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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추천도서 - 행간(行間)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천재들의 독서법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습니다. 각자 자신만의 독서법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들 모두의 공통점은 ‘습관적으로’ 읽는다는 겁니다. 읽는다는 것은 글을 보고 거기에 담긴 뜻을 헤아려서 아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읽는다는 것을 책에서만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흐름을 읽는다. 사람 마음을 읽는다. 경제를 읽는다. 등등 거의 모든 것을 읽습니다. 그 수많은 ‘읽음’중에 독서가 있을 뿐입니다. 천재들이 독서를 하는 이유는 바로 ‘읽는다’라는 행위를 가장 간단하고 효율적으로 아우르며 접근하기 때문입니다.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이 독서가 모든 ‘읽는다’를 통합해주는 통로의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읽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 글을 읽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세상을 읽는 능력은 우리가 독서를 할 때 행간을 읽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저 보이는 것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 행간에 숨은 뜻을 이해하는 능력이 바로 이 세상을 읽어내는 능력입니다. 이런 능력을 키워낼 수 있다면 단순히 우리가 책을 읽는다고 얘기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책을 읽는 것이 능력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진정한 능력은 그것이 습관이 되어야 발휘됩니다. 우리가 아는 능력자들은 그 능력을 일부러 끌어내지 않습니다. 그저 습관적으로 행하는 행위들이 능력이 되어야 진정한 능력자로 보입니다. 그래서 책을 읽는 것도 습관이 되어야 합니다.

 

 

레비나스 철학의 난해함 경험해 볼 수 있는 책

잠시 뇌의 혼돈을 원한다면 도전해 보길 권해

『레비나스, 타자를 말하다』 세창출판사, 2023

 

우치다 다쓰루의 책이 처음은 아닌데 이 책의 무게감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저자는 마치 이런 난해함을 의도한 듯 보입니다. 서문에서 그 난해함에 관해 이야기하고 대립하는 것을 양론병기하고 합의를 기다리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독자가 시간을 낭비해도 자기는 모른다는 식입니다. 그렇듯 이 책은 난해함을 즐겨야 하는 책입니다. 행간을 이해하고 페이지를 넘긴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눈과 머리가 따로 놀면서 책장을 넘길 때 뭔가 뇌리를 스치는 것들이 있습니다. 자극입니다. 그것이 지적인 자극인지, 이해 못 하는 자신을 탓하는 자극인지조차 모르겠지만.

 

이 책은 레비나스의 철학, 그중에서도 타자론과 윤리학에 대해 집중적으로 소개하지만, 저자는 우리가 통상적으로 ‘레비나스 해설서’에 대해 기대할 수 있는 바와 달리 곧바로 레비나스의 이론을 소개하는 데로 나아가지 않습니다. 오히려 레비나스가 얼마나 난해하게 글을 쓴 학자인지에 대해 설명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텍스트를 매우 어렵게 쓴 것에는 어떠한 목적이 있음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요컨대 그것은 ‘그래서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라는 질문을 던지게 함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레비나스 독해의 가장 원초적인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레비나스의 철학의 난해함을 경험해 보지 못한 분이라면, 잠시 뇌의 혼돈을 원하신다면 도전해보시길 바랍니다.

 

 

진화생물학 세계적 권위자 케빈 랠런드의 25년 연구물

‘유전자·문화 공진화론’ 분야 최신 성과 종합적으로 다뤄

『다윈의 미완성 교향곡』 동아시아, 2023

 

진화생물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케빈 랠런드가 지난 25여 년간의 연구를 바탕으로 쓰고, 그를 가장 존경하는 학자로 꼽는 문화인류학자 김준홍 교수가 5년간 번역한 책이라는 사실만으로 그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19세기 찰스 다윈은 생물 개체들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변이된 특성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을 관찰했고, ‘자연 선택’에 의해 유리한 유전자가 더 많이 전달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다윈이 생물 세계의 오랜 역사에 대한 강력한 설명을 제시했지만, 생물학적 변이만으로는 인류의 빠른 진화 속도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저자는 생물학적 진화뿐만 아니라 모방과 사회적 학습을 포함한 문화적 진화를 연구하며, 문화는 단순히 진화의 산물이 아니라 문화가 인간의 진화를 만들었다고 주장합니다.

 

즉 이 책은 개인의 유전적 특성과 문화적 환경이 상호작용한다고 주장하는 ‘유전자-문화 공진화론’ 분야의 최신 성과를 종합한 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발견이 사회 안에서 ‘모방’되고, 시간이 지나 전파되며, 다른 공동체들에게 ‘채택’되고, 종종 기존의 요소들과 결합되어 새롭고 강력한 복합체가 만들어집니다. 유전자와 문화 간의 상호작용과 다양성에 대한 주제이니만치 흥미롭기는 하지만 이 책도 행간을 이해하기 어려운 책입니다. 진화생물학, 문화인류학, 인간을 포함한 생물의 문화적 진화에 대해 알아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쇼펜하우어, 니체가 꼭 읽어야 할 책으로 추천

한 페이지 분량의 간결하게 쓰인 300개의 잠언

『아주 세속적인 지혜』 페이지2, 2023

 

한 페이지 분량으로 간결하게 쓰인 300개의 잠언은 400년 전 스페인의 한 수도원의 예수회 신부가 쓴 책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지나치게 지금도 현실적인 내용으로 가득합니다. 스페인의 현인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인간에 대한 정확한 통찰과 지침을 제공하며 결국 행복은 스스로 생각을 바꾸고 현명한 방식으로 사람을 대할 때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합니다.

 

쇼펜하우어가 ‘인생의 동반자’라고 말하며 극찬하고, 니체가 ‘엘리트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추천한 이 책은 지금까지도 스테디셀러로 읽히며 전 세계 사람들에게 지혜를 전하고 있습니다. 읽기 좋게 한 페이지씩 내용이 적혀 있고 심지어 그냥 목차의 제목만 읽어도 감흥이 생기는 책입니다. 400년 동안 이 책의 내용이 수없이 회자되었을 겁니다. 그래서 어디서 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내용이 많지만 간결하고 행간을 읽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직설적인 내용은 꽤 묵직하게 우리의 머리를 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