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합치의학과 전문의 경과조치 교육비 잔여금 환급이 결정된 바 있다. 상당액의 잉여금을 당시 통합치과 전문의 신청 대상자 약 8-9천명에게 환급해 준다는 것인데, 그 뉴스를 접한 순간 필자는 그 금액에 놀랐고, 환급대상자의 숫자에 한번 더 놀랐다. 당시 협회 학술이사를 맡고 있던 실무자의 한사람으로서, 이렇게 숫자로 보니 이는 아마 우리 치과계 역사에 남을만한 큰 사업이었구나라는 생각에 감회가 새로웠다. 수많은 갑론을박을 거쳐 통합치과전문의 경과조치가 결정되었고, 전례가 없던 새로운 유형의 국가 전문의 배출 상황을 맞이하여 가능한 흠결없는 경과조치 교육과정과 시스템 구비를 위해 각 전문의 학회의 위원들과 협회 학술국, 수련고시국, 대한치의학회 임직원들은 불철주야 매진했었다. 이런 노력 끝에 마련된 교육과정에 따라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에 걸쳐 8,949명의 통합치과전문의 지원자에 대한 대면 교육이 진행되었고, 대규모 학회가 전국에서 상시 실시되는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서, 진행하던 사람들도, 수강하던 사람들도 모두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복지부 역시 엄연한 “국가 전문의”의 배출과정이고 또 워낙 대규모로 진행되다 보니 수시로 발생하는
보건복지부 조직도를 살펴본 적이 있는가? 대한민국 보건의료 행정의 총본산인 이 부처는 현재 4실, 5국, 17관, 84과로 구성되어 있다. 다른 부처와 비교해도 상당한 규모이고 예산으로 보면 최상위를 다투는 부처이다. 그런데 이 조직 안에서 치과가 차지하는 자리를 찾아보면, 할 말을 잃게 된다. 국(局)도 없다. 관(官)도 없다. 건강정책국 산하에 구강정책과, 단 하나의 과(課)가 전부이다. 치과의사 면허 관리부터 치과병의원의 관리, 구강보건 증진, 치과의료 정책, 건강보험 수가, 치과위생사, 치과기공사 등 관련 직역 관리까지, 수만 명의 치과의사와 수십만 명의 관련 인력, 그리고 5천만 국민의 구강건강이 달린 모든 행정이 단 하나의 ‘과’의 관할 하에 관리되고 있는 것이다. 골목마다 치과가 있고, 국민이 한 해 실제로 지출하는 치과의료비는 비급여를 포함해 13조원에 달하며, 이는 전체 경상의료비의 약 6~7%에 해당한다. 치과의료기기는 전체 의료기기 생산의 약 30%, 수출의 약 18%를 차지하며, 치과용 임플란트는 2년 연속 국내 의료기기 수출 1위 품목이다. 그럼에도 이를 다루는 행정 단위는 복지부내 가장 작은 조직 단위인 과(課) 단 하나에 불과한 것
지난 3월 10일 대한치과의사협회 제34대 회장단 선거가 마무리 되었다. 기호 1번 후보가 4,852표를 얻어 4,757표를 득표한 기호 3번 후보를 단 95표 차이, 0.83%포인트의 초접전 끝에 당선되었다. 투표율은 63.97%로 유효 선거인 18,012명 중 11,522명이 참여하였으니 적지 않은 관심이 있었다고 할 만 하다. 이번 선거는 결선투표제가 폐지된 후 치러진 첫 선거였고, 4명의 후보가 출마하여 그야말로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다. 두 차례의 정견발표회에서는 불법 덤핑치과 척결, 의료기사법 개정안 저지, 보조인력난 해소, 건강보험 수가 현실화, 대의원 대표성 확대 등 치과계의 숙원 과제들에 대한 각 후보의 비전이 쏟아졌고, 직역 갈등과 단합, 의료계 내 치과계 위상, 치과의사 수급 문제, 자율징계권 및 사법 리스크 등 첨예한 의제들을 놓고 뜨거운 논쟁이 이어졌다. 승패는 갈렸지만, 숫자로 보면 이번 선거는 치과계 민심이 얼마나 팽팽하게 나뉘어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한 조직의 대표를 뽑는 선거는 훌륭한 리더를 뽑아 결국 조직의 안녕과 번영을 위한 것이다. 따라서 선거의 결과에 대한 방점은 결국 선출된 리더 개인이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전세계는 상식을 뛰어 넘는 그의 언행에 연일 술렁이고 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주권 국가인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라 부르는가 하면, 덴마크령의 그린란드를 상의도 없이 미국에 편입시키겠다고도 하고,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에게는 심지어 생방송 중임에도 ‘당신네 나라는 거지 신세’라고 모욕하며 백악관에서 쫓아내기도 했다. 