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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난 밥상

스펙트럼

치과 근처에 네母난 밥상이라는 음식점이 있다. 엄마가 차린 밥상을 지향하는 밥집답게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메뉴를 구성해서 집밥처럼 지어낸다. 내 치과 근처에 있는 밥집이라 점심시간에 종종 찾게 되었다. 그런데 음식이 맛있는데도 불구하고 갈 때마다 손님이 별로 없었다. 불고기, 고등어구이, 제육볶음, 닭볶음탕 등을 참 맛있게 만들어내는 집인데 말이다.

 

생긴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가... 조금 구석진 골목에 있어서 그런가... 2층에 자리해서 그런가... 밥 맛있게 먹고 쉬어야 할 점심시간에 밥집 걱정을 해주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인근 상권에는 회사 같은 것이 별로 없었다. 아무래도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메뉴를 찾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밥집 사장님도 대책이 필요하다고 느끼셨는지 전단도 돌려보고, 손님들에게 부탁해서 리뷰를 늘려보기도 하고, 여러 방법으로 홍보를 하셨지만 손님은 좀처럼 늘지 않았다. 내 입장에서는 내 입에 맞는 밥을 넓은 자리에서 편안하게 먹을 수 있으면 그만일 텐데, 밥을 먹는 동안에는 항상 손님 없는 밥집에 대한 안타까운 감정이 마음 한 켠에 자리했다.

 

그렇긴 해도 밥이라는 게 자꾸 먹다 보면 다른 걸 먹고 싶어지게 되어 있다. 집밥같은 그 밥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한동안 다른 메뉴들을 먹으며 네모난 밥상을 잊고 지냈다. 돈까스, 순대국, 설렁탕, 볶음밥... 다양한 음식들을 먹으며 몇 달을 보냈다. 그러다 다시 집밥같은 그 맛이 생각나 네모난 밥상을 찾게 되었다.

 

오랜만에 찾은 그 밥집에서 낯선 모습 두 가지를 보게 되었다. 하나는 당황한 사장님의 표정과 몸짓이었고 또 하나는 사람이 꽉 들어찬 홀이었다. 바에만 자리가 남아 있어 “여기라도 앉으시려면 앉으세요~!”라며 바 자리를 내주시는 사장님의 안내를 따라 바에 자리를 잡고 주문을 했다. 마침 내 뒤에 두 사람이 더 들어와서는 바에 앉았다. 자리는 그야말로 만석이었다.

 

북적거리는 홀, 정신없는 사장님. 손님 입장에서는 분명 좋은 모습만은 아닐 텐데 나뿐만 아니라 내 뒤에 들어오신 두 사람도 흐뭇하게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 자리에 앉아도 좋다고, 손님이 많아서 좋다고 하시는 착한 손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사장님은 “우리 가게에 애정이 있으시구나~” 하며 여유를 되찾으셨다.

 

우리 치과에도 애정을 갖고 내원하시는 환자분들이 있었으리라. 개원 초, 하루에 두 세 명의 환자를 보며 몇 달을 지낼 때, 참 친절하고 안 아프게 치료해주는데 왜 환자가 없을까 걱정해주시는 좋은 환자분들이 있었을 것 같다. 환자 수가 늘었을 때, 좀 기다려도 순서가 좀 밀려도 아무 말 않고 좋은 마음으로 치료를 받으시던 분들이 있었던 것 같다.

 

밥집에 애정을 가지신 분들처럼 우리 치과에 애정을 가지신 분들이 있었던 것 같다. 우리 치과에 애정을 갖고 계신 분들을 다 기억하지 못해서 어느 순간 그 좋은 환자분들께 배신감을 드리진 않았을까 마음이 쓰인다. 개원했을 때의 첫 마음을 회복하여 간직하고 싶다. 그 좋으신 분들을 부지불식 간에 마주했을 때, 배신감을 드리지 않도록…….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