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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세계는? 우리는?

시론

다사다난했던 2023년이 지나고, 2024년 새해가 밝았다. 2024년은 갑진년(甲辰年)으로 푸른색 용(靑龍)의 해이다. 갑진은 10개의 천간과 12지신으로 이루어진 60개의 조합에서 41번째 조합인데, 12개의 지신은 각기 동물을 상징하며, 10개의 천간은 고유의 색이 있다고 한다, 갑을은 청색, 병정은 적색, 무기는 황색, 경신은 백색, 임해는 흑색이고, 12지신에서 진(辰)은 용을 뜻하므로 갑진은 청색 용의 해가 되는 것이다.

 

도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고구려 고분 벽화의 사신(四神)도에도 청룡이 나오는데, 현무는 거북, 주작은 새, 백호는 호랑이를 연상케 하지만 청룡은 전적으로 가상의 동물이다. 사신 중 청룡은 동쪽을 수호하며 모든 생명의 탄생을 주관하는 역할과 함께 오행 중 나무와 봄을 관장하며 날씨와 기후도 다스린다고 한다. 특히 청룡은 용기와 도전, 자유와 창의성을 상징한다고 한다. 이렇게 전통적인 좋은 의미 외에도 2024년은 숫자 자체로도 뭔가 깔끔하고 딱 떨어지는 느낌이기에 뭔가 모든 게 별일없이 순조롭기만 할 것 같다.

 

하지만 새해에는 우리나라의 안보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내외에 크고 굵직한 행사들이 예정되어 있다. 미국 대선이 있고, 대만의 총통선거가 있으며, 우리나라의 총선도 있다. 미국 대선과 대만의 총통선거는 결과에 따라 직접적으로 우리나라의 외교 안보 상황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기에 여느 때보다 주목을 받고 있고, 국내 총선 역시 어수선한 국제정세와 맞물려 그 결과에 따라 국내외에 정치상황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은 트럼프와 바이든 누가 되던 중국에 대한 압박과 견제는 지속될 것이며, 만일 트럼프가 되는 경우는 먼로주의(Monroe Doctrine)에 기반하지만 보다 극단적인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을 펼칠 것이 예상된다. 우리나라에 바로 영향을 끼칠 몇 가지 예로써 주한미군 주둔 비용 분담금을 대폭 상향하는 요구가 재개될 것이고, 바이든 정부의 IRA(Inflation Reduction Act) 법안에서 다소 수혜를 보고 있던 국내 배터리, 태양광 업체들도 법안의 폐기와 동시에 수혜대상에서 제외됨으로써 경제적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우리나라 대중국 교역 감소는 계속될 것이므로 이래저래 우리의 경제상황은 녹록지않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과거와는 달리, 이번에는 대만정치 상황에도 많은 관심이 가고 있다. 현재 상황으로는 여당인 민진당의 재집권이 약간 우세하다고 하는데, 민진당은 기본적으로 대만 독립, 친미 노선을 추구하는 바, 민진당이 재집권하게 되면 중국의 대만에 대한 공격적 태도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아울러 미국의 제재에 의한 중국 경제상황이 악화되어 중국 지도부가 지금보다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된다면, 확률은 많이 낮을지라도, 하나의 타개책으로서 중국이 대만을 기습점령하는 것을 예상하는 전문가도 많다. 이를 위해 중국은 주한 미군의 대만 지원을 억제할 목적으로 북한으로 하여금 남한에 대한 국지적인 도발을 요청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중국에 친화적인 국민당이 집권하면, 미국이 반중국 노선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대만이 어느 편도 아닌 어정쩡한 입장이 되면 미국의 반발을 사게 될 것이고, 대만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 산업을 포함 오히려 대만 국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아울러 중국이나 대만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과 달리, 이념이나 신념에 집착하는 것보다는 언제나 개인의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태생적(?) 실용주의자들이라고 한다. 한국의 “네이버 지식인”과 비슷한 미국의 “Quora”에서도 중국의 대만 침공시 대만인은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질문에 꽤 많은 대만인들은 전쟁이 발발하면 저항하지 않고, 바로 투항하는 것이 대만의 이익에 부합할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필자가 그런 답변이 믿기지 않아, 이에 대하여 개인적으로 잘 아는 대만 교수에게 물어보니 그러한 의견은 사실이라고 확인해 주었다. 이러한 대만 국민의 생각을 알고 있기에 중국은 공공연히 대만 침공을 “꽤 성공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고, 이렇게 대만인들이 우리와는 다른 “결사항전”의 의지가 없는데 미국, 한국, 일본이 대신 피를 흘려줄 이유는 만무하다. 특히 미국인이 다른 나라에서 피를 흘리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트럼프가 다시 집권한다면, 비록 태평양 방어선에 미국의 이익이 다소 희생되더라도, 대만을 위해 중국과 전면전을 벌일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

