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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강노쇠(VIII): 삼킴 기능 악화

시론

구강노쇠의 마지막 항목은 삼킴 기능의 악화이다. 지금까지 치과의사들의 주된 치료 관점은 내원하는 노인들이 잘 씹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었다. 이는 일단 잘 씹으면 삼키는 데 특별한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뇌졸중, 치매 등 뇌병변을 가진 요양시설, 재가(在家) 및 요양병원의 와상(臥牀) 노인들이다. 이들은 저작과 삼킴에 관여하는 뇌신경 즉 안면(VII), 설인(IX), 미주(X) 및 설하(XII) 신경 장애로 혀와 입술 근력이 현저히 약화된 구강상태를 보이기 때문이다. 음식은 정상적으로 구강, 인두 및 식도를 거쳐 위로 들어간다. 하지만 이들 노인에서는 저작과 삼킴이 조화롭게 기능하지 못하여 음식이 구강에서 인두로 넘어 가는데 시간이 길어지고, 또 인두를 넘어간다 하더라도 식도가 아닌 기도로 들어갈 위험성이 높다. 이러한 수의적(隨意的)인 구강기 삼킴 장애는 전체 삼킴 장애의 30%를 차지한다. 이는 특별한 처치를 할 수 없는 불수의적(不隨意的)인 인두기와 식도기 문제와는 달리 치과의사가 삼킴 기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에 삼키기 어려운 노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몇 가지 치과적 방법에 대해 설명해보고자 한다.

 

# 삼킴 기능이 악화된 노인의 구강건강관리

흡인성 폐염은 뇌혈관질환, 퇴행성 뇌질환, 허약 노인 등 삼키기 어려운 노인의 20%에서, 또 80세 이상 노인의 90%에서 발생한다. 이는 스스로 일상생활능력이 힘들고 어눌한 손놀림으로 스스로 구강을 청결하게 할 수도 없고, 또 인지 감소와 의식이 흐려지기에 구강위생관리를 요구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입안의 잔존 음식물이 세균 증식과 치태 성장을 촉진해 구강이 불결해지면서 포도상 구균, 그램 음성 폐염간균(Klebsiella pneumoniae), 대장균(E coli) 등이 포함된 구강인두 군집화가 나타난다. 특히 치태가 많을수록 폐염구균(Streptococcus pneumoniae),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Haemophilus influenza) 등 호흡기 병원균에 의한 구강인두 군집화 기회가 높아진다. 통상 치태 발생 7일 후에 연쇄상 구균류가 주를 이루고, 14일이 지나면 혐기성 간균과 사상균들 수가 증가한다. 집락화 기간이 3주 정도되면 흡인성 폐렴 발생의 위험도가 증가하는데, 이는 주로 치태나 치주낭에 집락화되어 있는 혐기성 그램 음성 세균들에 의해서이다. 이로 인해 흡인성 폐염에 의한 입퇴원의 반복과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다.

 

또 흡인성 폐염은 구강위생이 불결할 때 1.6배, 틀니를 끼고 잘 때 2배, 기도 흡인이 확인될 때 12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흡인성 폐염 예방 측면에서 2주 간격의 구강위생 프로그램 적용과 유지가 중요한 이유이다. 재가 노인에서의 구강케어는 전신상태 유지와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된다. 다만 요양시설에서는 제한된 인력으로 인해 구강위생관리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El-Solh AA. Lung. 2011;189:173-80). 이에 삼키기 어려운 노인에서는 물 없이 젤(gel)을 이용하여 치태를 부풀어 오르게 한 후 강한 흡인력으로 빨아들이는 구강케어가 흡인성 폐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Sumi Y. 2013;50:465-8). 이것이 치과의사(치과위생사)에 의한 노인 구강건강관리의 건강보험 항목 도입이 필요하고 또 재활의학과 전문의의 진단과 처방에 따라 작업치료사가 시행하는 현행 건강보험항목인 구강운동촉진기술(oral motor facilitation technique)의 활성화가 필요한 이유이다.

