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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치과 주치의

스펙트럼

연말이 ‘순삭’되고 새해가 밝았습니다. 평소대로라면 크리스마스를 비롯한 연말의 분위기에 흠뻑 취했을 시기지만, 지난 5월에 태어난 아들이 처음으로 크게 아파 대학병원에 입원을 하는 바람에 올해는 연말을 만끽할 틈이 없었습니다.

 

아기가 아플 때 아내는 지옥을 겪습니다. 처음 경험하는 고열에 힘들어하는 아기가 엄마 껌딱지가 되어 신체와 정신의 고통을 동시에 공유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몸으로 놀아주기 전문인 아빠는 ‘애비월드’를 잠시 휴업하고 다른 쓸모를 찾아야 합니다. 입원한 아기와 한 명만 허용되는 보호자의 빨래 등 각종 허드렛일을 하고, 밤새 아기를 안아 재우느라 녹초가 된 아내와 주간 시간에 잠시동안 교대를 해주는 것입니다.

 

아내가 잠시 쉬러 간 사이 담당의 회진 시간이 되어 밤사이 아기의 변화를 비롯해 평소와 다른 점을 설명하는데, 저도 모르게 울컥하며 목소리가 떨립니다. 아기를 처음 응급실에 데려와 라인을 잡고 입원시키기까지의 모든 속상한 감정이 한꺼번에 몰아치는 듯한, 묘한 느낌입니다. 이런 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쿨하게 대답하고 떠나버리는 담당 교수의 뒷모습이 야속하게 느껴집니다. 같은 병실 장기 입원 아동의 보호자는 무뎌진 것인지, 의료진과 몇 마디 채 나누지도 않습니다.

 

회진이 끝나고 아기가 낮잠을 자는 동안 잠시 기대 쉬며 치과 진료실에서 만났던 환자와 보호자들을 몇 명 떠올립니다. 보철과 인턴 당시, 새로 장착한 의치로 재구성된 교합양식이 적응되지 않아 재활 연습을 하던 도중 전공의 호통에 눈물짓던 할머니,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가족의 구강건강 관리를 위해 매월 함께 내원하는 보호자가 날마다 변해가는 환자의 행동을 설명하며 울컥하던 모습, 어쩌면 저 또한 그들에게 그저 쿨한 담당의이지 않았을까 걱정이 됩니다.

 

임상예방치과의 수련 과정 내내 ‘주치의’가 되고자 노력했지만 가끔은 피로감에, 또 타성에 젖어 ‘담당의’에 그쳤던 때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다만 3년차 진료가 종료되어 더 이상 제 앞으로 약속을 잡지 않게 되자 몇몇 환자분이 의사 변경을 이유로 속상해하셨다는 얘기를 건네 들을 때마다 무척 부끄러우면서도 저를 ‘주치의’로 삼았던 분들이 있다는 사실에 새삼 감사한 마음입니다.

 

사례를 생각해보면, 치과 공포증에 구강검사조차 어려운 환자를 탈감작하여 정기내원이 가능토록 하고, 구역반응으로 구치부 설측에 칫솔조차 대지 못하는 환자를 semi-supine 자세로 진료하는 등의 노력은 비록 뛰어난 진단이나 술식을 발휘하는 것과는 관계없겠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담당의를 주치의로 여기고 더욱 신뢰하게 했던 것 같습니다.

 

예방치과 전문의 시험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잠시 머리를 식히며 앞으로의 그림을 막연하게나마 그려봅니다. 공인받은 예방치과 전문의라는 타이틀은 어쩌면 하나의 좋은 마케팅 수단이 될 수도 있어서, 간혹 “대합치 정출을 ‘예방’하기 위한 임플란트 식립”을 표방하는 공격적인 예방치과의사로 페이 시장에 뛰어들어볼까 하는 마음이 들 때가 있지만, 아직까지는 누군가의 계속구강건강 관리 주치의가 되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것 같습니다.

 

먹성 좋은 아들의 분유값과 그에 비례하여 늘어나는 기저귀값을 감당하지 못하게 된다면 보다 현실적인 계획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겠지만, 그때까지는 누군가의 예방치과 ‘주치의’ 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겠습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