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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추천도서 - 책의 무게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책을 정말 좋아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책을 적게 읽는 것은 아니라고 주위에서 얘기하지만 정말 책을 좋아했을 때는 동시에 읽어내려가는 책이 보통 4~5권이었습니다.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 소설의 주인공들이 머릿속에서 뒤섞이면서 스토리가 뒤엉켜 버리는 일도 많이 있었지만, 지금 넷플릭스에서 4~5개의 드라마를 동시에 보는 것과 그리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늘 책을 들고 다녔습니다. 지성인으로 보이고 싶었던 젊은 날의 허세도 작용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허세가 아닌 진심으로 책을 읽고 싶었습니다. 지하철 기다리는 10분, 음식 나오기 전 15분, 약속 시간 먼저 기다리며 30분의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읽어낸 책 한 권이 그리 뿌듯할 수 없었습니다.

 

책이 사람을 바꾼다는 말은 일부는 맞는 말입니다. 그런 이야기를 다양한 책리뷰를 통해 많이 들어 봤습니다. 하지만 책만 사람을 바꾸는 것은 또 아닙니다. 예전의 자투리 시간을 오롯이 지금은 스마트폰에 의존합니다. 게임을 하기도 하고, 소셜미디어를 뒤지거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에 빠지면 누가 말리지 않거나 급한 일이 생기지 않는 한 멈추기 쉽지 않습니다. 종이책을 들고 다녔을 때보다 스마트폰은 가볍습니다. 그 가벼움이 일상에서 주는 중독성은, 책을 읽지 않아도 느껴지는 풍요함에 있습니다. 눈과 귀가 쉴 틈이 없이 자극을 받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책의 무게는 심장과 머리를 두드립니다. 책이 주는 무게감은 다릅니다. 조금 무거워도 스마트폰이 아닌 책을 들고 한번 다녀봅시다.

 

 

대립과 적대시, 비논리적 논리 득세하는 사회에 고민 던져

자신의 논리에 갇히지 말고 숨어 있는 진실 제대로 보기

『인문학을 위한 사고 지도』 뒤란, 2023

 

저자인 에마뉘엘 토트는 영국의 EU 탈퇴, 리먼 사태, 소련의 붕괴 등 수많은 예측을 적중시킨, 현대를 대표하는 프랑스의 지성으로 불리는 사람입니다. 시대의 조류를 어떻게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는지, 결과를 앞질러 말할 수 있었는지는 이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철저하게 경험주의에 입각한 연구자입니다. 합리주의는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것에 기반을 두고 외부세계를 이해하지만, 경험주의는 자신을 둘러싼 외부세계의 사실을 기반으로 삼는 사고방식입니다. 따라서 저자는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역사적 사실, 정확한 데이터입니다.

 

프랑스에서 저자가 많은 비판을 받고 ‘도발적’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 이유는 대부분의 많은 사람이 사실은 합리주의적 사고에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논리에 갇혀 데이터에 숨어 있는 진실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다른 사람이 자신에 대해 늘 반대되는 말을 하는 사람이라고 얘기하는 것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자신은 그저 사고의 빈틈이 존재하는 곳에 아이디어를 밀어 넣는 것일 뿐이라고. 자신의 사고의 빈틈을 인정한다면 자신과 달라 보이는 것들이 그 틈을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인정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대립과 적대시, 비논리적인 논리가 자주 득세하는 사회에 사는 우리가 한 번쯤 고민해봐야 할 내용이 담긴 책입니다.

 

 

MIT 경제학과 교수 모시 호프먼과 에레즈 요엘리의 명강의

게임이론 핵심 개념들 사례와 함께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

『살아 있는 것은 모두 게임을 한다』 김영사, 2023

 

게임의 본질은 끝까지 살아남는 것입니다. 살아 있는 것은 모두 게임을 하지만 결국 살기 위해 게임을 하는 것이지요. MIT 경제학과 교수 모시 호프먼과 에레즈 요엘리는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것을 설명하는 데 얼마나 광범위하게 게임이론을 적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야심 찬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강의 인기는 매해 높아져 MIT에서 가장 큰 규모의 강의가 되었고, 보스턴칼리지와 하버드대학교로 확대되었습니다.

 

이 수업에서는 독과점, 정치, 경매, 범죄와 심리 문제 등에서 게임이론의 핵심 개념들을 실제 사례와 함께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고 우리가 마주칠 수 있는 인간 행동과 사회적 수수께끼를 설명했고 이 경제학 명강의를 마침내 책으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득을 기대하지 않고 낯선 사람을 돕고 돈벌이와 상관없는 열정을 보이는 이유, 스톡홀름 증후군이나 편향적 행동, 특정한 차별과 혐오에 빠지는 이유, 비싼 과시보다 소박한 겸손에 더 호감이 가는 이유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내시균형, 값비싼 신호 효과, 처벌 게임, 최후통첩 게임, 죄수의 딜레마 등 핵심 내용을 쉽게 따라갈 수 있게 했습니다. 물론 출판사의 서평처럼 쉽게 따라갈 수 있지는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MIT, 하버드의 강의 내용이 쉽지는 않겠지요. 책 내용을 모두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세상을 보는 약간의 통찰력 정도만 기대한다면 재미있게 읽어볼 수 있습니다.

 

 

사회문제 경제학이 어떻게 풀어낼 수 있는지 설명

정부가 시행하는 수많은 프로그램 잘잘못 분석도

『경제학이 필요한 순간』 김영사, 2023

 

경제학은 늘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경제를 생각하지 않고 살기 어려울 정도로 우리 사회는 경제학의 테두리에 갇혀 삽니다. 이 책은 우리 사회의 문제를 경제학이 어떻게 풀어낼 수 있는지 잘 보여줍니다. 책의 초반에서는 엄마 배 속에서 잉태된 순간부터 생을 다 할 때까지 국가가 국민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고민합니다. 임신, 육아, 교육부터 황혼 육아, 노인 요양, 도우미 제도까지 폭넓은 사회적 이슈를 다룹니다. 그리고 당위와 직관만으로 만든 정부의 정책들이 어떻게 실패하고 있는지에 대한 경제학자로서 냉철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정부 정책, 공공 의대에 대한 의견, 4일제의 성공 가능성, 코로나19의 잘못된 정책 등 예민한 문제에 대해서도 경제학자로서 분석합니다. 정부가 시행하는 수많은 프로그램이 어떤 것은 잘 작동하고, 어떤 것이 작동하지 않는 것에 대한 경제학적인 근거가 많이 부족하다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좋은 공동체는 불행을 극복하는 힘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는 순간에는 늘 경제학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