도 제가 선택해서 온 장소는 아니었습니다. 경산에 취직한 것도...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긴 그렇지만 이런저런 상황 때문에 갑자기 간 것이었지요.
드디어 처음으로 스스로 지역 선택을 해본 듯 합니다! 주변의 반대도 많고, 찬성도 많았지만 결국 선택은 제가 하는 것이니깐요. 다들 서울, 서울 노래를 부르길래 도대체 어떤 곳인지 한번 체험해보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친구들의 우려대로 아예 자리를 잡을지도 모르지만요.
안녕히 계세요! 그 동안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소소한 생각들을 나누는 시간 너무 즐거웠습니다. 우리의 만남은 여기까지이지만, 또 저는 새로운 시작을 하러 새로운 곳으로 갑니다. 생활이 안정되고 머릿속에 또 다양한 아이디어가 가득 차서, 글로 써내지 않으면 힘들어질 때 쯤 또 인사를 나눌 수 있을까 기대해 봅니다. 그동안 건강히 지내십시오. 재밌는 이야기들을 한 껏 가지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이은욱이었습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