 

#삼킴 기능이 악화된 노인의 의치기능관리

이들의 어눌한 손놀림은 틀니의 탈착도 힘들게 한다. 특히 잘 기능중인 틀니에서 구강작열감이 흔히 나타나는데, 이는 스스로 틀니 탈착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헐거운 틀니로 씹기가 어렵다. 이런 틀니는 끼니때마다 구강점막에 궤양을 야기하여 고통을 준다. 이로 인해 틀니의 변연 수정이나 내면 조절이 잦게 됨으로 임플란트를 활용한 틀니 제작을 권유하기도 한다. 한편 잘 씹을 수 있도록 하는 틀니보다 잘 섭취할 수 있도록 하는 틀니 즉 수직 고경을 낮게 하여 음식을 잘 으깰 수 있도록 하는 틀니를 제작해 주기도 한다. 이는 근력과 압력이 감소된 혀가 후하방으로 떨어져 있어서 음식을 삼킬 때 혀의 배면이 틀니의 구개면에 닿지 않아 나타난다. 이것이 낮아진 혀의 배면이 틀니의 구개부위에 잘 닿도록 틀니의 구개면을 변형시키거나 혀접촉보조(palatal augmentation) 장치를 제작하여 주는 이유이다(Mitsuyoshi Yoshida 등. J Prostho Res. 2019;63:199-201). 이처럼 틀니는 저작과 구인두 삼킴 기능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간혹 빼지 못하거나 헐거운 틀니로 인해 당하는 고통보다 틀니 없이 잇몸으로 먹는 노인도 있다.

 

하지만 틀니 없이는 음식을 삼키기 어려워하는 노인들도 있다. 최근 틀니가 잘 기능하고 있음에도 삼키기 어려운 노인 27명(86.1±6.8년)을 대상으로 삼킴 기능에 대한 틀니의 역할을 조사하였다(Daisuke Takagi 등. Geriatr Gerontol Int 2021;21:907-912). 이들은 의치를 낀 혹은 끼지 않은 상태에서 비디오 투시 삼킴 검사를 하여 비교하였는데, 틀니를 끼지 않은 상태에서 상하악 간 거리 감소와 구강-인두 삼킴 지연, 인두 부위 확장과 후두개곡(vallecular) 잔여물의 유의미한 증가를 보였다. 이는 삼킴 장애 노인에서 틀니 제작으로 구강-인두 삼킴 기능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미이다.

 

# 삼킴 기능이 악화된 노인의 구강 식이요법

구강 식이요법은 위마비(gastroparesis), 당뇨병, 복부 관련 수술, 소화 과정을 늦추거나 영향을 주는 약제 및 감염증 등 소화 관련 전신 상태에 어려움이 있는 노인에서도 필요하다(Valerie Nieto et al). 하지만 대부분의 구강 식이요법은 삼키기 어려운 노인에서의 음식물의 성상 변화(texture modification)를 통해 잘 삼킬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미국영양학협회에서는 3단계로 나누어, 삼키기가 매우 어려울 때 입으로 먹을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1단계의 퓨레식(pureed)을, 어느 정도 어려울 때 삼키는 근육을 사용할 수 있도록 2단계의 부드럽게 기계로 간 음식(mechanically altered)을 삼키는 데 약간의 어려움이 있지만 씹은 음식을 구강 뒤쪽으로 빨리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3단계의 가벼운 연하 곤란식(dysphagia advanced)을 추천한다. 여기서 1단계에 해당하는 음식은 촉촉한 두부, 으깬 촉촉한 육류, 푸딩, 요거트 등이고, 2단계는 촉촉한 파스타, 스크램블 에그, 두부, 푸딩 등이며, 3단계는 생야채나 질긴 음식 등을 제외한 연하식이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연하식을 6단계로 구분하였다. Level 0은 균일한 젤리식, Level 1은 미음, 계란찜 등 젤라틴식, Level 2는 미음, 젤리 등 점성식, Level 3은 죽, 양갱 등 퓨레식, Level 4는 죽, 단호박 등 개호식, Level 5는 떡, 롤빵 등 일반식 등이다. 삼키기 어려운 노인에서 Level 0부터 Level 5까지 더 세심하게 단계적 삼킴 기능 향상 훈련을 하고 있었다. 일본 개호식품협의회(2018년)에서는 쉽게 씹어서 섭취(밥), 잇몸으로 으깨어 섭취(부드러운 밥), 혀로 으깨어 섭취(죽), 씹지 않고 섭취(미음)로 분류하기도 하였다. 국내에서는 2017년 농림수산식품부에서 고령친화식품을 약한 치아 섭취 가능, 잇몸 섭취 가능, 혀로 섭취 가능한 3단계로 분류하여 활용하고 있다. 약한 치아로 섭취 가능한 성상은 불고기, 갈치 무조림 등 백설기 정도이고, 잇몸으로 섭취 가능한 것은 제육덮밥 소스와 연잎 콩카레 덮밥 소스 등 계란말이 정도이며, 혀로 섭취가 가능한 것은 물성의 죽 정도이다.

 

이처럼 삼키기 어려운 노인의 구강기 관리 즉 구강건강관리, 의치기능관리 및 구강 식이요법은 높은 흡인 위험에 따른 폐염과 영양결핍 예방 차원에서 세심하게 다루어져야 함을 알 수 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