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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가자… 지금 이대로!!!

Relay Essay 제2574번째

코로나가 끝났다… 아니 유행은 하지만 감기나 별반 차이가 없이 약해진 것 같다. 움츠려 있던 일상생활의 구속이 풀리며 여기저기 만나자는 연락이 많이 온다. 어떻게 보면 지금이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편하기는 한데 보고 싶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 준비는 해야겠다. ‘무슨 재밌는 일 없나’ 매일 들여다보는 톡에 3년여 만에 대학동기 모임 공지를 올리며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 한번 보자’ 생각해 본다.

 

반응이 괜찮다. 다들 오래 기다렸는지 어쩐지 기쁘게 댓글이 올라온다. 기분은 좋은데 역시나 댓글을 올리는 이들은 코로나 이전과 별반 차이 없이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뭐 이건 항상 느끼는 거라 지금은 새삼 신경도 안 쓴다. 그래도 가깝게 지내는 친구들의 호응이 많아서 기분은 좋다. 내가 모임 준비하는 것은 와이프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가시 돋친 잔소리와 타박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그냥 서로 모르는 게 편하니까 모임만 있다고 적당히 둘러대려고 한다.

 

‘아… 이것도 3년만 하면 꼬박 10년이구나.’

주변 선배님들에게 문의도 하고 친구들하고 의논도 하니 이전보다는 계획을 세우고 진행하기가 많이 수월해졌다. ‘이제 마지막 점검만 하면 되겠네.’, ‘어릴적 소풍 전 설레는 마음이 이 나이에도 드는구나!’하고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모임 하루 전.

마지막 점검을 해본다.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숙소 문의였다. 아차, 싶었다. 숙소와 주차 등의 안내를 빼먹었다. 부랴부랴 추가 안내 글을 공지하고 전화를 이리저리 돌려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숙박 인원이 많지 않아 힘들지 않게 정리가 되었다. 항상 계획에서 벗어난 돌발변수가 생기는 건 흔히 있는 일이고 막상 놓쳤다는 생각에 부족함을 느끼지만 친구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더 큰 실수를 했을 뻔했다. 그래서 ‘혼자 하는 것보다는 여럿이 하는 게 좋은 거야!’

 

모임 날.

시간적 여유와 2차 장소 섭외가 용이한 장점이 있어 모임 시간을 오후 5시로 잡았다. 모임이란 게 만나게 되면 반가운 마음에 술판으로 끝나는 일이 많아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맨정신에 이야기를 더 나누기 위해 빨리 올 수 있는 친구들과 카페에서 먼저 만나기로 했다. 제일 먼저 도착한 친구는 “어디야?”, “빨랑 와라.” 기다리다 지쳤는지 반 협박을 한다. 그래도 ‘2시간 전에 오면 어떡하니?’

 

더운 날씨에 걸음을 빠르게 재촉해본다. 문득 ‘강남이 멀긴 하네! 아하… 강남에 집이라도 어떻게든 하나 살걸.’ 부동산 재테크에 관심 없었던 내 자신을 후회해본다. 지금은 힘들 것 같다. 주식도 부동산도, 좋은 만남을 하러 가는데 급 ‘FOMO’해졌다.

 

다들 이쁘게 하고 왔다. 특히 여동창들은 품위 있고 고상한 강남 사모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 뷰티샵이라도 다녀온 걸까? 이 나이에 왠지 모를 지역적, 계층적 괴리감이 순간 스쳐 간다. 하지만 간만에 친구들 보니 기분은 바로 좋아진다. 카페 메뉴 이름이 주문하기도 힘들게 어렵다. 마케팅의 일환인지 어쩐지, 일반화된 메뉴가 아직은 좋은데… 그래도 맛은 있네!!!

 

대학에 있는 친구들은 여유가 있어 보인다. 욕심을 버려서 그럴까? 아니면 머리가 맑아서 그럴까? 시간적 여유가 중요하다는 건 직원들의 워라벨을 강제적으로 챙기면서 부쩍 많이 느끼게 되었지만 개원가의 현실에 부딪혀 경영적인 상황을 고려 안 할 수 없기에 자유로운 삶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나만의 힐링을 위한 배려도 아직 실행에 옮기지도 못한다.

 

카페에서 만난 친구들만 보고 헤어져도 오늘 모임 다한 거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많이 모였다. 어느덧 1시간이 지나고 식당 준비 상황을 체크하기 위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금 만났던 친구들이 금세 도착할 것 같은데 오지 않는다. 전화가 왔다. 다른 곳에 있는 같은 상호의 식당으로 간 것 같다. ‘길거리에서 헤매고 있겠지!!! 그것도 단체로 ㅎㅎ’ 잠깐의 혼동이지만 철부지 학생 같은 순수함이 느껴진다.