오랜 동맹인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수십 년간 미국을 착취해온 대표적 나라들’이라고 하는 등, 천박(?)하게 자기 힘자랑에 열심인 세계 최강국의 대통령을 보고 있노라면 아무리 협상을 위한 계산된 언행이라고 하더라도, 전 세계인들에게는 충격이고, 지난 미국 대통령들은 그 누구 보다 점잖은 성자이고 신사였다는 느낌이다. 그간의 글로벌 정치, 외교가 비록 위선일 수는 있지만 그래도 겉으로는 체면과 예의를 갖추었다면, 이제는 아예 가면을 벗어 던지고 원래 그대로 ‘날’ 것의 원초적 욕망을 드러내는 게 자연스러워진 느낌이다. 섣부른 판단일지 모르지만, 돌고 도는 역사의 필연일까? 세계는 약육강식의 동물적 제국주의시대를 겪은 지 채 100년도 안되어 다시 그 시대로 회귀하고 있는 듯하다. 누구보다 아픈 제국
다사다난했던 을사년을 뒤로하고, 2026년 병오년(丙午年)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육십 간지 중 ‘붉은 말’의 해이다. 예로부터 말은 강인한 생명력과 도약을 상징하며, 붉은색은 악귀를 물리치고 만물을 생성하는 양(陽)의 기운을 의미한다. 유난히도 안팎으로 어수선한 지금, 우리 치과계에는 그 어느 때보다 이 ‘적토마’와 같은 강렬한 기상과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대외적 현실은 녹록지 않다.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미·중 패권 경쟁의 심화와 동맹도 이웃도 없는 ‘각자도생’의 구도 속에서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은 최고조에 달해 있고, 여기저기 지구촌 도처에서의 전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거시적인 불안정성과 이에 따른 국내의 불안한 상황은 실물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고, 새해 희망차고 즐거워야 할 국민들의 마음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치과계 내부의 상황은 더욱 엄중하다. 여러 사정으로 우리는 협회장 권한대행 체제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있고, 리더십의 공백과 과도기적 혼란은 당면한 치과계의 주요 현안을 ‘길 잃은 떠돌이’ 상태로 만들어 버렸다. 그렇기에 더더욱 올해 예정된 협회장 선거는 단순한 연례행사가 아니라, 위기의 시대 치과
최근 국회에서 발의한 의료기사법 개정안이 치과계 내외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개정안은 의료기사 업무의 전제를 기존 치과의사의 “지도(supervision)하”라는 조항을 “지도 또는 처방, 의뢰(prescription/referral)”로 변경해 의료기사에게 좀 더 독립적인 역할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바꾸려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겉으로는 간단한 문구 손질처럼 보여도 향후 임상 현장의 지휘와 책임 체계, 나아가 의료전달체계 전반에도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에 그 영향을 한번 고민해 보았다. 먼저 의료기사 업무의 전제를 “지도”에서 “처방, 의뢰”까지 넓히면 무엇이 달라질까? 법 전문가는 아니지만 “지도”의 의미는 문자 그대로 관리 감독의 의미를 내포하는 동시에 “지도”하는 자의 책임을 보다 명확히 한다. 전공의가 수련병원에서 교수의 “지도”하에 수술하는 경우 환자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교수가 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에 반해 “처방, 의뢰”는 보다 분업적 의미가 강하고, 혹자는 이러한 경우도 치과의사의 판단에 의한 처방 혹은 의뢰에 한정하여 진료를 수행하는 것이므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곳
