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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과 고통(인생은 고통이다III)

스펙트럼

작년 11월에 약간 큰 규모의 과제를 도전해 본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진행하는 과제들도 많이 버거운 상황인데다가, 신규과제를 준비할 시간도 많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이런 고민을 하였습니다. 조금 적당히 하면 어떨까? 여기서 뭔가 더 해야 될까? 여기서 만족하고 멈추는 것은 안될까?

 

그 고민에 대한 해답은 욕망이었습니다. 능력이 부족해도 더 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실패해도 도전하고 싶다는 결정으로 이끌게 되었습니다. 결국 2차 발표까지 하였지만 최종 선정되지 못했습니다. 그 주에 잠을 줄여가며 밤을 새는 경험을 하고, 아주 탁월하게 완성도를 최대로 올리지는 못했지만, 한계 내에서 할 수 있는 정도로 열심히 한 것(최선이라는 말은 제가 쓰기가 꺼려집니다) 자체에 상당한 쾌감을 느꼈습니다.

 

12월에도 제가 창업한 법인의 대표로 창업경진대회 발표도 하였습니다. 사실 이런 것에 도전하겠다고 하면 이후에 시간을 많이 쓰게 됩니다. 게다가 해외 출장도 있어서 정신이 없었지만, 안 하였을 때의 후회가 더 클 것 같아서 도전을 역시 해보았습니다. 물론 수상 과제 순위 안에는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이제 새해 1월이 되면서 그동안 한 연구과제들의 보고서 제출 기한들이 다가옵니다. 또 새로운 과제들의 연구계획서 접수도 시작되고 있습니다. 종강이고 방학이지만, 연구에 방학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사람인지라 매일 열심히 일할 수는 없기에, 지난날에 개미처럼 일한 결과물들이 있으면 또 금방 방심이 되어서 베짱이처럼 어떤 날은 여유롭게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이제 곧 다시 개미처럼 열심히 일해야 되는 시기가 되었습니다. 고통의 시기가 다가오는 것이죠.

 

다만 이제는 ‘고통’이라는 용어만 떠올리기보다 ‘욕망’에도 초점을 같이 맞추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욕망이 있기에 그것을 해야 된다는 부담감과 실행하는 고통이 필연적으로 따라옵니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은 욕망과 권태를 시계추처럼 오가면서 인생은 고통이다.’라고 하였습니다. 무엇인가를 성취해도 그 고통의 일시적 유예가 있을 뿐(사람들은 이를 행복으로 착각한다고 쇼펜하우어가 지적하였습니다). 다시 새로운 욕망을 만들면서 고통을 느끼게 됩니다. 새로운 욕망을 만들지 않으면 권태를 느끼기에 이 역시 고통입니다. 넷플릭스로 아주 재미있는 콘텐츠를 봐도 역시 일시적으로 그때만 재미있고, 또 계속 보다 보면 지루한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더더더(more and more)’라는 욕망을 인정하고 고통을 피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선택이 아니라 노력인 이유는 저 역시 능력은 부족하기에 고통을 회피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제가 하고 싶어서 벌인 일이라도 구체적으로 실무를 하면 상당히 고통스러워지고 외면하고 싶습니다. 앉아서 30분이면 끝낼 일을 하기 싫어서 2시간 동안 딴 짓을 하며 그렇게 더 고통스러워하다가 겨우겨우 한 적도 많습니다(사실 지금도 그렇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런 일은 줄일 수 있으면 다행이고 사라진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 욕망과 그 너머의 고통을 같이 바라봅니다. 원하는 것이 있다는 것은 결국 그것을 해야 한다는 고통, 시도조차 안 하면 더 괴로워질 것 같다는 고통들이 빛과 그림자처럼 함께 수반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 새해에는 저 자신이 더 순순히 고통스러워져서 욕망을 일시적으로 충족되는 일이 더 빈번해지길, 그래서 스스로 더 성장하고 결과와 상관없이 후회가 없길 스스로 바래 봅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