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한 구석 아련한 추억을 나누는 場
인간 대 인간의 만남 이뤄지는 덴타폰
머리를 염색한 n 세대와 중년의 치과의사.
도저히 공통점을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은 양자간에 존재하는 세월의 간격이 무의미해 지는
곳이 있다.
바로 부산대학교 치과대학 락음악 동아리 (그룹사운드) Dentaphone 이다.
덴타폰은 지금으로부터 20년전에 만들어진 오로지 치과의사의, 치과의사에 의한 락음악
동아리이다.
인터넷과 멀티미디어속에서 물질적 풍요를 느끼며 성장한 대학 새내기부터 이제는 각
지역사회 내에서 굳건히 자리를 잡은 치과 원장님까지, 락음악이라는 하나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깊은 인간관계를 형성해 나가고 있는 동아리가 바로 덴타폰이다.
덴타폰은 매학년 한 기수라는 원칙하에 예과 1학년 치의예과 학생(통상 80명) 중 "끼있는"
친구들을 선발하는 방식으로 역사를 이어나가고 있다. 80명 밖에 안되는 숫자임에도
불구하고, 6~7명이 하나의 팀을 이뤄 예과 기간 동안 4회 이상의 정규공연을 한번도
끊임없이 20여년째 해온 것을 보면, “치과의사는 좀 분방한 기질이 있다”는 말이 그리
크게 틀리지는 않는것도 같다.
20년이라는 세월의 무게가 말해주듯, 그간 덴타폰은 세월의 흐름에 맞춰 당대의 인기있는
스타일들의 음악을 연주해 왔고 그 결과 이제는 각 기수별 음악 색깔을 한번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1980년대로부터 2000년에 이르는 음악 변천사를 너끈히 느껴볼 정도가 되었다.
그 긴 세월을 관통하면서도 변치 않는 것이 있다면 대학가요제 곡인 "나어떡해"를 통해 처음
악기를 만져본다는 점과 특유의 술문화를 바탕으로 끈끈한 선후배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이
있다. 그런 정서적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이제는 아랫배가 좀 나온 원장님도 동안의 대학
신입생들과 격의 없이 얘길 나눌 수가 있는건 아닐까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각박한 면이 많은 치과대학 생활이다. 특히 졸업후에는 그야말로 "생업전선"에서
숨쉴틈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내기에 바쁜 치과의사들이다. 매일매일을 환자와 씨름하며
보내고, 주말이면 이런저런 연수회를 찾아 공부하기에 바쁜 여느 치과의사들과 달리, 뭔가
마음 한구석에 아련하게 쌓아놓은 추억이 있고 또 그 때를 생각하며 함께 소주잔을 기울일
수 있는 평생의 親友를 만나게 해주는 곳. 여러 선배들의 애정어린 걱정과 도움을 통해 힘든
마음의 짐을 조금은 덜어놓을 수 있는 곳. 바로 그런 인간 대 인간의 만남이 음악이라는
場을 통해 이뤄지는 곳이 덴타폰 이다. 그래서 이러한 만남을 더 돈독히 하기위해서 우리
Dentaphone 만의 홈페이지(www.denshop.com)를 만들어서 회원들의 소식이나 임상적인
내용도 나누고 있다.
이런 나름대로 장구한(?) 역사를 가진 덴타폰이 개업의들이 주축이 돼서 오는 8월 26일
부산대학교에서 창립 20주년 기념 공연을 갖는다. 각 기수별로 또는 기수에 관계없이 멤버를
맞춰서, 극성스러운 개업의 선배들이 이제는 다소 생경스럽기 까지한 악기를 들고 함께
연주하며 2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려 하는 것이다.
나이에 상관없이, 또 현재의 위치에 상관없이, 모두다 덴타폰이라는 하나의 울타리만을
생각하며 지나간 추억과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느껴보는 소중한 시간이 될 이번 공연을 통해
30주년, 40주년을 넘어 꾸준히 발전해 나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마칠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