 

만일 미국 국방성에서 2025~6년 정도로 예상하는 중국의 대만 기습침공으로 대만이 어떠한 형태로든 점거가 되거나, 분쟁지역이 된다면, 이는 한국과 일본에게는 치명적이다. 이는 두 국가의 생존에 필수적인 에너지 수송과 무역의 가장 중요한 길목이 막히는 것으로서, 미국이 태평양 안보라인에 다소 구멍이 뚫리는 상황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이러한 상황은 미국, 한국, 일본이 합심하여 어떻게든 해결은 하겠지만 그 대가는 만만치 않을 것이다.

 

비단 극동아시아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이제 세계는 자유주의 시장경제가 끝나고, 다시 보호주의로 돌아가 과거 냉전 상황과 유사해지는 듯하고, 이는 우리나라같이 무역을 위주로 국가 발전을 도모하는 나라에게는 유리할 것이 없는 상황이다. 끝이 안보이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동의 상황도 여전히 만만치 않다.

 

이러한 엄중한 국제 정세에 맞물려 내년 4월 치뤄지는 우리나라 총선도 매우 중요할 듯하다. 집권 여당과 야당의 외교, 안보, 경제 노선이 극명하게 다르고, 그간의 경험으로 보면 안보에 여야가 없다는 말은 우리나라 정치판에는 해당되는 말이 아닌 듯하여 그 불안감이 증폭된다. 분명히 안 그런 정치인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급변하는 세계의 변화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하고, 여전히 우물 안 개구리식의 당리당략만이 최우선인 듯해 보인다. 희한하게도 꽤 많은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유난히 일반 국민들의 도덕적 잣대와는 전혀 다른 기준으로 사는 듯하고, 심지어 그것이 정치인의 당연한 모습인양 하고 있다. 교도소 말고, 단일 건물에서 일하는 범죄경력자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 우리 국회라고 하니, 많이 씁쓸하다.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우파와 좌파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여당이 외교적으로는 친미, 경제적으로는(아직 별로 바뀐건 없지만) 좀 더 우(右)파 적인 듯하고, 야당은 여당 보다는 친중, 경제적으로는 보다 좌(左)파적인 건 확실해 보인다. 현재의 세계정세에서 어느 쪽이 우리 국민의 안전과 국익에 맞을지는 좀 지켜봐야 하겠지만, 정치인들은 국민의 생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력과 책임을 가진 사람들이므로 매사 좀 더 정의롭고, 도덕적이며, 국제적 안목과 통찰력을 가진 똑똑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최근 고려-거란 전쟁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라고 하는데, 고려의 서희는 세치의 혀로 전투 한번 없이 거란을 설득하여 요동(한반도 아님)의 광활한 지역(강동6주)을 획득하기도 하였다. 이렇듯 우리 정치인들도 싸울 때는 싸우더라도, 필요할 땐 머리를 맞대고 단결하여 최근의 미국, 중국의 패권 다툼 속에서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묘책을 발휘해 보길 기대한다. 다가오는 총선에는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정치인을 선출해야 되지 않을까?

 

지난해 어수선한 치과계의 상황에서도 2024년의 기운을 당겨서 받은 듯 마지막에는 그간 치과계 숙원이던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안도 통과되었고, 새해에는 국가와 치과계의 모든 난제들이 청룡의 기를 받아 술술 풀려나가길 기대해 본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