최근 지방행사 참석차 KTX를 타러 서울역에 간 적이 있었다. 아니 웬걸 이게 우리나라 역인지, 외국역인지 모를 정도로 외국인 관광객이 역사를 가득 채우고 있었고, 타고 가는 좌석 앞뒤 옆자리 모두 외국인 일색이었다. 뒤에서는 러시아말도 들리고, 옆에서는 영어, 기타 정체불명의 언어도 들린다. 부산행 열차이고 필자는 경주에 내리는데, 경주역에서 새로 탑승하는 사람의 대부분도 외국인인 듯 싶었다. 아마 서울을 거쳐 경주를 여행하고 부산으로 향하는 길 이었으리라. 필자 기억상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외국인이 넘쳐나는 풍경은 거의 처음인 듯 하였다. 이는 최근 십 수년간 K-culture유행을 필두로 우리나라의 이미지가 좋아진 탓도 있지만 최근의 급격한 해외 관광객수의 증가는 분명히 연일 해외 가요계와 영화계의 모든 기록을 경신중인 글로벌 메가히트 Neflix 애니메이션 “케데헌” 때문인 듯 하다. 필자도 이게 왜 그리 인기가 있나 싶어 늦게나마 보았는데, OST도 빌보드 차트를 휩쓸고 있는 곡들 답게 중독성도 있고, 스토리와도 잘 어울렸으며, 영화의 메시지도 괜찮았다. 무엇보다 우리 한국의 전통을 거부감 없이 적절히 융합하였고, 외국인들의 관점에서 매력적으로 느낄만
최근 치과계는 리더의 퇴진 문제를 가지고 다시금 소란스러운 상황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정치적 사정(?)은 잘 알지 못하는 관계로 특별히 할 말은 없고, 마침 필자의 학회장 임기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과 맞물려, 리더의 바람직한 퇴진모습에 대하여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는 기회가 되고 있다. 이에 이번 기고에서는 이에 관한 필자의 다소 사적인 경험을 포함하는 단상을 공유해 보고자 한다. 세월이 무섭도록 빠르다. 필자가 대한구강악안면외과학회 회장으로 취임한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 덧 2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고, 이제 9개월 후면 임기를 마치게 된다. 이러한 세월의 속도를 감안하면 남은 9개월은 너무 금방일 것이기에, 요즘은 새로 일을 벌이기보다는 남은 기간 동안 어떻게 학회업무를 잘 마무리 하고 다음 집행부에게 잘 넘겨줄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고 있다. 아울러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며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서 맡았던 중책을 과연 잘 수행해 왔는가? 되새겨 보게 된다. 모든 리더들도 이 시점 즈음해선 그럴 듯하다. 크던 작던 한 조직의 책임을 맡은 사람이라면 처음 시작할 때 의욕이 가장 충만하기 마련이고, 필자도 취임사에서 몇 가지 주요 미션을 제시하며 나름 힘
계엄 및 탄핵 전 후 극도의 무정부적 국정혼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전세계를 향한 초유의 관세전쟁에 더하여 인공지능, 최첨단 기술 분야에서의 중국의 약진은 우리의 경제와 안보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 아쉽지만 우리는 낡은 사고를 가진 정치인들의 끝도 없는 정쟁과 편가르기 선동 속에서 급격한 세계적 기술변화를 따라가지 못했고 불과 수년 전까지 첨단기술 하면 한국을 떠올리게 하던 국가 이미지는 이미 많이 퇴색되었다. 중국은 1년에 배출되는 공대 졸업생들만 200만 명이라는데, 우리나라는 1년에 출생하는 신생아 전체수가 20만 명이고, 그 중 공대 가는 숫자가 20%라고 해도 4만 명에 불과하니, 미래 우리나라 공업분야의 경쟁력은 어떻게 될 지 너무나 걱정이 앞선다. 세계첨단기술을 리드하던 삼성의 존재감도 이미 예전 같지 않다. 흔히 우리가 열악한 상황에서 큰 상대와 대적할 때 일당백의 마음가짐으로 나서야 한다고 하는데, 실제 앞으로 전 국민이 이를 악물고 일당백의 각오가 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아마 이 글이 지면에 실릴 즈음이면 대통령 선거가 끝났을 듯한데, 누가 대통령이 되든 대통령과 정치인들에게 간곡히 부탁하고 싶다. 이제라도 부디 이러한 국가의 위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 속도는 가히 눈부시다. 