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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에 대한 소고

시론

올해로 79주년을 맞는 8월 15일 광복절은 해방이후 우리 국민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5대 국경일중 하나이다. 민족대백과 사전의 설명에 따르면, 광복절은 1945년 35년의 일제 강점에서 해방된 것을 기념하고, 아울러 1948년 같은 날 치러진 대한민국정부수립을 기념하는 날이라고 한다.

광복절은 처음 1945년 5월 독립기념일로 제정이 되었으나, 동년 10월 1일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의해 지금의 광복절로 명칭이 수정되었다. 제정된 지 벌써 79년이나 되었으니, 세월이 빠르기도 하다. 광복절이 가까워 오면 각종 언론매체에서는 매년 일본 제국주의의 만행과 일제에 저항했던 많은 순국선열들의 업적을 다룬 보도가 줄을 잇는다. 또 과거와는 달리 정권의 성향에 따라서 뉘앙스가 달라지는데 어떤 때는 좀 더 반일 감정을 부축이기도 하고, 반대의 경우 약간은 밋밋해 지기도 한다.

최근에는 본래의 의미를 벗어나 지나치게 여야 정치의 장이 된 느낌도 있다. 여하튼 왠지 8월 15일은 높은 기온만큼 감정도 좀 더 뜨거워지고, 또 음력 8월 15일이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인데, 그 날짜가 묘하게 오버랩되면서 늘 그 의미가 남다른 듯하다. 


필자는 몇 년 전 8월 즈음 일상적인 광복절 상황을 접하다가 문득 “언제까지 광복절을 국경일로 기념해야 하지?”라는 엉뚱한 생각이 든 적이 있다. 일제에서의 해방도 이미 80년이나 지났고, 우리가 점거 당한 기간은 고작 35년에 불과한데…아무리 생각해도 이 날을 계속 기념하는 건 뭔가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의 역사는 기록된 것으로만 5000년이나 되었고, 모든 나라들이 그러하듯 과거 영광스러운 시간도, 어려웠던 시간도 있었지만 대부분 시기 독립국가였으며, 단지 조선시대부터 맹신한 성리학의 부정적인 영향으로 국력이 약해져 근대 일본에게 아주 잠시 합병당하는 치욕을 겪었을 뿐이었다. 잊지 말아야 할 역사를 계속 기념하는 건 좋지만 좀 지나치다는 느낌이다. 필자는 또한 광복절이 갖는 의미와는 별개로 왠지 이날을 기념하는 우리 태도에도 다소 불만이 있다. 우리가 잃어버렸던 자유를 찾고 다시 독립국가가 된 뜻 깊고 좋은 날이지만, 아쉽게도 이날은 우리 힘으로 자유를 되찾은 날이 아니다. 우리가 부족하여 남에게 점거되었다가 또 다른 남의 힘으로 되찾은 자유이므로 그냥 기뻐하기만 하면 안 될 듯하고, 뭔가 비장하게 곱씹어야 하는 날이어야 할 것 같다. 


예를 들면 나를 계속 때리고 괴롭히던 애가 있었는데, 다른 힘센 형이 걔를 야단쳐서 어느 해 8월 15일부터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못하게 하였고, 나는 너무 기뻐 그 날을 계속 기념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만일 필자라면 폭력에서 벗어난 기쁨을 기념하는 대신 때린 녀석에게 복수의 칼을 갈지언정, 왠지 자존심이 상해서라도 그날을 계속 기념할 것 같지는 않다. 또 나를 괴롭히던 그 애의 입장에서도 남의 힘으로 자기의 괴롭힘에서 벗어난 것만을 기뻐하고 있는 나를 어떻게 볼까? 심지어 자기는 내가 어리고 힘없을 적 잠시만 괴롭혔는데… 나는 이후 몇십 년이 지나고 성인이 되고 이제 힘도 충분히 세 졌는데도 계속 어릴 적 괴롭힘에서 벗어난 날을 기뻐하고 있는 상황…. 영 개운치 않다. 


고대사가 취미인 필자는 일본은 고대 우리민족이 개척하고 세운 나라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그 종주국의 국민으로서 긴 역사의 기간 중 우리가 세워준 국가에게 아주 잠시 겪은 치욕을 오랫동안 길이길이(?) 자존심 상하는 모양으로 되뇌고 싶지는 않다. 이미 79번 정도 기념했으면 그만 충분하지 않을까? 해외학회 참석이 잦은 필자의 경험으로 최근 우리나라의 위상이 많이 달라져 있음을 느낀다. 특히 일본에서 그러한 점을 많이 느끼는데, 과거 일본의 교수들과 한일 고대사 얘기가 나오면, 일본 교수들은 일본과 고대 한국과의 연관성은 잘 알고 있으면서도 긴 얘기는 애써 피하려고 했었다. 아마도 당시 타임지 표지에 “Japan is number one!”이라는 부제를 낼 정도의 위세였던 일본과는 달리 아무것도 내세울 게 없었던 보잘 것 없는 한국에게 자신들이 과거 큰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언급하기 싫었을 수도 있다. 역사적으로도 신라의 삼국통일 후 잔여 세력이 당시 백제의 제후국이던 열도에 새로운 독립국가 일본을 세운(AD 701년)것은 부동의 사실이다. 이후 일본은 역사를 자기중심으로 각색하였고, 이 왜곡된 역사는 현재도 교육되고 있다.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법. 곳곳에 남아있는 숨겨질 수 없는 진실의 조각들과 일부 양심 있는 사학자들 노력으로 한일 간 고대사의 진실은 계속 밝혀지고 있다. 


