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현재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본과 2학년에 재학 중이지만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공학도입니다. 공과대학 학부 시절 로봇과 인공지능 기술에 꾸준한 관심을 두고 5년 정도 관련 연구 경험을 쌓았습니다. 그 결과 미국 스탠포드 대학원으로부터 입학허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실험실에서 논문을 작성하는 것보다 현장에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기술 개발에 대한 흥미가 더 컸습니다. 그 가운데 인류의 건강을 증진하는 의학·치의학에 접목되는 로봇과 AI 기술에 특히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관련 기술들을 조사하면서 치의학이 기계공학과 밀접한 부분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치아는 인체에서 가장 단단한 경조직이기 때문에 기계공학 이론들이 생각보다 많이 활용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많은 기계공학과 선배님들이 치의학 분야에서 성공적인 기업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구강 스캐너, CAD, AI 등의 기술이 치의학을 혁신하고 있는 시대에 제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해 치의학 대학원에 입학했습니다.

입학 후 수강한 많은 교과목 가운데 허경회 교수님의 판독 수업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파노라마 엑스레이에서 비정상 소견을 찾는 과정이 흥미로웠는데 영상의 미세한 단서를 통해 병명을 찾아내는 몰입감은 꽤나 신선했습니다. 수업 중 과거 파노라마에서 악성 종양 소견이 있었음에도 판독이 되지 않아 종양이 악화되어 사망하신 안타까운 케이스를 접했습니다. 물론 이러한 케이스는 매우 드물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판독과정에서 병소를 놓치기 쉽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판독 수업에서 비정상 소견을 찾기 위해서 마치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영상을 면밀히 살펴야만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영상 분석은 AI가 더 잘하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고 이를 계기로 허경회 교수님과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의료 영상 AI는 상장기업도 여럿 있을 정도로 연구 개발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반면 치과 영상 AI는 상대적으로 연구가 활발하지는 않습니다. CNN 기반의 알고리즘을 적용한 논문들이 대부분이었고 최신 모델인 diffusion, transformer 계열의 모델이 적용된 연구는 거의 없었습니다. ChatGPT, Stable diffusion 등의 놀라운 성과를 보며 치과 영상에서는 얼마나 성능을 낼지 탐구 의지가 생겼습니다.

AI 개발에는 데이터가 가장 중요한데 정확히 라벨링 된 데이터를 얻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public 데이터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더불어 국제 의료 인공지능 학회인 MICCAI에서 치과 파노라마 데이터로 진단 AI 성능을 테스트하는 챌린지를 개최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회 데이터를 이용해 diffusion, transformer 모델을 융합해서 기존 성능을 개선했고 결과적으로 대회에서 수상을 했습니다.

또한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전국 치과 학술경연대회에 참가해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작년과 재작년 대회 모두 대상을 수상한 연구 주제는 생물학 관련이었습니다. 때문에 디지털 치의학 주제의 연구로 대상을 수상한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치의학의 침투율은 향후 점점 높아질 것이고 더 많은 최신 기술들이 치과 진단과 치료에 적용될 것이라 예상합니다.

앞으로 저는 치과 진단 AI뿐만 아니라 치과 치료 및 수술 계획에 도움을 주는 AI와 로봇 기술을 연구할 계획입니다. 국내 의료기기 회사들 중에 해외 매출이 큰 기업들은 대부분 치과기기 회사입니다. 그만큼 우리나라 치의학은 첨단의 기술력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습니다. 저도 세계 디지털 치의학을 선도하는 치과기기 개발을 목표로 지속적인 연구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