불과 십 수년 년 전만 해도 AI는 주어진 규칙에 따라 동작하는 프로그램이나 간단한 머신러닝 알고리즘 정도였지만, 이제는 방대한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하고 추론하는 딥러닝 시대로 접어들었다. 2017년에 ‘트랜스포머(Transformer)’라는 새로운 구조가 소개되어 AI 언어 모델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고, 이는 오늘날 유행하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토대가 되었다. 이러한 소프트웨어 발전의 배경에는 하드웨어 기술의 진보도 큰 역할을 하였다. 그간 컴퓨터 성능의 핵심은 중앙처리장치(CPU)였고, 이는 복잡한 연산을 순차적으로 처리(직렬식)하는 방식이다. 한편 컴퓨터 게이머들에게나 주로 관심을 받던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수천 개의 코어로 동시 연산을 수행하는데 특화되어 있었고 CPU의 보조역할을 할 뿐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GPU의 병렬처리 특성은 대규모 AI 모델 학습에 필요한 방대한 연산에 적합하였고, AI시대의 총아로서 그간 반도체 시장을 호령하던 CPU 제조회사들을 밀어내고 단숨에 대표기업인 엔비디아를 시총 세계 1위의 회사로 만들어 주었다. 이렇게 갑작스레 우리 곁에 다가온 대표적
최근 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는 협회비 납부여부에 따른 회원 권리에 대한 차등 제도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 협회비 납부율이 52%에 불과하고 이 또한 계속 감소되는 추세이며, 아울러 회비 미납회원에 비해 성실하게 납부하였던 회원이 느껴왔던 불만을 해소하는 것이 주 이유라고 한다. 명분은 십분 이해되고 충분히 공감되는 상황이지만, 현 집행부의 임기가 1년 정도 남은 상황임을 고려할 때 너무 서두르지 말고, 집행부가 바뀌어도 지속될 수 있는 체계적이고 치밀한 준비를 하는 원년으로 삼아야 할 듯하다. 어느 조직이나, 회비납부의 문제는 단순히 조직의 운영을 위한 실무의 영역을 넘어 공동체의 존립과 직결된 문제이다. 특히 한 직역을 대표하는 “중앙회”의 역할과 중요성은 어느 단체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것이기에, 조직의 구성원이라면 중앙회 활동의 근간이 되는 회비납부는 회원의 기본 의무사항이다. 그러면 왜 이렇게 협회비 납부율이 낮아진 것일까? 상식적으로 회원들은 자신들이 회비를 낸 만큼 그 가치에 합당한 정도로 협회가 무언가 납득할 만한 혜택을 주거나 인정할 만한 업무결과를 내 줄 것을 기대한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충분하지 않고, 오히려 화원들의 기
2025년, 을사년(乙巳年)이 다시 돌아왔다. 육십갑자 순환 속에서 을사년은 유독 굵직한 사건들이 많았던 해로 기록되어 있다. 을사년의 지지인 ‘사(巳)’는 뱀을 상징하며, 이는 인류 역사에서 변혁과 치유, 위험을 동시에 상징하는 복합적인 존재로 여겨져 왔다. 우리 역사에서는 주로 지혜와 생명력을 상징하였던 것으로 보이며, 세계사적으로도 이집트의 경우, 뱀은 우라에우스(뱀 모양 왕관)처럼 권위의 상징으로 사용되기도 하였고, 현재에도 사용되는 서양의학의 상징인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Rod of Asclepius)에도 뱀이 주요 모티브인 것으로 보아, 서양에서는 주로 치유와 재생의 의미를 내포하여 왔다. 을사년에 벌어진 우리나라의 주요한 역사적 사건은 삼국시대부터 확인되는데, 525년 을사년(신라 법흥왕 12년)은 신라에 처음으로 불교 공인이 이루어진 해로, 많은 토착종교를 추종하는 세력의 치열한 견제를 이기고 신라의 국가 체제가 종교적으로도 정비된 전환점이었다. 이는 이후 신라 내부의 이념통일에 기여하며 추후 삼국 통일에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고려시대 을사년 중 1125년은 요나라가 멸망하고 금나라가 북중국을 장악한 시기로, 고려의 외교에 큰 변화를 가져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