 

모임 시각이 되자 하나둘씩 ‘멋돌이’와 ‘멋순이’들이 도착한다. 독립된 공간이라 문에 들어서는 친구들 하나같이 놀라움과 반가움의 표정이 읽힌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반가와서?’, ‘몰라보도록 변해버린 노블레스 의료인의 멋스러움에 놀라는 것일까?’, ‘너는 모르지만 너를 보는 우리도 놀란다.’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살포시 내려앉는다.

 

올 사람은 다 왔다. 아쉽게 못 오게 된 이도 있었지만 정말 오랜만에 맘 편히 웃어본다. 네 말이 맞니? 내 말이 맞니? 젊은 시절의 추억담을 회상하며 기억력 테스트도 하고 누가 누구를 좋아했니? 어쩌니 하며 유치뽕짝인 이야기에 서로 즐거워한다. “조대, 조대, 좋은 대.” 건배 구호에 모임의 분위기는 최고조에 이른다. 다들 환한 웃음으로 화답한다.

 

간단한 회무 보고 중 총무님은 본인이 제조한 폭탄주가 얼마나 맛있었는지 혀가 꼬부랑길을 가고 있다. 항상 있죠? 만나면 구석 테이블에서 본인들만의 리그 하는 분들?

 

많은 대화 속에서 유독 동기들에게서 예전에 못 느낀 포근함과 넉넉함, 여유를 느끼게 되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경제적인 여유? 외모적인 부분을 떠나 대화 속에서 느껴지는 편안함이 인상적일 정도로 좋았다. 취미와 여가를 같이 즐길 수 있는 골프 행사도 갖기로 하였다.

 

예상한 시간보다 훨씬 초과하여 자리는 계속 이어졌고 결국은 사장님과 직원들 퇴근이 늦어지는 관계로 어쩔 수 없이 자리를 옮겼다.

 

빨리 만나서 그런지 그리 어렵지 않게 잡은 2차 장소로 참석한 전원이 자리를 옮겼다. 회포를 이어가던 중 동기 형님이 핸드폰을 건네주었다. 형수님이었다. 차 끊어지기 전에 보내주라는 부탁이었다. 네, 네, 하며 통화를 이어가던 중… 수화기 너머에 몇 초간 정적이 흘렀다. ‘너도 술 먹었지!!!’ 형수님이 못 미더웠는지 전화기는 다시 형님에게로. 하긴 술 먹은 나도 나를 못 믿는데… 그럴 만도 하겠다. 결국 형은 못 내려갔다. ‘못 내려간 건지, 안 내려간 건지.’ 자리는 계속 이어졌고 한순간, 한순간 참석한 친구들을 둘러보며 ‘아! 앞으로도 계속 나이 들지 않고 이 모습으로 만나고 보고 지냈으면 좋겠다! 욕심인 줄 알지만.’

 

5시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 어느 때 만남보다도 정말 유쾌하고 밝았던 모임이 아쉬움을 안고 마무리되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또 지나간 시간만큼 모든 것이 변해가고 있지만 동기를 대하는 마음과 느낌은 예전 20대보다 더 넉넉함과 푸근함, 배려로 한층 성숙되어 돌아온 것 같다.

 

다들 바쁘게 살아왔다. 일이 잘 풀려 경제적 여유가 있는가 하면, 삶의 무게를 여전히 어깨에 짊어지고 묵묵히 지내는 이도 있고,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이도 있고, 각자 나름의 희로애락을 달고 사는 우리 인생,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 같다.

 

자그마한 만남에서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마음의 편안함을 느끼듯 같이 하는 어울림과 조화를 이룬다면 혼자서 느끼는 힘겨운 날들이 다소 치유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불편한 편의점’이란 책에서 몇 자 인용해본다. “손님은 왕이다. 그래서 당연히 친절해야 되고 우리는 그렇게 강요받아 왔고 그렇지 않으면 온갖 지탄을 받고 욕을 먹는다. 지금까지 우리 삶은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흘러갈 것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인생길에서 만난 귀중한 손님 같은 존재인 가족, 친구, 지인들에게 얼마나 친절하고 소중히 여기는 노력을 해왔을까?”

 

다가오는 기수 골프 행사나 모교인 조선치대 개교 50주년 행사 또한 우리에게 소중한 만남이 될 것이고 우리가 관심 있게 다가설 때 큰 의미와 즐거움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한다.

조선치대 17기!!! 앞으로도 건강하고 즐겁게 살아가자.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