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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치과의료

스펙트럼

치아우식증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요? 요 근래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ChatGPT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영어로 질문한 내용에 대해 ①구강위생 ②건강한 식습관 ③불소 이용 ④치아홈메우기 라는 제법 마음에 드는 답변이 이어지는 대화창에 감탄했지만, 한글 질문에 대해서는 광고일색의 한글 인터넷 환경 때문인지 ①구강청결 ②치간세정 ③올바른 칫솔질 ④당류 섭취 제한이라는 석연찮은 답변을 받았습니다.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업계에 종사하던 중 치과의사가 되어 기계학습의 주제로 학위논문을 준비하고 있는 제게는 최근의 인공지능 이슈가 몹시도 반갑게 느껴집니다. 지금의 ChatGPT, 그러니까 GPT4.0을 기반으로 하는 대화형 챗봇이 큰 관심을 끌기 이전작들은 GPT3.5 이하의 알고리즘 버전을 기반으로 질문에 답변하였는데, 이때만 해도 엉뚱한 질문에 엉뚱한 답변을 하는 일이 많아 그 대화 내용이 그저 우스개로 받아들여지곤 했습니다. 가령 ‘세종대왕이 노트북 컴퓨터를 집어던진 사건’에 대해 알려달라는 질문에 억지 소설을 만들어 답변하는 것이 전작이었다면, 이제는 ‘조선왕조실록을 통틀어 그런 사건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똑부러지는 답변을 건넬 정도로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발전이 많은 사람들에게 체감되고 있는 것입니다.

 

치과의료의 영역에서 인공지능의 발전을 어떻게 체감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봅니다. ‘~시에서 ~진료를 가장 잘 하는 치과는 어디인가요?’와 같은 질문을 인공지능 챗봇에 던지고 답변을 받아본다면, 대부분의 원장님들은 인공지능을 몹시도 체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방치과에 몸담고 있는 저는 앞서 언급한 대로 구강질환 예방에 대해 일반인이 충분히 검색해볼 법한 질문과 답변을 받아보는 과정에서 이를 체감합니다. 학계에서는 ChatGPT를 학술논문의 공저자로 인정할 수 있을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ChatGPT를 이용한 결과물의 평가 지침에 대한 학교별 기준을 마련하는 등 발빠르게 대처하는 모양새입니다. 아직 모든 결과가 일관되게 정리된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은 다소 보수적인, 즉 ChatGPT를 최소한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으는 것으로 보입니다.

 

예방치학이라는 학술의 영역에서 인공지능을 체감하는 저의 고민은, 인공지능에 대한 보수적인 태도가 어쩌면 구강건강증진의 훌륭한 도구로써 인공지능을 등한시하게 되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하는 우려입니다. 알고리즘에 대한 개략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일반인이 던져볼 법한 구강건강 관련 질문에 대해 인공지능이 올바른 답변을 제시할 수 있도록 그 알고리즘이 우선적으로 적용될 공신력있는 데이터베이스를 보완하지 않는다면, 잘못된 답변을 노출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알고리즘을 선점한 각종 광고 제품이 홍보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치아우식증 예방법에 대해 영어와 한글 답변이 상이한 원인을 확인해봅니다. 제가 이용한 챗봇은 마이크로소프트의 bing chat이라는 서비스로 답변의 서술에 출처까지 표기해주는 기특한 녀석인데, 치아우식증 예방법에 대한 영어 답변은 네이처와 같은 학술 사이트를, 한글 답변은 인터넷 블로그를 출처로 표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답변이 질적으로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추가로 확인해본 주요 구강질환에 대한 다른 질문에도 인터넷 뉴스 기사나 블로그를 출처로 답변할 뿐 질병관리청/대한치과의사협회/각종 학회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의 수많은 데이터베이스를 전혀 활용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주지하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관련 기관이 앞장서서 진취적으로 고민하고 조치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