지난해 일본의 고도 나라(奈良)현의 나라(奈良)대학교에서 주최한 일본 구강악안면외과학회 참석 시 고대사에 조예가 깊은 현 일본 회장은 해외 연자들 및 일본 주요 교수들, 전공의들이 참석하는 만찬장에서 나라(奈良)의 역사적 의미를 설명하며, 일본의 형성과 기원은 한국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말을 하여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였다. 놀란 필자가 옆자리의 오사카와 도호쿠대학 교수에게 당신들의 생각은 어떠냐고 물었더니, 그들도 당연한 얘기라고 하며, 한술 더 떠 일왕도 한국에서 넘어온 분이고, 자기 조상들도 한반도로부터 왔을 것 같다는 얘기를 하였다. 과거 20년 전과는 너무 다른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이는 아마도 우리가 그동안 일본 못지않게 급속한 발전을 이루어 그들이 이제는 우리와 자신들과의 친연성을 인정하는데 거리낌이 없어진 탓인 듯하다. 일제시대 조선민족의 동화(?)를 위해 일제가 내세우던 구호 중에 일선공조(일본과 조선은 같은 조상이다), 내선일체(일본과 조선은 한 몸이다)가 있는데, 아마 일본에는 우리에겐 남아있지 않은 한일 고대사의 진실에 대해 더 많은 사료가 남아 있었고, 이를 음흉한 목적으로 식민 통치에 활용하려 했던 것 같다. 아이러니 하지만 시대가 바뀌니 비슷한 내용이라도 이제는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가까운 미래에 광복절을 폐지(정부수립기념일은 유지해도 무방)하는 것에 대하여 혹자는 미국도 독립기념일이 있고, 2차 대전 이후 식민지로 부터 창설된 신생국가들이 유사한 독립기념일을 국경일로 하고 있는데 광복절이 있는 게 뭐가 문제냐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엄연히 단군께서 처음으로 나라를 세우신 것을 기념하는 개천절이 있고, 원래 국가가 없었다가 국가를 세운 신생국 상황과는 엄연히 다르다. 우리의 광복절은 그저 당시 식민 치하에서 해방을 맞아 너무 기뻤던 당시의 위정자들과 국민들이 만든 일시적인 국경일이며, 시대가 변한 지금 이제는 그 국경일의 폐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기록적 무더위에 더위도 먹은(?) 김에 부연하면, 일제점거를 상기할 기념일이 필요하였다면 광복절 대신 차라리 한일병합 조인서가 서명된 소위 “국치일”을 기념일로 하였으면 어땠을까 싶다. 그날은 전국이 조기를 계양하고, 어금니를 꽉 깨물며, “이날을 잊지 말고 꼭 되갚아주자”라고 다짐하며, 매년 기념식을 치렀다면 이를 지켜보는 일본은 우리를 좀 더 무서워하고 섬뜩해 했을 듯하다.  


이제 우리는 잃어버린 민족적 자긍심도 거의 회복하였고, 특히 풍요로움 속에서 자란 젊은 세대들은 더욱 그러하다. 과거 제국주의 시대의 잘못에 대해 우리 기대에 못 미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일본을 비난하는 것도 여전히 필요하겠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 피해의식에서 벗어나, 보다 의연하고, 성숙하게, 자부심을 가지고 일본과 일제시대를 대하는 것이다. 전술하였듯이 우리가 발전을 하니 저절로 달라지는 일본 사람들의 태도를 보면 우리 스스로 매해 광복절 마다 핍박 받던 얘기나 하고, 구차하게 가해자 옆구리 찔러 반성하라고 하는 것 보다는 그냥 스스로를 다잡고 일본보다 더 노력해서 더 발전하면 더 멋진 대한민국이 될 듯하다. 최근 국내외 정세가 심상치 않다. 이렇게 혼란한 시대에 부디 정치인들은 더욱 각성하고, 국민 모두 현명하고 영리하게 부국강병으로 우리의 국권을 지키고 나아가 과거 우리민족의 영광을 되찾는 데 힘을 합치면 좋겠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